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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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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카이로스(Caerus)는 시간, 기회, 유리한 순간, 행운 등을 의인화한 개념이자 그것들을 관장하는 신이다. 그는 적절한 순간에 일이 일어나도록 통제하며 적절한 순간 즉 기회를 상징한다. 카이로스는 또 가장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가장 편리하고 적당한 기회를 창조하는 신으로 묘사되었다. 그는 적절한 상황을 상징하지만 그 상황은 때로 위험하거나 위기의 순간일 수도 있고 심지어 기회일 수도 있다. 카이로스는 주관적인 시간의 신이기 때문이다. 헬레니즘 시대 카이로스는 ‘시간’ 때로는 ‘계절’을 의미했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신성한 아들들 중 막내였으며 로마 판테온의 템포스(Tempus) 또는 오카시오(Occasio)와 동일시되었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티케로 알려진 로마의 운명과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와 사랑에 빠졌다. 카이로스라는 말은 ‘옳고 적당한 최고의 순간’이라는 뜻이다.

 

카이로스는 주관적인 시간의 신 기회의 신이다. 출처>구글 검색

 

카이로스는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 젊고 잘생긴 청년으로 묘사되었다. 그는 항상 달릴 때 발끝으로 서 있으며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또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이마 아래로는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져 있지만 뒤통수는 민머리였다. 이런 그의 외모는 카이로스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마 아래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처럼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기회지만 그의 뒤통수가 민머리이고 발에 날개까지 달려 있어 한 번 놓친 기회는 쉽게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한다. 또 기회가 왔다면 저울처럼 판단이 정확해야 하고 날카로운 칼 같은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시간의 본성인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부의 고대 도시 시키온에는 리시포스(Lysippos, BC 390년~BC 300년. 스코파스, 프락시텔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조각가로 알려짐)가 조각한 카이로스 동상이 있다. 이 카이로스 동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상 중 하나로 알려졌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운동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승리를 기원하며 카이로스에게 봉헌된 분수에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올림피아 경기장 입구 근처에는 카이로스 제단도 있었는데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기회’는 우화가 아닌 신성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로마 판테온의 행운과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엄청난 호의를 베풀고 그들의 도시의 운명을 지배하는 행운과 번영의 여신 티케와 동일시되었다. 그녀는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의 딸이었지만 다른 이유로 그녀의 부모로 거론되는 신은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프로메테우스, 제우스 등으로 다양했다. 포르투나는 카이로스의 연인으로도 유명했다. 그녀는 종종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등장하며 풍성한 행운의 선물을 상징하는 왕관을 쓰고 권위를 상징하는 양귀비를 들고 있다. 다른 그림에서 그녀는 눈을 가리고 다른 도구들을 가지고 있어 불확실성과 위험을 상징한다.

 

또 다른 시간의 신 크로노스(Cronus)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원한 불멸의 시간 또는 객관적인 시간을 의인화한 티탄신족이다. 그는 ‘영원’을 의미하는 아이온(Aeon)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신들의 불멸의 연대기를 통제하고 있다. 그는 모든 티탄신족의 왕이자 막내이지만 두꺼운 회색 수염을 가진 노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크로노스는 보통 낫을 들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그의 아버지(우라노스)를 거세하고 폐위시키기 위해 사용한 도구이다. 아테네 크로니아 축제는 수확의 수호자로서 크로노스를 기념하기 위해 아티카력 헤카톰바이온 달의 12일에 열렸다.

 

*아티카력 – 고대 아티카에서 사용된 헬레니즘 시대 달력. 헤카톰바이온(7~8월), 메타게이트니온(8~9월), 보에드로미온(9~10월), 피아네프시온(10~11월), 마이마크테리온(11~12월), 포세이데온(12~1월), 가멜리온(1~2월), 안테스테리온(2~3월), 엘라페볼리온(3~4월), 무니키온(4~5월), 타르겔리온(5~6월), 스케이로포리온(6~7월)

 

크로노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었다. 그는 레아의 남편이었고 그들의 자식들은 첫 번째 올림포스의 신이 되었다. 그는 신화적인 황금시대에 통치했고 어머니 가이아의 요청에 따라 아버지를 폐위시킨 후 하늘의 왕이 되었다. 그때부터 크로노스가 아들 제우스에 의해 타르타로스에 감금될 때까지 우주는 두 번째 신세대인 티탄신족이 통치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크로노스는 그의 자식들 중 한 명이 그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는 신탁을 두려워했다. 그의 안전 보장을 위해 크로노스는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삼키는 엽기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이런 남편의 패륜에 불행해졌고 막내인 제우스를 낳고는 남편을 속여 돌을 삼키게 했다. 제우스가 청년이 되었을 때 그는 그의 아버지와 다른 티탄들에게 반란을 일으켰고 그들을 타르타로스로 추방했다. 이 신화는 시간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다. 왜냐하면 시간은 창조할 수 있지만 동시에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 시간의 본질인 것이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시간’을 의미하지만 서로 다른 맥락에서의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크로노스의 반대로 정의되었다. 카이로스는 적절한 시간 즉 기회의 신으로 인식되었다. 그는 시간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때와 같이 어떤 것이 결정적이지 않고 편리한 경험이나 순간을 상징했다. 즉 카이로스의 시간은 주관적이고 질적인 그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반면 크로노스는 양적인 시간을 상징하며 때로는 잔인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들은 크로노스의 리듬에 따라 사는 것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사건이 발생하는 순서를 따른다. 반면 카이로스는 우리가 그 특별한 시간 동안 어떻게 그 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카이로스는 기회를 의인화한 신이다. 기회가 올 때 항상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절한 시간 즉 기회는 지나간다. 운이 좋은 순간, 적절한 시기나 계절의 적절한 순간은 우리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것 때문에 카이로스는 더 알만한 가치가 있는 매우 흥미로운 신일 것이다. 요컨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인 크로노스와 달리 카이로스는 주관적인 의미의 시간으로 인간의 의지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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