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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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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으로 발전한 잉카인들의 파차마마 숭배 페루는 안데스 산맥에 화려한 도시 마추픽추를 비롯한 수많은 궁전과 신전을 건설한 잉카와 영원한 동의어지만 실제 잉카 사회는 콜럼버스 이전 긴 역사의 마지막에 불과했다. 잉카 제국(1200년~1532년)은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았지만 모든 페루 역사 중에서 가장 잘 기록된 문명으로 남아 있다. 그 권력의 정점은 100년 남짓 지속되었지만 잉카 제국은 안데스 전역 즉 현재의 콜롬비아부터 칠레까지 5천6백 킬로미터가 넘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다. 정점에서의 잉카 제국의 영향력은 로마 제국의 그것보다 더 길었다. 잉카인들은 태양신 인티와 대지의 여신 파차마마 그리고 달, 천둥, 번개, 무지개 등을 모두 신으로 숭배하는 자연주의적이고 제의적인 민족이었다. 잉카 황제는 태양신의 직계 후손으로 여겨졌다. 안데스 산맥은..
유민 아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공지영(1963~)/1993년 지난 8월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시 미사가 열렸던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부룩한 수염 때문에 더 핼쑥해 보이는 한 중년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 남자는 교황에게 편지 한 장을 건넸고 이 장면은 TV 화면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 중년 남자가 바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 그는 먼 이국 땅에서 온 교황에게 세월호 관련 편지를 건넸고 교황은 방한 내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그들이 보이는 곳이면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였고 위로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황이 떠난 후 대한민국은 조금도 달라지지..
<책 소개>흔적의 역사 흔적의 역사/이기환 지음/책문 펴냄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중요하듯이, 현재를 의미 있게 살아가려면 과거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역사는 기록할 만한 사건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니, 두고두고 만나 대화를 나누어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 한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도 바로 이런 점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역사를 만나야 할까? 역사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해서 갑자기 《조선왕조실록》을 파고들 수도 없고, 두꺼운 학술서나 논문을 탐독하는 것은 더더구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먼저 만나본 안내인과 동행하며, 때로는 물어보고 때로는 대화하며 역사의 핵심으로 접근하는 게 나름대로 효..
한밤중 유령 소동, 이보다 더 웃플 수는 없다 외투/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1809~1852, 러시아)/1842년 세상의 별의 별 유령은 다 들어봤지만 이런 유령 이야기는 또 처음 들어본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칼린킨 다리 근처에는 관리 옷차림의 유령이 밤마다 나타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외투를 강탈한다는 것이다. 참 특이한 취향의 유령이다. 어쨌든 이 유령은 고양이 가죽 외투건, 담비 가죽 외투건, 솜을 누빈 외투건 상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어떤 외투건 보기만 하면 모조리 벗겨 간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경찰이 유령을 잡았다는 것이다.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사실이다. 더 황당한 것은 잡은 유령을 놓치게 된 사연이다. 유령을 잡은 경찰은 기쁨에 젖어 코담배를 꺼내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려고 했는데 담배 냄새가 너무 독해 오..
<책 소개>난중일기 난중일기/이순신 지음/박지숙 엮음/보물창고 펴냄 영화 '명량'이 연일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전국이 온통 이순신 열풍과 신드롬에 휩싸여 있지만 나는 여태 '명량'을 보지 못했다. 천편일률적으로 행해지는 유행에 대한 반감이 가져온 참극(?)이다. '명량'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개는 이순신 리더십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 같다. 하기야 세월호 정국을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만 있을 뿐 광복절 기념사에서 단 한 줄의 세월호 관련 발언도 하지 않은 대통령을 대신해 먼 이국 땅에서 온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있으니 이보다 불행한 시대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행복이라는 말이 낯선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매일매일 쏟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