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게쉬티난나와 두무지가 상징하는 계절의 변화

 

지하세계에 갇혀있는 두무지. 출처>구글 검색

네스티난나(Ngeshtinanna), 닌게스티난나(Ningeshtinanna)라고도 부르는 게스티난나(Geshtinanna)는 조금은 복잡한 신이다. 게스티난나는 물의 신이자 지혜의 신인 엔키(Enki, 수메르의 에아에 해당)와 풍요의 여신 닌후르사그(Ninhursag)의 딸로, 농업과 식물의 여신이자 풍요의 여신이었다. 그녀는 또 목동의 신 두무지(Dumuzi)의 누이였으며 나무의 신 닌기시다(Ningisida)의 배우자였다. 이른바 천상의 포도나무라고 불리며 인안나와 에레쉬키갈의 손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출하고자 노력하는 두무지 사건에 휩싸인다.

 

신화에 따르면 어느 날 두무지는 그의 아버지인 엔키가 지하세계에 끌려가 있는 그의 아내 인안나(Inanna)를 구하기 위해 인안나를 대신해 자신을 지하세계로 끌고 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꿈을 꾸었다. 그 때 누이인 게쉬티난나가 두무지를 숨겨 주었다. 게쉬티난나는 지하세계의 악마들이 들이닥쳐 수많은 고문을 자행했음에도 두무지가 있는 곳을 발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신의 고자질로 두무지는 지하세계로 끌려갈 위기에 놓였다. 태양 신의 도움으로 잠시 가젤(작은 영양)로 변신하기도 했지만 결국 악마에게 잡혀 지하세계로 끌려가고 말았다. 고대의 많은 신화에서 지하세계는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었다. 다만 대신할 생명이 있다면 가능했다고 한다.

 

두무지가 지하세계로 끌려간 대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인안나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인안나는 남편 두무지의 귀환을 부르짖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 인안나 곁을 지나가던 파리 한 마리가 두무지의 행방을 일러주었다. 곧 인안나도 두무지가 있는 곳을 찾아냈지만 그를 다시 지상으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안나가 다시 지상으로 올라올 때처럼 두무지를 대신할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사실 두무지가 사라진 동안 지상에는 땅이 메마르고 곡식이 말라 인간들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인안나는 이런 현실을 이용해 타협을 해 두무지를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두무지는 일년 중 반은 지하세계에 머물러야 하고 나머지 반은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즉 두무지가 없는 동안 지상은 겨울이 계속 되었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면 곡식이 풍성한 여름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지하세계에는 인안나와 자매인 에레쉬키갈이 있었다.

 

두무지의 아내가 인안나(Inanna)였으며, 누이는 게쉬티난나 즉 게스트-인안나(Gesht-Inanna)’였다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쉬티난나의 이름 그대로의 뜻은 인안나를 대신하다라는 의미로 인안나와 게쉬티난나, 두무지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신화적 장치일 수도 있겠다.

 

게쉬티난나는 만물이 자라고, 새싹이 돋아나며, 초목이 푸르게 될 시간을 상징한다. 한편 게쉬티난나의 오빠인 두무지는 신선한 풀과 초목이 푸르게 돋아날 때 양떼들을 돌보는 목동이었다. 따라서 두무지와 게쉬티난나는 지상에 있을 때 죽음의 문으로부터 지상의 동물들과 식물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결국 인안나와 두무지 신화에서 두무지와 그의 누이 게쉬티난나가 지하세계와 지상을 일년에 한 번씩 왕래한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 즉 곡식을 재배할 수 있는 6~7개월과 그렇지 못한 5~6개월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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