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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트로이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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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는 고대 그리스에서 모든 논쟁과 분쟁의 중심에 있었다. 에리스는 고대 세계에서 그리 사랑받는 여신은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많은 부정적인 감정과 반응들을 대변했다. 그녀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사람들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고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도록 자극했다. 에리스는 사람들의 불행을 기뻐했다. 사람들이 싸우면 그것이 무엇이든 즉 전쟁이든 재산다툼이든 에리스는 기뻐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 불화의 여신을 좋아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크고 작은 모든 논쟁은 에리스로 시작되었고 에리스로 끝났다. 그녀는 심지어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전쟁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에리스는 불화의 여신이었다.

 

대부분의 고대 작가들은 에리스가 밤의 여신 닉스의 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형제들은 죽음, 불행, 파멸, 노령과 같은 영역을 책임지고 있었다. 다른 기록들은 그녀를 전쟁의 신 아레스와 남매 사이라고 했다. 이럴 경우 에리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자식이 된다. 사람들이 말다툼하고 논쟁할 때마다 에리스는 그 한가운데 있었다. 예를 들어 그녀는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사랑 대신 불화와 불신을 야기시켰다. 만약 그녀의 부모가 신들의 왕과 여왕이었다면 부부들 사이에 싸움을 일으킨 그녀의 명성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우스와 헤라는 잦은 불화, 불신, 논쟁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에리스는 끊임없이 남녀를 경쟁과 질투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행운에 대해서도 분노를 일으킬 것이었다.

 

에리스는 전형적으로 혼란과 불행 속에서 기뻐하는 가혹한 여신으로 여겨졌다. 그녀는 논쟁에서 결코 편을 들지는 않았지만 대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것에 행복해 했다. 크고 작은 모든 논쟁에서 그녀는 그것을 가장 먼저 선동하고 가장 늦게 떠났다. 싸움이 끝난 뒤에도 서로에 대한 원한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리스는 전쟁으로 이어질 불화를 구체화했다.

 

에리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여동생으로 불릴 뿐만 아니라 아레스의 동반자로 자주 등장했다. 전쟁터의 유혈과 비참함만큼 분쟁과 불화가 뚜렷한 곳은 없었다. 그녀의 오빠처럼 에리스는 전투의 공포를 즐겼다고 한다. 그녀는 전쟁으로 인한 비참함을 기뻐하는 폭력적이고 악랄한 여신이었다. 사실 에리스는 보통 가장 늦게까지 전장에 남았다. 아레스가 떠나고 그가 구현한 용기가 사라진 후 그녀는 갈등과 불행으로 그 뒤에 남았다. 아레스는 싸우는 사람들의 힘과 용기를 상징했다. 즉 그 용기가 사라지면 불화와 갈등만 남았다.

 

예를 들어 트로이 전쟁 동안 에리스는 종종 전투 중에 존재하는 유일한 신이었다. 제우스는 신들이 인간들의 전쟁에 참여해 편을 선택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에리스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전쟁의 증오와 불행은 항상 양쪽 모두에게 똑같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른 신들이 전투를 지켜보며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 동안 에리스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스인과 트로이아인 둘다 전쟁으로 고통받았다. 전설적인 전투에 대한 많은 묘사는 분쟁의 중심에 있는 에리스의 모습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투쟁을 즐기는 여신이 실제로 에리스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

 

황금사과를 두고 파리스가 세 여신 앞에 심판관으로 나타났다.

 

에리스는 종종 오빠 아레스와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 그는 혈기와 엄청난 힘과 용기의 위업에 기쁨을 느꼈고 그녀는 전투 자체와 병사들의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기쁨을 얻었다. 그러나 아레스의 자매 중 전투에서 희열을 느낀 이는 에리스뿐만이 아니었다. 유혈과 파괴의 여신 에니요Enyo(로마의 벨로나Bellona)도 아레스의 가까운 동반자였다. 에리스와 에니요는 매우 유사한 기능을 공유했다. 사실 호머는 그들을 전혀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경우 에리스와 에니요라는 이름이 혼재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전쟁의 폭력성과 싸움으로 인한 파괴에 희열을 느낀 아레스의 누이들이었다. 두 여신은 파괴적인 성격과 호전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다. 도시의 약탈자 에니요와 매정안 에리스는 거의 모든 인간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에리스의 분쟁이 항상 전쟁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부부간 또는 가족간의 불화에도 에리스가 개입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에리스는 인류를 위해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헤시오도스는 에리스에게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특이한 입장을 취했다. 헤시오도스의 <일과 나날들>에 따르면 이웃을 이기려고 하는 것은 이로운 싸움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이 때 에리스는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때때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여신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싸움에서 에리스는 잔인하고 무자비했지만 인간들의 불만과 경쟁심을 이용해 그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었다. 즉 부정적인 에리스는 자신의 불만을 밖으로 집중시켜 다른 이들과 싸우는 반면 긍정적인 에리스는 자신의 나쁜 습관에 맞서 싸우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싸움의 에리스가 종종 에니요와 혼동되었지만 긍정적인 측면의 에리스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여신이었다.

