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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야신 김성근, 꼴찌 한화를 일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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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를 일등으로/김성근 지음/박태옥 말꾸밈/자음과모음 펴냄

 

대전에서 10년 조금 넘게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팬들의 뜨거운 야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언제부턴가 만년 꼴찌라는 꼬리표가 붙어버린 한화이지만 팬들의 한화에 대한 사랑은 야구장에서 혹은 야구 경기를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공간이면 어디에서나 식을 줄 몰랐고 꼴찌 탈출이 아니라 가을 시즌 출전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기아의 전신이었던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응룡 감독이 한화 사령탑이 되었을 때 한화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류현진의 부재를 아쉬워 하면서도 빙그레 이글스의 영광 재현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 부임 이후 2년 연속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한화팬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말았다. 직접 원하는 감독을 청원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화팬들이 그토록 바랬던 감독은 야신 김성근이었다. 그는 SK 와이번스를 2007년, 2008년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정상으로 우뚝 서게 한 명장이었다. 한화 구단도 한화팬들의 염원과 청원을 거부할 수 없었던지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으로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어쩌면 팬들의 압력(?)으로 감독이 된 첫 번째 프로야구 사령탑일지도 모르겠다. 

 

1960년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에 동아대 선수로 뛰던 김성근 감독을 처음 보았다. 그때부터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를 재패하고 헹가래를 받는 모습까지 마치 흑백 필름처럼 나의 뇌리 속을 스쳐간다. 숱한 고난과 견제를 극복하고 야신으로 우뚝 선 그는 역경을 이겨낸 인물의 표상이다. -허구연(야구 해설가)의 <꼴찌를 일등으로> 추천사 중에서- 

 

▲꼴찌를 일등으로/김성근 지음/자음과모음 펴냄 


아무리 야신이라지만 한화팬들의 간절한 염원을 모를 리 없는 김성근으로서는 한화 새 감독직 수락이 그리 편한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쨌든 김성근 한화 신임감독은 수비력을 팀 전력 강화 우선 순위로 꼽고 체제 정비에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김성근 감독은 “ABC부터 밟아가는 단계다. 누구를 데려오고 보강하고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라며 기존 전력을 집중적으로 조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수비가 취약했다며 투수는 물론 내외야 수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졌다!’ 싶은 생각이 스친다. 차마 못 보겠다. 눈을 돌린다. 조명탑의 불빛이 눈앞에서 번쩍인다. 째깍째깍, 순간 환호성이 내 옆에서 들린다. 더그아웃의 우리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뛰쳐나간다. 이긴 거다. 병살플레이가 성공한 거다. 아! 세번째도 살아났다. 선수들이 기적을 일궜다. 내 얼굴에 비로소 활짝 웃음꽃이 피어난다. 환한 조명만큼이나 환한 웃음이. 한국 시리즈 2연패다. 작년에 우승할 때보다 기분이 더 좋다. 마음껏 환호성을 지르고 싶다. 우리 팀이 추구하는 앞선 야구, 창의적인 야구가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작년 우승을 ‘어쩌다’라거나 ‘우연히’라고 믿고 싶어 하던 사람들에게 멋지게 한 방 먹였다.<중략>
일구이무(一球二無), 삼세번도 없고 두 번도 없다. 한 번 던진 공을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작은 세상 하나가 창조된다. 타자가 치는 공 하나에도, 수비수가 잡는 공 하나에도 ‘다시’란 없다. 그래서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고, 진정으로 최선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 -<꼴찌를 일등으로> 중에서-

 

<꼴찌를 일등으로>는 김성근 감독이 솔직담백하게 밝히는 인간 김성근의 이야기이다. 비록 5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새삼 들춰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화팬들 사이에 10년 넘게 살아서인지 한화팬은 아니지만 한화의 성적이 그 날 그 날의 일희일비를 좌우하는 준 한화팬이 돼버린 탓이다.

 

김성근 감독은 <꼴찌를 일등으로>에서 자신은 '야구장에 있는 게 곧 즐기는 것이고, 쉬는 것'이라며 야구는 '내 모든 것의 원천'이라고 했다. 김성근 감독과 더불어 한화팬들도 오랫만에 야구장에서 즐기고 쉬는 일상이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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