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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그것이 알고 싶다 일베,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인격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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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은 분명 민주주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혼란으로 비치기도 하고, 반목과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참여와 수렴이라는 민주주의의 작동 시스템은 그것을 다수의 행복과 소수의 배려로 정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다양성에는 '품격'이라는 전제가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맘껏 드러낼 수는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베와 행게이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 편이 전파를 탔다. 과연 이들의 행위도 민주주의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최소한의 '품격'마저 갖추지 못한 그들에게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적용해서 면죄부를 줘도 되는지 말이다. 필자의 결론은 결코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왜?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에서 '전라도 개XX들은 총알도 아깝고 그냥 몽둥이로 줘패야 한다'는 등의 전라도 비하글을 주로 올린다는 한 일베 회원은 그런 글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음을 밝혔다. 말투나 사투리 등 미개한 문화 같은 것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일부 경험을 일반화해서 전라도 사람들 전체를 모독하는 글쓰기를 눈감아줄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그 이용자는 타인의 감정이나 상처는 생각 안하느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성도 못 느끼고 남의 기분을 생각하면서 인터넷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냥 다 반 장난인데 그렇게 비도덕적이라고 생각 안한다. 저는 제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경험하지 못했던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품격'의 문제다. 품격없는 표현의 자유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일베에서 주로 언급되는 용어들은 '노무현', '전라도', '종북', '빨갱이', '홍어' 등이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주검 사진을 두고 '햇살 봐라. 날씨 죽이네. 홍어 좀 밖에 널어라', '5월 18일 주말을 맞아 광주 수산시장을 찾은 많은 주민들이 진열돼 있는 홍어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라는 글이 회원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이들의 표현의 자유, 다양성을 어디까지 용납해 줘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살인만이 범죄가 아니다. 정신적 살인 즉 '인격 살인'은 범죄의 유무를 떠나 개인이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살인 행위와 마찬가치다.

 

방송에서는 일베 이용자들의 일탈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도 내놓았다.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이라느니, 특정 세대가 민주주의 논제를 독점한 데서 오는 거부감 등이 일베가 태어난 이유로 설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인격 살인'이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 비단 일베 뿐만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은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민주주의의 열매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과 타인의 사상과 이념을 인정할 줄 아는 이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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