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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박근혜 사과, 국민을 졸로 보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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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래도 사안이 사안인만큼, 아니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엄청난 현실 앞에서 기존과는 달라졌겠지 일말의 기대는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이었다. 이번에도 국민 앞에 서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간접 사과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국무위원만 보이고 유족과 국민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영혼없는 사과라면 차라리 하지를 말지, 이제는 국민을 졸로 보는 대통령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유족들이야 오죽했겠는가! 분노한 세월호 사고 유족들은 박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진행중인 성금 모금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형식 뿐만 아니라 사과 내용도 진정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적폐'라는 표현을 쓰며 은연 중에 대통령 자신과 현 정부를 이번 세월호 사고의 제3자임을 드러내는 화법을 썼다. 또 다시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이 등장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세월호 사고를 막지 못한 것도 사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아 희생자를 더 키운 것도 모두 대통령과 현 정부의 책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피살된 김선일씨 사건을 두고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국회 교섭 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노무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만 부리고 있으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뢰'는 철저히 연출된 것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결국 유족들은 '꼴도 보기 싫다'며 박 대통령의 근조 화환을 합동분향소 밖에 치우는 것으로 불만과 분노를 표출했다. 

 

 

▲ 박근혜 대통령 조화가 합동분향소 안에 강창희 국회의장, 이명박 전 대통령 조화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경향신문

 

 

 

▲'꼴도 보기 싫다'는 유족들의 요구로 박 대통령 조화를 돌려세워 놓았다. 사진>경향신문

 

 

결국 박 대통령의 조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 조화 등과 함께 분향소 밖으로 치워졌다. 사진>노컷뉴스

 

분노 없는 애도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한편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도 대통령과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50% 이상의 강력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참 희한하고 이상한 나라다. 국민들은 연일 비난과 비판을 쏟아내지만 지지는 좀처럼 철회하지 않는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이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정치공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언론의 비판 기능 상실이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에 한 몫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철저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은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사망자 유족은 물론 국민들의 항의와 비판이 언론에 의해 철저하게 봉쇄되고 있다. 심지어 실종자 가족들은 국내 언론을 거부하고 외신들만 상대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내 언론이 현장 상황은 물론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의 불만과 요구를 제대로 보도해 주지 않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어제 단원고 유가족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이 더 이상 유가족에게 미안해하지 말길 호소했다. 대신 업무성과와 밥그릇 싸움으로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 관계자들,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으면서 아이를 찾으려고 허둥대는 학부모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정부 및 관계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애도보다는 분노해 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분노하지 않으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내가 당장 불편하지 않다고 분노를 접는다면 언젠가 나 자신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대통령이, 어떤 정치인이 분노하지 않은 국민을 무서워하겠는가! 길거리에 나서고 촛불을 드는 것만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권력을 지지하지 않는 행위는 가장 합법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분노의 표출 방법이 될 수 있다. 분노하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고, 그때는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도 지금의 분노는 갑작스레 달궈진 냄비가 되어서는 안된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향한 가장 진심어린 애도도 부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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