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최고신 마르둑의 출현과 신화의 확산

 

 

염수의 신 티아마트. 출처>구글 검색

수메르가 포함된 메소포타미아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곳이다. 그 세월만큼이나 신화도 풍부하고 다른 지역 신화의 원형이 된 경우도 많다. 특히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신 중의 신, 올림포스의 제왕이 된 과정과 매우 흡사한 이야기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도 존재한다. 이런 비슷한 신화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고대 근동의 여러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메소포타미아의 마르둑 신화가 그 원형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한 학자들은 없다. 신화의 '확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신화의 '확산'이란 하나의 신화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는 경우를 말하고, 반대로 신화의 '분산'이란 상호교류가 없는 별개의 사회적 집단에서 정황이나 해석이 유사한 신화가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홍수 신화가 분산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바빌론의 창조신화는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라는 제의 의식 문집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에누마 엘리쉬에 따르면 태초에 우주는 담수의 신 아프수(Apusu)와 염수의 신 티아마트(Tiamat)만이 존재했다. 두 신은 부부의 연을 맺고 우주에 다양한 신들을 만들었다. 첫 번째가 라흐무(Lahmu)와 라하무(Lahamu)였다. 또 라흐무와 라하무가 결합하여 안샤르(Anshar)와 키샤르(Kishar)를 낳았고, 안샤르와 키샤르가 결합해 하늘의 신 아누(Anu)와 물의 신 에아(Ea)를 낳았다. 드디어 에아는 바빌론 신화 최고의 영웅 마르둑(Marduk)을 낳았다.  

 

마르둑이 태어나기 전 아푸스와 티아마트는 어린 신들이 너무 떠드는 바람에 조용히 쉴 수가 없었다. 아푸스는 자신의 시종 뭄무(Mummu)와 함께 어린 신들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웠다. 아푸스의 계획을 알게 된 티아마트는 자신이 낳은 신들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아푸스는 애초 계획을 밀어붙였고 어린 신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지만 아푸스는 에아에 의해 시종 뭄무와 함께 최후를 맞이했고 에아는 이번 전쟁의 승리를 기념해 ‘아푸스’라는 궁전을 세웠고 이 곳에서 마르둑을 낳았다.

 

에아가 낳은 마르둑은 기존의 신들과는 많이 달랐다. 힘이 엄청나게 셌고 성격까지 난폭했다. 이런 마르둑 때문에 하늘의 신들은 불만이 커져갔고 급기야 아푸스가 어린 신들과 전쟁을 벌일 때 반대했던 티아마트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결국 티아마트는 마르둑을 없애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전사 킹구(Kingu)를 비롯해 수많은 괴물을 만들어 남편 아푸스의 원수를 갚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어떤 신도 티아마트와 맞설 용기가 없었다. 이때 마르둑은 자신에게 신전회의의 전권을 준다는 조건으로 티아마트와의 결투를 수락했다. 드디어 바빌론 신화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마르둑은 활과 화살, 곤봉, 번개, 그물을 준비해서 티아마트와 맞섰다. 마르둑은 그물을 던져 티아마트를 사로잡았다. 이 때 티아마트가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입을 벌리자 바람을 일으켜 티아마트의 몸을 부풀린 다음 화살을 쏘아 티아마트를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킹구를 비롯한 티아마트의 전사들도 마르둑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 전쟁의 승리로 마르둑은 신 중의 신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마르둑은 아버지 에아가 그랬던 것처럼 에샤라(Esharra)라는 신전을 만들고 거기에 다른 신들을 거주하게 했다.

 

티아마트를 물리친 마르둑은 티아마트의 몸을 둘라 갈라 반쪽은 하늘을 만들고 반쪽은 땅을 만들어 천지를 창조했다. 또 신들의 노역을 대신해 줄 인간이 필요했는데 티아마트와의 전쟁에서 사로잡았던 티아마트의 전사 킹구를 죽이고 킹구이 몸에서 흘러내린 피로 인간을 만들었다. 드디어 신들은 노동에서 해방되었고 인간들은 신전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신들에게 술과 음식을 바쳤다. 이 곳이 바로 바빌론에 있었던 에사길라(Esagila) 신전이다.

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