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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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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진짜 이유 때마침 우연히 상경하여 내 그림을 보시게 된 백부님께서는 “지금 이 필법을 계속 다듬어서 니 것으로 만들어라” 하시면서 칭찬해 주셨는데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어쩌면 끊어졌을지도 모를 당신의 필맥(筆脈)이 조카에게 대물림되는 순간을 만끽하듯 흡족한 미소를 지우며 한참을 보고 계셨다.공모전에 입선한 뒤끝이라 그림이란 것이 별것 아니구나 하는 안이하고 건방진 생각이 한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이렇게 미련하고 어리석은 착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천방지축 날뛰는 젊음 때문 이었을 것이다. -목포시민신문, 2012년 11월5일 인터넷 기사 중에서- 경험이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가는데 소중한 삶의 지혜를 제공해준다. 경험은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
다시는 말(言)의 향연에 홀리지 말자 성석제의 /2011년 아마 5년 전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5년마다였다. 누군가의 말에 홀려 좀비처럼 끌려다니다 5년을 다 채울 즈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 삶의 일부는 이미 악취나는 시궁창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5년을 주기로 기억과 망각을 넘나들고 있다. 5년 전 뒷 겨울 우리네 영혼을 홀리고 만 것은 어이없게도 ‘747’이라는 결코 낯설지 않은 숫자이고 말았다. ‘숫자놀음’이라는 경박한 단어도 있지만 우리는 그 숫자가 주는 장밋빛 미래에 영혼을 홀리고 만 것이다. 실로 대단한 숫자의 위력이었다. ‘경제성장률 연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그 어디에도 내 삶의 질을 담보해주는 숫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복지는 그렇게 샴쌍둥이처럼 하나의 몸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