 

에리스는 많은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닉스처럼 그녀는 다양한 부정적인 존재들을 낳았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갈등과 싸움에서 비롯되거나 그로 인해 야기된 감정과 문제를 의인화한 것이었다. 포노스Ponos(고된 노동), 레테Lethe(망각), 리모스Limos(굶주림), 알가이Algae 세 자매(루파Lupa, 아니아Ania, 아코스. 고통), 히스미나이Hysminai(육탄전), 마카이Machae(전쟁의 소음), 포노이Phonoi(살육), 안드록타시아이Androctasiae(살육), 호르코스Horcus(맹세), 아테Ate(충동), 디스노미아Dysnomia(무질서), 암필로기아이Amphilogiae(논쟁), 프세우돌로고이Pseudologoi(거짓말), 네이케아Neikea(불만) 등이 그녀의 자식들이었다. 에리스와 그녀의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고 싫어하는 많은 측면을 대표했다. 대부분 싸움의 원인과 결과를 의인화했는데 모두 싸움의 형태에서 비롯되었다.

 

에리스의 파괴력을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것은 그녀가 전쟁을 어떻게 야기했는지에 대한 신화였다. 티탄족 여신 테티스Thetis가 결혼했을 때 모든 올림포스 신들이 초대되었다. 하지만 에리스는 제외되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불화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어떤 신도 에리스의 참석을 원치 않았다. 이 상황을 모욕으로 받아들인 에리스는 올림포스 신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이 불화의 여신은 헤스페리데스로부터 황금사과를 받아 올림포스 산 입구에 놓아 두었다. 사과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물론 아무도 그 사과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때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나타나 자신이 올림포스의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주장했다. 즉 자신들이 이 황금사과의 주인이라는 뜻이었다.

 

신들의 왕으로서 신들의 분쟁은 전형적으로 제우스가 판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한 어떤 선택도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뿐이었다. 헤라는 그의 아내였고 아테나는 그의 딸이었으며 아프로디테는 그의 이복 동생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었으며 선택되지 못한 두 여신들에게는 엄청난 모욕이 될 것이었다. 제우스는 황금사과의 주인을 결정하는 가장 공정한 방법은 올림포스에서 그 결정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결정에 대해 어떤 신도 그를 비난할 수 없도록 선택권을 인간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제우스와 그의 전령 헤르메스는 황금사과의 주인을 결정하는 심판관으로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선택했다.

 

세 여신은 파리스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선물공세를 펼쳤다. 아테나는 군사력과 승리를 약속했고 헤라는 지상의 권력과 엄청난 부를 약속했다. 하지만 파리스의 선택은 아프로디테였다. 그녀는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 문제의 여성은 이미 스파르타의 왕과 결혼한 헬렌이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는 그녀를 파리스와 사랑에 빠지게 했고 부부의 연을 맺은 헬렌과 파리스는 트로이로 도피했다. 이는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고 말았다. 즉 스파르타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트로이에 의한 헬렌의 납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스파르타를 비롯한 그리스 동맹군은 트로이로 향했다. 이 전쟁은 10년 동안 지속되었고 그 시대의 많은 위대한 영웅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올림포스 신들도 편이 갈렸다. 편을 들지 않은 유일한 여신은 에리스였다. 그녀는 테티스의 결혼 피로연에서 소외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일으킨 10년 간의 전쟁에 희열을 느끼며 전장의 중심에 남아 있었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에리스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그가 주목한 에리스의 한측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의 신체적 존재가 어떻게 변했는가였다. 전쟁 초기 에리스는 어린아치럼 매우 왜소했다. 하지만 그녀가 전장에 더 머물수록 커지기 시작해서 급기야 머리가 하늘을 스칠 때까지 자랐다고 한다. 호머는 분쟁의 의인화를 사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었다. 어떤 의견 불일치도 작은 사소한 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압도적이고 강력해진다는 은유일 것이다.

 

결국 에리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없는 여신이었을 것이다. 그녀를 위한 신전도 없었고 그녀를 숭배했다는 기록도 없다. 헤시오도스가 에리스에 대해 일부 긍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여신으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제공할 어떤 긍정적인 역할이 없었다. 에리스는 갈등의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쪽에도 이득을 주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에리스는 그녀의 숭배나 그녀에 대한 어떤 위대한 신화도 아닌 그리스 전설에서 가장 위대한 전쟁을 일으킨 의인화된 원한과 불화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헤시오도스처럼 에리스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은 현대 독자들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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