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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에메쉬는 '여름과 겨울 논쟁'에서 왜 패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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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수메르) 신화에서 에메쉬(Emesh)는 식물의 신으로 지상의 숲들과 들과 양과 말에 대해 책임을 맡기려는 엔릴의 소망에 따라 창조되었다. 그는 땅의 풍요로움 및 여름과 관련이 있다. 도상학에서 쟁기를 든 알려지지 않은 신이 에메쉬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에메쉬 이야기는 단독으로보다 ‘여름과 겨울 논쟁’이라는 수메르 창조 신화 속 일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식물의 신이자 여름의 신 에메쉬(Emesh). 출처>구글 검색

여름과 겨울에 관한 논쟁 또는 에메쉬(Emesh)와 엔텐(Enten) 신화는 기원전 3000년 경에 토판에 쓰여진 수메르 창조 신화다. 수메르 문학을 통해 알려진 일곱 가지 논쟁의 주제가 있는데 그 중에는 양과 곡물의 논쟁, 새와 물고기의 논쟁, 나무와 갈대의 논쟁, 은과 구리의 논쟁 등이 있다. 이 주제들은 글이 완성된 후 몇 세기 후에 나왔다. 이 논쟁들은 철학적이면서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룬다.

 

이 신화는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 수메르학의 대가 사무엘 노아 크레이머(Samuel Noah Kramer, 1897~1990, 미국)가 식물의 신으로써 에메쉬와 엔텐을 처음으로 규정했으며 두 문화적 실체 사이의 시[詩]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식물의 신 에메쉬와 엔텐은 후에 여름과 겨울의 자연 현상과 동일시되었다. 신화는 낮과 밤의 창조 순서, 음식과 다산, 날씨와 계절, 관개용 수문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늘의 신 안(An)은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들어 네 번째 날을 낳았다. 그는 세상이 사람들로 꽉 차게 했다. 바람과 대기의 신(Enlil)은 거대한 황소처럼 대지에 발을 디뎠다. 땅의 제왕 엔릴은 풍요로운 낮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더불어 밤을 빛나게 만들고, 식물들이 자라게 만들며, 보리를 풍부하게 만들며, 봄 홍수를 보장해 주고, 여름에는 하늘의 수문을 닫게 하며, 겨울에는 풍부한 물을 보장해 주었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은 형제로 의인화되었고 엔릴과 닌후르삭(Ninhursag)의 자식들로 묘사되었다. 여름과 겨울의 운명은 각각 풍성한 수확을 가져오는 계절과 봄 홍수를 가져오는 계절로 묘사되었다. 엔릴은 거대한 언덕(대지의 여신 닌후르삭을 말함), 산과 관계를 맺고 그 뱃속에 여름과 겨울 곧 풍성함과 생명력을 채워 넣었다. 엔릴이 대지와 관계를 할 때 황소처럼 굉음이 울려 퍼졌다. 언덕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냈고 밤에 여름과 겨울을 낳았다. 닌후르삭(언덕)과 엔릴은 여름과 겨울에게 언덕의 깨끗한 식물들을 먹여 키웠다. 시간이 지나자 엔릴은 여름과 겨울의 운명을 결정하기 시작했다. 여름에게는 엔릴에게 풍부한 수확을 바치게 하기 위해 큰 경작지에 농부를 보내고 소와 함께 땅을 일구는 운명을 맡겼다. 또 겨울에게는 봄 홍수를 관리하는 운명을 주었다.

 

두 형제는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서로의 장점에 대한 논쟁을 시작했다. 치열한 논쟁 끝에 엔릴은 겨울(엔텐)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학자들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 여름(에메쉬)이 패배한 이유로 메소포타미아의 무더운 기후에서 겨울은 농사에 필수적인 물을 제공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여름은 겨울에게 패배를 시인했고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서로의 화합을 이루어냈다.

 

고대 근동에서 창조는 물질적인 면이 아닌 기능적인 면을 지향했다. 즉 창조란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질서를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창조에 대한 이 개념은 고대 근동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신화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크레이머는 구약성서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도 수메르의 창조 신화인 ‘여름과 겨울 논쟁’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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