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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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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히지 마라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정책을 한 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들 하던가! 현정부 초기 각종 국책사업을 두고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했던 얘기들을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대통령이 다시 국민들에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득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도둑 프로크루스테스가 떠오른다. 그에게는 아주 요상하면서도 살벌한 취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시조영웅이자 아테나이 왕 아에게우스의 사생아였던 테세우스는 아버지가 남긴 신표인 가죽신과 칼 한자루를 찾아..
책과 신화 속 로또, 화수분은 어떤 의미일까? 로또명당이 있단다. 하기야 한 번 일등 당첨자 내기도 힘든데 대여섯번씩이나 일등을 배출했다면 가히 명당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로또명당이라 불리는 어느 곳은 관광코스가 됐다니 한 번 불붙은 로또열풍은 쉽사리 꺼질 것 같지 않다. 반면 관계당국은 로또의 사행성 때문에 2,000원 하던 게임당 지불되는 비용을 1,000원으로 줄이고 최고당첨금액도 대폭 내렸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정부가 허가를 내주고 한편으로는 도박의 일종이라며 규제하고, 마치 정부가 직접 담배장사를 하면서 폐암의 위험이 있다며 정부차원의 금연운동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로또를 목숨걸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얼마나 생활이 팍팍하면 안될줄 뻔히 알면서 그 속에 희망을 담아내는 것일까? 고상한 분들은 사행성 조작이니..
미완성 교향곡에 숨겨진 사랑의 비밀 주요섭(1902~1972)의 /「조광」3호(1936.1) 키프로스의 왕 키뉘라스에게는 스뮈르나라는 예쁜 딸이 하나 있었다. 딸을 어찌나 예뻐했던지 키뉘라스왕은 딸 스뮈르나를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의 아름다움에 견주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아프로디테가 누군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그리스 최고의 미인으로 선택한 신이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그러니 원조 '공주병' 아프로디테가 스뮈르나를 가만둘 리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를 불러 스뮈르나가 처음 본 남자에게 견딜 수 없는 사랑에 빠지도록 스뮈르나에게 황금 화살을 쏘게 했다. 이 어찌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에로스의 황금 화살을 맞은 스뮈르나가 처음 본 남자는 다름아닌 아버지 키뉘라스왕이었다. 이 사건은 스뮈르나뿐만 아니라 아프로디테에게도..
이 겨울 따끈따끈하게 녹여줄 소설 뭐 없을까요? 잠깐의 외출에도 칼바람이 겹겹이 두른 갑옷을 뚫고 살갗을 파고듭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더니 옛말인가 봅니다. 그래도 어릴 적엔 이 말이 맞아들어가는 게 신기했는데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순리마저 왜곡시켜 버린 것 같아 씁쓸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대개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돌아올 월요일에 마음이 초초해지곤 하는데 저는 일요일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녁에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벌써 1년이 넘게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아직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이 신이 부여해준 인간의 순리라면 이 일을 접는 순간까지 일요일 아침이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판도라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열어젖힌 상자에서 여태 튀어나오지 못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그 무엇이 있기에 스스로를 위..
아르고 원정대, 신화여행의 돛을 올리다 한 중년의 남자가 미국에 있는 고급 중국 레스토랑을 찾는다. 동양인답지 않게 키가 크고 골격이 시원시원한 웨이터가 이 중년의 남자에게로 가서 주문을 받는다. 웨이터의 명찰을 힐끔 쳐다본 이 중년 남자가 반가운 얼굴로 말을 시작한다. "제이슨? 자네 이름이 제이슨인가?" "자네는 자네 이름이 고대 그리스 영웅의 이름에서 왔다는 것을 아는가? 물론 고대 그리스에서는 제이슨이라고 하지 않고 이아손이라고 했지. 이아손이 황금 양털가죽을 찾아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어둡고 위험한 바다로 나간 아주 위대한 영웅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보통은 식당에 가더라도 주문을 하는 것 빼고는 웨이터와 말을 섞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오지랖 넓은 중년의 남자는 난감해 하는 웨이터를 붙잡고 열심히 신화 얘기를 해댄다..
여강여호의 이유있는 추천; 신화5選 사람들은 신화를 어떻게 이해할까? 의외로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기야 신화 속에서는 사람이 돌로 변하기도 하고 나무로 변하기도 하며 하늘을 날고 자유자재로 번개도 만들고 천둥을 울리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또 신화하면 어릴 적 그림이 많은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쯤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다듬고 또 다듬어서 아이들이 무리없이 읽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편집된 동화를 신화의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기 일쑤다. 막상 어른이 되어 글자만 빼곡히 적힌 신화를 접하다보면 생소함과 지루함이 먼저 몰려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화는 인류가 걸어온 길이라는 것이다. 그 길이 길수록 다양한 신화가 존재하고 다양한 얼굴의 신들이 활동하기..
연오랑 세오녀가 일본으로 간 까닭은? 신화를 읽다보면 늘 궁금한 게 있다. 신화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픽션으로 치부해도 될까? 정말 신들은 존재했을까? 유아적 호기심같지만 신화에 푹 빠지다 보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참새 방앗간과도 같다. 어린 헤라클레스가 헤라의 젖을 너무 세게 물어 그 젖이 흘러 은하수가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무수한 별들이 빼곡히 박힌 밤하늘을 바라본다. 아니 도심 속 밤하늘엔 신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신화를 읽는 건 신화의 진실을 믿기 때문이다. 진실이란 신의 존재가 아니다. 신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진실이다. 신화 속에서는 신이 인간들을 창조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신을 만든 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은 신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었을 것이다. 신..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삼국유사 -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민음사 거창하고 대담하다.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난해한 책을 과감히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제목을 붙이다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육현실을 볼 때 결코 지나친 자만심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2011년부터 그동안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는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과거를 삭제해 버리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우리교육이 과연 정상적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는 교과서마저 외면한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부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