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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2 국가는 결혼 문제에서 빠져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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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가야마 리카 지음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40대 이상 성인들에게는 낯익은 가족계획 구호들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최고의 가치였던 개발시대 높은 출산율은 국가 경쟁력 약화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가족계획이 지나치게 실천되어서일까? 2000년대 들어와서는 ‘아빠, 혼자는 싫어요’라는 기존과는 정반대의 구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하다니 격세지감이다. 더욱이 1990년대 말부터 반복되는 경제위기는 급감하는 출산율에 기름을 끼얹은 양 연일 호들갑이다. 결국 개인 선택의 문제였던 결혼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미뤄왔던 노총각과 노처녀들은 가족들의 눈치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 등 유교 전통의 사회에서 ‘종족 보존의 의무’를 강요당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결혼이 우울한 문제로 등장해 버렸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가야마 리카의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는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린 결혼을 결혼 본연의 의미로 되돌리려 시도하고 있다. 즉 결혼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족쇄’에서 해방시켜 개인의 문제로 되돌려 놓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혼의 장애 요인을 일본에서 출간된 결혼에 관련된 책들을 위주로 ‘자신의 문제’, ‘부모의 문제’, ‘여성의 문제’, ‘국가정책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고 있다. 그는 결혼의 장애 요인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경제적 문제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의 직업적 판단이었을까? 철저하게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주장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로마시대 전문가로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자신의 로마시대 연구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산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국가의 철저한 경제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일명 타당해 보이는 시오노 나나미의 주장을 저자는 위험한 제안으로 치부한다. 그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연한 일’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시오노가 잡지 <현대>와의 인터뷰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사에 관한 그의 인터뷰를 인용하고 있다.

“언론이 저출산 대책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자녀를 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해 취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문제를 맡기면 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결혼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들은 무엇일까? 좋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이 좋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패러사이트 싱글(캥거루족)로 사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결혼 후 선택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두렵기 때문이다. 가령 이혼이나 출산의 여부 등...

일본 주부들이 ‘욘사마 배용준’에 열광하는 것도 ‘좋은 사람’에 대한 대리만족이다. 영국의 시인 포프가 ‘사랑할 때는 꿈을 꾸지만 결혼하면 잠을 깬다.’라고 했듯이. 비즈니스에는 성공하고 연애는 서툰 나이 많은 여성들은 ‘마귀할멈’으로 취급받고 결혼을 하고 출산할 의지가 있는 여자만이 ‘온전한 사람’ 이 된다. 패러사이트 싱글들에게 경제적 지원만을 강조한다.

이런 장애 요인을 제거한 후 결혼은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사실혼, 별거혼, 연상연하커플, 황혼결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커플, 싱글 마더 등 다양한 형태의 삶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의 결혼을 선택의 문제로 되돌려 놓으려는 주장에는 동의하면서도 결혼 장애 요인으로 현실적 접근은 지나치게 간과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는 편이 좋은가, 하지 않는 편이 좋은가를 묻는다면 나는 어느 편이나 후회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러시아 소설가인 체호프는 ‘만일 고독을 두려워한다면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렇듯 결혼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래서 결혼은 순수한 사랑의 표현이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사랑도 결혼도 강요할 권리가 없다. 기혼자와 미혼자를 선택적으로 지원할 권리도 없다. 결혼은 국가정책과는 별개인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가야마 리카 (예문,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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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