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영웅을 위한 휘날레,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반응형

냉전체제 이후 16년 만에 동서양 진영 모든 선수들이 참가했던 88서울올림픽에서 동독은 금메달 37개로 소련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동독의 37개 금메달 주인공 중에는 훗날 통일 독일의 복싱 영웅이 된 선수가 있었다. 전 IBF 라이트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헨리 마스케는 구 동독 출신으로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해묵은 갈등과 경제수준 차이로 반목을 거듭하던 동독과 서독의 화합에 기여하며 독일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헨리 마스케는 88서울올림픽 복싱 미들급 금메달 뿐만 아니라 1985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복싱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할만큼 한국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아마 복싱 최강자였던 헨리 마스케는 1990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통일 독일의 복싱 영웅으로 등극한다. 1993년 독일에서 열린 프로 복싱 경기에서 미국의 칼 윌리엄스를 판정으로 이기며 IBF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이 된 것이다. 독일 프로 복싱 역사에서 수십 년 만에 탄생한 세계 챔피언이었던 헨리 마스케는 그야말로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헨리 마스케 경기가 열린 날이면 수천만 명의 독일인들이 복싱 경기를 시청했다. 이후 헨리 마스케는 승승장구하면서 10차 방어전까지 성공하며 프로 통산 30전 30승 12KO를 기록했다. 그가 스스로 은퇴 경기라고 공언했던 11차 방어전에서 미국의 버질 힐에게 패하며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다. 결국 헨리 마스케의 프로 통산 성적은 31전 30승 1패 12KO로 마무리 되었다.

 

▲영화 '맥스 슈멜링'에서 열연중인 헨리 마스케 

 

헨리 마스케의 은퇴 경기가 열렸던 1996년 11월 17일, 경기 전 은퇴 기념식에서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과 안드레아 보첼리가 노래를 불렀다. 평서 헨리 마스케와 친분이 있던 사라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화려하게 은퇴 경기를 마치고 싶었던 바램과 달리 헨리 마스케는 도전자였던 미국의 버질 힐 선수에게 판정패하고 말았다. 쓸쓸히 링을 내려오는 헨리 마스케를 향해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하더니 약속이나 한 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헨리 마스케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 관중들이 부른 노래는 경기 전 은퇴 기념식에서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이 불렀던  '타임 세이 투 굿바이(Time Say To Goodbye)'였다. 이 날 이후 이 음반은 세계적인 명반이 되었다고 한다.

 

관중들이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는 영웅을 보내는 독일 국민들의 애전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혼자일 때면 수평선을 꿈꾸며 침묵에 잠깁니다/그래 알아요/당신이 나와 함께 있지 않다면/방안에 태양이 없을 때는 빛도 없다는 것을'. 은퇴 이후 헨리 마스케는 독일의 또 다른 복싱 영웅을 다룬 영화 '맥스 슈멜링'(2010)에서 주인공인 맥스 슈멜링을 연기하는 등 배우로 변신했다.

 

단 한 번의 패배로 쓸쓸히 퇴장하는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에 비하면 헨리 마스케는 가장 행복한 선수가 아니었을까? 스포츠가 아름다운 것은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