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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김재철 낙선으로 본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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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면서 한국 언론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까지 추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비판 기능은 상실한 채 권력 감싸기에만 열두하고 있는 모습은 비단 어느 한 두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향한 분노나 울분보다는 엉뚱한 데로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한 상황까지 왔을까.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현지시간으로 1일 발표한 '2014 언론자유 보고서'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프리덤하우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32점으로 조사 대상 197개국 중 64위라고 발표했다. 프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 보고서'는 조사 대상국의 언론 자유에 따라 점수를 매겨 '언론 자유국', '언론 부분 자유국', '언론 부자유국' 등 세 등급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언론 자유국' 지위를 상실한 이후 '언론 부분 자유국'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이 이렇게된 데는 이명박 정부 이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등 언론 자유를 만끽했던 우리 언론은 이명박 정부의 시대를 역행하는 언론통제로 꿀먹은 벙어리가 됐고 여태 입을 못 떼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언론에게 권력은 금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요즘 가장 즐겨보는 뉴스 채널은 JTBC다. 종편(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 아니 뉴스라기보다는 특정 정파와 이념의 나팔수를 자임한 종편 뉴스들을 볼 이유가 없었던 필자가 어느날 갑자기 JTBC 뉴스를 즐겨보는 데는 MBC 출신 아나운서 손석희 때문이었다. 많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정 방송 소신 하나만으로 JTBC 사장직을 승낙한 손석희를 보면서 사실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JTBC 뉴스는 손석희 사장 말대로 바뀌고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국내 방송 환경에서 그나마 볼만한 뉴스가 생긴 것이다.

 

한때 필자가 볼만했던 뉴스는 MB에서 평일 저녁 9시면 방송했던 '뉴스 데스크'였다. 지금 JTBC 뉴스를 보는 것처럼 그나마 신뢰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비단 필자만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로 MBC 뉴스는 추락을 거듭했고 민영방송인 SBS 뉴스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지경까지 되고 말았다. MBC 뉴스에서 국민은 사라지고 방송 화면은 오로지 권력과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종편의 등장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일환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권력과 언론의 동반자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 중심에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있었다. 

 

▲사진>시사포커스 

 

MBC 몰락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되던 김재철이 사장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2010년 2월 이명박 정부는 엄기영 사장 후임으로 김재철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정부 출범 이후 애초에 기획했던 언론장악 음모를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고 있던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의 반대 여론이 먹힐 리 없었다. 김재철은 사장이 되자마자 이명박 정권의 충견 역할을 자임하게 시작했다. '큰집 쪼인트 사건'은 그 와중에 일어난 유명한 일화로 알려졌다. 그 진상은 이렇다.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었던 김우룡은 김재철 체제 이후 MBC 인사 단행에 대해 '큰집(청와대)이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당시 김재철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친 프로그램을 결방시켰고,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김미화씨를 하차시켰다. 또 4대강 사업 문제점을 파헤친 시시 고발 프로그래 '피디 수첩'의 한학수 PD 등 관계자들을 비제작 부서로 발령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등 방송을 이명박 정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와 그런 정권에 충견 역할을 했던 일부 언론인들로 인해 '언론 자유국'이었던 우리나라 언론은 2011년 '언론 부분 자유국'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결국 김재철 사장은 MBC 노조와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사퇴라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끝내 MBC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랬던 김재철이 다가올 지방선거 사천 시장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꼴찌로 탈락했다고 한다. 사필귀정이다. 한국 언론을 황폐화시킨 장본인이 사천 시장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는 것 자체가 사천 시민들에게는 치욕이 아니었을까. 양심은 늘 드러내지 않을 뿐 살아있다. 통제와 억압이 강해질수록 국민들의 살아있는 양심은 언제 폭발할지 모를 휴화산으로 커가고 있다는 것을 현 정부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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