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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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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속에 잠의 신 '솜누스'가 있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의 학명은 파파베르 솜니페룸Papaver somniferum이다. 대지의 여신 케레스(그리스의 데메테르)가 딸 프로세르피나(그리스의 페르세포네)를 잃어버리고 세상을 방황하며 괴로워할 때 잠의 신 솜누스Somnus가 이 양귀비를 주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로마 신화에서 솜누스Somnus는 ‘잠’을 의인화한 신이다. 그리스의 힙노스와 같은 신이다. 솜누스는 지하세계를 관장했다.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기원전 70년 ~ 기원전 19년, 로마 시인)에 따르면 솜누스는 죽음을 의인화한 신 모르스와 형제 사이였다. 또 오비디우스(Publius Naso Ovidius, 기원전 43년 ~ 기원후 17년, 로마 시인)에 따르면 솜..
마약, 쾌락과 파멸의 경계에서 나는 육지에서 꽤 먼 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동네 어른들의 대화 중에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말이 있다. ‘누구누구는 아마 아편으로 죽었지?’ ‘해마다 면에서 나와 양귀비밭을 불지르곤 했는데, 그러면 뭘해. 내년이면 또 여기저기 새로 나는데…’ 얼핏얼핏 스치는 얘기들이었지만 아직껏 기억이 뚜렷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할아버지도 젊은 시절 아편을 복용하셨고 그게 이유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편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어서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동네 어른들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았다. 내가 태어난 섬은 일제 강점기 지주의 횡포에 대항해 농민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던 곳이다. 이 농민운동은 해방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일제의 보호아래 성장했던 지주들이 여전히 섬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