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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독자는 왜 베스트셀러를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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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의 역사/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이상해 옮김/까치 펴냄

 

1964년 출생의 헌법학자로서 현재 파리 제5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프레데리크 루빌루아(Frederic Rouvillois)가 쓴 이 책 <베스트셀러의 역사(Une histoire des best-sellers)>는 2011년 간행 직후에 프랑스 독서계에 큰 화제를 불러왔다. <르 피가로>, <렉스프레스>, <미디어파트> 등의 유력 미디어에 서평과 저자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으며, 2011년 말에는 문예지 <리르>에 의해서 “올해의 최우수 서적”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16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 혁명이 일어난 유럽과 미국을 축으로 하여 400여 권의 풍부한 사례를 들어 500여 년 동안의 베스트셀러의 정체와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데, 그 조건의 역사적인 변천 그리고 특정 베스트셀러가 나타난 시대상 및 사회상을 고찰함으로써 베스트셀러 탄생의 비밀을 “책,” “저자,” “독자”의 세 관점에서 분석한다.


우리는 언론 매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베스트셀러들을 접한다. 그러나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중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은 극히 일부이다. 책의 성공(판매부수)과 문학적 가치(질)의 문제는 정의하기 어렵고,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논란이 분분한 문제이다.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너무나 어려워서 외면받아야 마땅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스티븐 호킹의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의 예상 밖의 대성공, 현재는 고전으로 추앙받는 스탕달의 <적과 흑>이나 피츠제럴드가 8만 부 이상을 꿈꾸었던 <위대한 개츠비>의 초라한 성적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에는 깜짝 놀랄 일들이 넘쳐난다. 애서가이자 독서광으로 파리5대학 공법(公法)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여러 책들을 저술한 이 책의 저자 프레데리크 루빌루아는 이러한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분석한다.

 

 

 첫 번째로 저자는 “책, 베스트셀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성공과 문학적 가치는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를 정의하는 데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치(즉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달성했는가)와 시간(즉 극히 짧은 순간에 성공에 도달했는가, 혹은 뒤늦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과 지역(즉 국경을 초월하여 사랑받았는가)이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나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당대에 공전의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제7권은 전 세계 동시 발매 첫날에 1,100만 부에 도달했다. 반면 스탕달의 <적과 흑>은 초판 발행부수가 750부밖에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전이 되었다. 1726년에 출간된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1800년 이전까지 유럽에서만 100개 이상의 판본이 나온다.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살펴보는 두 번째 방향은 “저자,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작가 혼자서는 절대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베스트셀러는 결코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것은 일관된 작법이나 대필자의 도움 때문이기도 하고, 발행인이나 미디어, 영화산업의 영향이기도 하고, 검열이나 소송 등 국가와 법정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할리퀸 시리즈는 틀에 박힌 듯 똑같은 형식에도 꾸준히 사랑받는다. 알렉상드르 뒤마나 쥘 베른의 뒤에는 대필자들의 존재가 숨어 있었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저자가 건넨 원고를 빼돌린 발행인 펠트리넬리로 인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D. H. 로런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모두 검열과 소송으로 인해서 열광적인 판매 붐이 일었다.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는 1961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이후, 2007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억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살펴보는 마지막 방향은 “독자, 왜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가”이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들을 살펴봄으로써 몇 가지 맥락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의 15위까지 목록에는 종교서적이 네 권, 정치 관련 텍스트가 네 권, 실용서 혹은 교과서가 두 권, 소설이 다섯 권이었다. 이를 통해서 구원을 얻기 위해서나 성공을 일궈내기 위해서 책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남들과 구별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더불어 취향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서 책을 사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서>나 <코란> 등은 종교적 베스트셀러이다. <마오쩌둥 어록>이나 <나의 투쟁>과 같은 정치 관련 텍스트도 있다. 문학상을 받은 책들이 어마어마하게 성공하고, 읽지 않을 책들을 장식용으로 사기도 하는 것은 남들과 구별되고자 하는 욕구이다. 에드거 포, 애거사 크리스티와 같은 소설가들의 인기는 기분 전환용 문학의 역할을 대변한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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