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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김시곤 폭로로 본 한국언론의 민낯과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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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부 국제기구(INGO)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매년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전 세계 18개 비정부 기구와 150여 명의 언론인, 법률전문가, 인권운동가 등이 작성한 설문을 토대로 각 나라의 언론자유 수준을 평가해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이 리스트가 바로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wide Press Freedom Index)’. 줄여서 언론자유지수(Press Freedom Index)’라고도 한다. 언론자유지수를 평가할 설문에는 다원주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기검열 수준, 제도 장치,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뉴스 생산 구조 등이 포함된다.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 기관은 국경 없는 기자회 말고도 국제언론인협회와 프리덤하우스가 있는데 국제언론인협회는 사실상 전 세계 언론사 사주들의 모임이고, 프리덤하우스는 미국내 보수 성향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국경 없는 기자회 발표만큼 공신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와 함께 정치 선진국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kbs 보도와 인사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보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각국의 언론자유지수는 5단계로 구분된다. 즉 언론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국가(Good Situation), 언론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국가(Satisfactory Situation), 언론자유에 문제가 있는 국가(Noticeable Problems),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국가(Difficult Situation), 언론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국가(Very Serious Situation).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일까? 최근의 언론상황 특히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이 연일 폭로하고 있는 공영방송 KBS의 최근 상황을 살펴본다면 국경 없는 기자회의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따르면 지난 5 3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사과요구가 있었지만 길환영 KBS 사장의 지시로 9시 뉴스에 반영하지 못해 대신 자막 뉴스로 처리했다고 폭로했다. 5 5일에는 길 사장이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슈&뉴스에서 해경 관련 분량이 대부분 빠진 채 방송됐다. 뿐만 아니라 5 6일에는 뉴스 예고에서 대통령 소식이 빠진 것을 본 길 사장이 전화를 해 세 번째이던 순서를 두 번째로 바꿔 방송했다고 한다. 그것도 뉴스 시작 불과 15분 전에. 사실상 정부가 공영방송 KBS를 정권홍보용으로 활용해 왔다는 폭로인 셈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방송통제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폭로되기에 이른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을 때 길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눈물까지 흘리며 회사를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정권의 KBS 통제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본격화됐다. 김시곤 전 국장은 뉴스에 개입을 안 했던 사장으로 정연주, 이병순 전 사장을 꼽으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KBS 뉴스에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덧붙여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청와대가 KBS 뉴스에 사사건건 간섭해 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작심한 듯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는 계속 이어지지만 이것만으로도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이 어느 정도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 흰색에서 검정색으로 갈수록 언론부자유국

 

이번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는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시절 보도지침이라는 한국 언론의 흑역사를 연상시킨다. 1980년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는 언론통폐합에 이어 언론기본법을 제정해 언론통제의 기초를 마련하고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정부 부서까지 신설했다. 전두환 신군부는 매일 각 언론사에 기사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보도지침을 시달해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다. 심지어 방송의 경우에는 뉴스 큐시트를 청와대로 보내 뉴스의 크기와 배열을 사전에 심의 받기도 했다. 총만 안 들었지 전두환 정권과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가 이리도 닮았을까?

 

내친 김에 우리나라 언론 흑역사를 하나 더 소개해 보자. 1972년 장기집권 프로젝트인 유신헌법을 공포한 박정희 정권은 긴급조치를 발동하고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동아일보 기자 180여 명은 12974 10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그러자 당시 중앙정보부는 광고주들에게 동아일보 광고를 전면 금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광고탄압을 저질렀다. 결국 동아일보사는 1975년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110여 명의 자사 기자들을 강제 해직시켰다. 이른바 동아일보 강제 해직 사태는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과 함께 대한민국 언론사의 가장 큰 오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4년 우리나라 언론자유 수준은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국가(Difficult Situation)’ 단계로 전체 조사대상국 180개국 가운데 57위를 기록했다. 50위였던 2013년보다 7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해마다 언론인 해직 사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지난 대선 당시에도 불공정 보도가 심각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예상보다 높은 순준으로 평가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남아시아의 파푸아뉴기니나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동유럽의 몰도바보다 낮은 순위라니 세계 10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우리사회 구석구석 폐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역할과 의무를 생각할 때 정권의 개(WatchDog)가 된 언론의 민낯은 차마 들여다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언론자유와 독립언론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고 있어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는 희망이다. 권력과 자본, 언론 사주 어느 누구도 언론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뿐인 언론의 성역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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