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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그것이 알고 싶다, 칠곡계모사건과 스톡홀름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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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미국, 은행강도사건이 보도됐다. 그런데 CCTV에 찍힌 강도는 미국 최고 언론재벌 허스트 가문의 큰 딸 패티 허스트였다. 패티는 은행강도사건 2달 전에 급진적 좌파 도시 게릴라 공생해방군(SLA, Symbionese Liberation Army)에 납치됐었다. 인질이었던 패티가 어떻게 납치범들과 한패가 되어 은행강도사건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1975년 패티가 SLA 조직원들과 함께 체포되었을 때 변호사들은 그녀가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패티가 단순히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에 범죄에 가담했다는 변호사와 심리전문가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CCTV 속 패티는 계속 웃고 있었고 자신이 직접 녹음한 음성 메시지에서는 타니아로 다시 태어났다며 부모에게 욕설을 하고 SLA 심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한 꼼수였다는 것이다. 결국 패티는 35년형을 선고 받았고 이후 카터 대통령 시절 감형을 받았고 클린턴 대통령 당시 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1973 823일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은행인질사건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 당시 인질들은 범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워졌고, 풀려났을 때도 인질범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스웨덴 범죄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는 이 현상을 두고 처음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썼다. 즉 인질사건과 같은 극한상황에서 인질들은 강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으로 인해 인질범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은 것을 고맙게 여기고 차츰 인질범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매맞는 아내와 학대받는 아이들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24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칠곡계모사건의 피해 아동들도 스톡홀름 증후군이 의심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새엄마가 욕조에 물을 받아 머리를 넣기도 하고, 이틀 동안 굶기기도 하고, 목을 졸라 실핏줄이 터지고, 열중쉬어 자세로 청양고추 10개를 먹이는 등의 학대를 했지만 정작 피해 자매는 심각한 학대를 받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신이 동생을 죽인 가해자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판사에게 새엄마의 선처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의는 "학대를 가하다가도 때로는 보살피거나 사랑을 표현하면 더 크게 와 닿기 때문에 정말 이것을 믿고 싶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이다"라며 스톡홀름 증후군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톡홀름 증후군과 반대 개념으로 리마 증후군(Lima syndrome)이 있다. 1996 12월 페루의 반정부 조직 투팍아마루 혁명운동(MRTA) 요원들이 일본 대사관을 점거했다. 그들은 페루 정부군에게 검거당한 1997 4월까지 400여 명의 인질들과 함께 지냈다. 점거 기간이 길어지면서 인질범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질들이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허용해 주었으며, 미사를 열기도 했으며, 의약품이나 의류 반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인질범들은 인질들에게 자신의 신상까지 털어놓기도 했다. 스톡홀름 증후군과 반대로 인질범이 인질에게 정서적으로 동화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사건이 일어난 페루의 수도 리마의 명칭을 본따 리마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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