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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페르딕스, 자고새가 된 발명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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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54, 영국)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있었다. 튜링은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이던 1937년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윈리를 구현한 튜링기계라는 연산장치를 고안해 냈다. 뿐만 아니라 튜링은 2차 세계대전의 전황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독일 나치의 암호기계 이니그마해독에 나서 튜링붐베라는 암호해독기를 개발해 독일군 잠수함 부대의 이동경로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천재의 말로는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집에 도둑이 든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튜링이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것이다. 튜링은 성 문란 혐의로 기소되었고 법원에서 화학적 거세 판결을 받고 대학에서 쫓겨난 뒤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애플사의 로고로 유명한 베어먹은 사과도 튜링의 사과에서 착안했다는 말도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최근에 영국 정부가 공식으로 앨런 튜링에게 사과하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천재들의 삶이 드라마틱하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다. 신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이달로스Daedalus는 그리스 신화의 공인된 천재다. 제우스의 번개와,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테나의 방패인 아이기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활과 화살을 만든 헤파이스토스의 후손이기도 하다. 다이달로스 하면 뭐니뭐니해도 미노스 왕을 위해 만든 미궁일 것이다. 한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미궁은 요즘은 놀이공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고대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만이 그의 연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것을 보면 획기적인 발명임에는 틀림없다.


 ▲조카 페르딕스를 밀어 떨어뜨리는 다이달로스. 사진>구글 검색


천재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나 보다. 미노스 왕은 미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설에 의하면 다이달로스가  아리아드네에게 미궁을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죄를 묻기 위해 다이달로스를 그의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에 가두고 말았다. 다이달로스가 누구인가? 미궁을 발명한 장본인이 아닌가!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미궁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천재의 삶이란 왜 이리도 험난한 것일까. 아카루스는 태양 가까이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어기고 그만 바다에 추락해 죽고 만다. 


다이달로스의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인성만큼은 그리 내세울 게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의 오만함은 거의 패륜 수준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살인미수범이었으니 말이다. 다이달로스에게는 페르딕스Perdix라는 조카가 있었다. 다이달로스 누이의 열두 살 된 아들 페르딕스는 헤파이스의 후손, 다이달로스의 조카답게 발명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물고기의 등뼈를 보고 날카로운 쇠날에 이를 내어 톱을 발명했고, 길이가 똑 같은 쇠막대기의 한쪽을 고정시켜 원을 그릴 수 있는 컴퍼스를 발명했다고 한다. 


다이달로스는 이런 조카가 탐탁스러울 리 없었다.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조카의 재능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조카의 재능을 질투할 수 있을까. 결국 다이달로스는 조카 페르딕스를 아크로폴리스의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행히 아테나의 도움으로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는데 아테나는 페르딕스의 몸에 깃털이 돋게 해서 새로 변신시켰다고 한다. 이 새가 꿩과의 일종인 자고새Partridge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고새가 그리 익숙한 새는 아닐 것이다. 예전에 정글 리얼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데 쉽게 사냥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그리 높게 날지도 않고 개방된 산림 지대에서 사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해 침입자가 나타나면 매우 민첩하게 풀 숲 사이로 몸을 숨긴다고 한다. 아마도 옛 기억 때문이 아닐까? 삼촌에 의해 높은 곳에서 떠밀렸던 경험이 있어서 높이 날지도 못하고 바위 틈에 둥지를 트는 게 아닐런지. 또한 믿었던 삼촌에게 당했으니 경계심이 강할 수밖에. 믿거나 말거나 신화 속 이야기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천재는 타고난다. 하지만 다이달로스 신화를 보면 그 인성까지도 타고나지는 않는 것 같다. 삼촌 다이달로스에 의해 불행한 최후를 맞지 않았다면 또 다른 그리스 신화의 천재였던 페르딕스의 삶은 어땠을까? 설마 피는 못 속인다고 삼촌 다이달로스를 닮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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