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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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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내 또 없습니다 현진건의 /1921년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짤막한 대사가 인상깊던 드라마가 있었다. '부부 클리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매회 새로운 주제로 이혼을 둘러싼 부부들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 옴니버스 드라마였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부부의 갈등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얼핏 보면 막장 수준이었지만 시청자의 제보로 제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혼 사유들은 부부의 개인적인 갈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부부갈등의 원인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경제적이고 사회구조적인 원인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곤 한다. 특히 이런 원인으로 인한 이혼 사유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갈등이 오로지 부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혼 사유 중 경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에는 ..
화수분을 꿈꾸며 거리로 내몰린 우리시대 화수분들 전영택의 /1925년 최근 언론의 외면 속에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사측의 집단해고에 맞서 매일같이 눈덮인 아스팔트 위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의 임금은 고작 75만원이라고 한다.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학교측이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한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일당이 최고 12만원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실소마저 자아낼 수 없는 현실에 막막해질 뿐이다. 한편 작년 7월, 결정시한인 6월30일을 넘기면서까지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에 지루하게 진행된 2011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4320원으로 결정됐다. 2010년의 4110원에서 고작 210원 인상된 금액이다. 실업난과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도외시한 비현실적인 결정이다. 게다가 틈만 나면 '서민'을 외치던..
심청은 공동체 살인의 희생양이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 사실은 공동체 살인의 희생양이었단다. 고전 속 심청은 분명 아버지를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러나 소설 속 도화동 사람들은 눈먼 아비를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는 폭력적 이데올로기를 숭배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적 훈육의 결과로 심청이 스스로 희생하였으니 '이념 공동체의 심청 살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념 공동체의 심청 살해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심청이 죽기 전 남긴 대사 어디에도 자신이 죽음으로써 아버지가 눈을 뜬다는 확신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희생이 결국은 아비를 죽게 하고 말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이것은 계약위반이다. 공양미 삼백 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다고 했잖은가?..
혜선은 왜 이혼 대신 자살을 선택했을까? 전영택의 /1919년 1879년 발표된 헨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은 연극이 공연되지 못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었다. 주인공 노라는 '다람쥐'나 '종달새'로 불리면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사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그녀의 역할은 남편을 즐겁게 해주는 인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라는 집을 나가는 것으로 여자로서 아내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헨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은 '여성해방운동의 바이블'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노라의 가출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을까?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가부장적 유교 전통의 뿌리가 견고한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의 굴레를 벗어나..
우리시대 영웅, 멋진 남자, 노무현을 알려주마! "난 그 사람을 남자로 좋아했다. 두번 인터뷰했는데 가장 씩씩한 남자라고 생각했어. 남자다운 게 뭔가. 비겁하지 않은 거, 약점이 없는 게 아니고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꼼수 쓰지 않고 손해 봐도 그냥 간다. 나보다 남자다운 남자는 처음 만났다. 멋졌다. 그 남자.” 김어준 총수의 말이다. 이뿐이던가! 작년 모 시사주간지에서 전문가 집단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우리시대 영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누르고 '우리시대 영웅'으로 등극했다. 나는 왜 노무현을 좋아했을까? '노빠'라는 주위의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왜 노무현 팬클럽을 탈퇴하지 않았을까?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지지하는 정책보다 반대하는 정책이 더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
서평단 제도, 내 책읽기를 방해하는 독(毒)일까? 모 서평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모집에 당첨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책이 도착하지 않아 며칠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젯밤에 동네 수퍼에 들렀다가 내 이름이 적힌 택배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기다리던 책이었다. 수퍼 사장님 말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이틀을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없길래 수퍼에 맡겼다고 한다. 택배상자를 다시 보니 주소가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전화라도 하지...' 서평 마감이 며칠 남지 않아 택배기사에게 원망섞인 생각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개봉하고는 읽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한 곳의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곳저곳 서평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이 마침 올라와 있으면 참여신청을 하곤 한다. 그러나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서평 사이트를 ..
10만원 빌려 51만원 갚고 파산한 사연 염상섭의 /1949년 "근대법에서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해 위법한 이율을 부과하는 행위. 근대사회에 있어서도 금융기관의 기능이 미흡할 때, 자본축적이 미약한 저개발국가에서 투자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때, 금융기관의 금리수준이 현실과 차이가 많아 자금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사금융이 발달하여 고리대는 계속 존재한다." 다음백과사전에는 '고리대금'이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었고 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고리대금이다. 흔히 사채라 부르는 개인간 금융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합법을 가장한 고리대금업이 성행하기도 한다. 길 건너로 여자중학교와 국민학교가 있는 네거리 문방구. 도대체 이 작은 문방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년 반만에..
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염상섭의 /1948년 1층을 덮을만큼 뾰족 튀어나온 2층 처마, 영화에서나 본듯한 벽난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유난스레 크게 들리던 발자국 소리. 어릴 적 자주 놀러갔던 친구의 집은 여느 집과는 달랐다. 뿐만아니라 숨을 길게 들이마시면 바다내음이 가득했던 그 동네는 친구네 집과 비슷한 꼴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어 이국적 향취를 물씬 풍기곤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살던 집이라고만 들었다.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런 집들을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고 불렀다. 적산가옥이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지어 살았던 집으로 말 그대로 적국의 재산이나 적국인 소유의 재산을 말한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일본인들이 살았던 이 적산가옥은 대한민국 정부로 귀속되고 정부는 부족한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적산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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