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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정몽준 반값등록금 인식은 버스요금 70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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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방송토론에서 공성진 후보는 정몽준 후보에게 버스 기본요금이 얼만지 아느냐고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정몽준 후보의 대답은 전국민의 씁쓸한 웃음거리가 됐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했는데 요즘 카드로 타면 한 번 탈 때, 70원 하나"

 

당시 서울시 버스요금은 1000원이었다. 수 조원의 재산을 가진 서민(?) 정몽준 후보의 코미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당대회 정견 발표 때는 버스요금 70발언을 의식한 듯 버스요금을 잘 몰라서 송구스럽고 속상했다면서 느닷없이 교통카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지지자로부터 티머니 교통카드를 선물로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정몽준 후보가 꺼내든 교통카드는 일반인용이 아닌 청소년용이었다. 정몽준 후보의 서민 코스프레가 다시 한번 전국민의 배꼽을 빼놓는 순간이었다 

 

▲과거 정몽준 후보의 '서민 코스프레' 

 

이랬던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이번에는 서민을 자처하면서 수 조원 재산가 서민(?)다운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어제 대학생 기자들과 만난 정몽준 후보는 반값등록금에 대해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리고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정 후보는 우리나라 대학이 최고의 지성이라는데 반값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학의 예를 들어 등록금보다는 기숙사 문제를 해결해주고 장학금을 더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재직 당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서민 이미지를 선점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의 반값등록금 반대 입장은 과거 버스요금 70때처럼 그가 얼마나 일반 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서민들의 고달픈 일상에 티끌만큼의 관심이나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기야 별천지에서 온 사람들도 느닷없이 서민으로 변신하는 선거철이지 않는가! 손에 물 한번 안 묻혔을 것 같은 공주(?)도 서민이 되는 마당에 수 조원 재산가가 서민이 되지 말라는 법 또한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현실을 한 번 들여다보면 이들의 서민 코스프레선거용을 넘어 서민에 대한 심각한 모독임을 알게 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3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국공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5395달러로 34개 회원국과 8개 비회원국을 포함한 전체 42개국 중에서 아일랜드, 칠레, 미국에 이어 OECD 국가 중 4위를 기록했다.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도 9383달러로 미국, 슬로베니아, 호주에 이어 4위였다. 각각 2위를 기록했던 2009년 조사 때보다 순위가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단순비교가 어려운 것이 슬로베니아는 등록금이 있는 대학이 1% 정도에 불과하고 호주는 전체 대학 중 4%만이 사립대학이다. 문제는 높은 대학등록금이 민간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OECD 교육지표'. 자료>한겨레 

 

우리나라의 GDP(국민총생산) 대비 공교육비의 민간부담 비율은 2.8%로 같은 조사에서 13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은 0.9%이다. 하지만 정부부담 비율은 4.8% OECD 평균(5.4%)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정부가 공교육비 투자가 가장 적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국가장학금을 늘려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더 큰 문제만 야기시키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대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빌려주고 취업 후 소득이 발생하면 갚게 하는 방식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상환 실적이 크게 저조하고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도 허다하다. 심각한 취업난 때문이다. 게다가 취업을 하더라도 대부분 비정규직이어서 고금리의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또 다시 최고 7.1%에 이르는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2.9%의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게 관련 법률을 개정했지만 지금과 같은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결국 반값등록금 대신 장학금을 통한 등록금 인하는 정부의 꼼수였음이 드러난 것이다.현실이 이런대도 정몽준 후보는 반값등록금을 포함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진지한 고민은 커녕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을 폄하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백두대간을 파헤치는 데 수 십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부은 자들이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는 어쩌면 이리도 인색한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정몽준 후보는 여전히 버스요금을 70원 쯤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대학등록금 천만 원 시대 서민들의 팍팍한 삶이 보이지 않을 리 없다.

 

서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모른다면 어설픈 서민 코스프레는 집어치우는 게 좋다. 유행 지난 옷처럼 이제는 지겹고 짜증난다. 차라리 지금은 서민들의 힘겨운 일상을 잘 모르지만 시장이 되면 서민들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두겠다고 말해라. 그런 솔직함이 표 구걸하는 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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