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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세상의 종말을 불러온 요르문간드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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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에는 많은 괴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미드가르드(인간들이 사는 세계)의 뱀으로 알려진 요르문간드Jormungand만큼 공포스런 괴물은 없을 것이다. 요르문간드는 그 크기가 미드가르드를 둘러싸고도 남을 만큼 거대했다. 요르문간드의 외모가 뱀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거인족의 일원으로 북유럽 신화의 대표적인 트릭스터인 로키와 거인족 여신 앙그르보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요르문간드에게는 거인 늑대인 펜리르와 지하세계의 여신인 헬이라는 형제가 있었다. 오딘은 이들 형제들이 훗날 일으킬 혼란에 대비해 헬은 지하세계로 보냈고 펜리르는 아스가르드의 쇠사슬에 묶어 놓았으며 요르문간드는 미드가르드를 둘러싸고 있는 대양으로 추방했다.

 

이 일이 있기 전 요르문간드가 아주 작았을 때 신들은 그를 통제하기 위해 나무에 묶어 두었다. 그러나 토르는 신들에게 요르문간드가 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늘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했다. 이 이야기는 요르문간드와 토르가 극단적인 원수 관계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미드가르드에서 요르문간드는 인간 세계를 모두 둘러싸고도 남을 남큼 거대하게 자랐다. 심지어 그의 꼬리는 미드가르드를 한 바퀴 감고 그의 입에 닿아 있었다. 북유럽 신화에서 요르문간드를 ‘대지의 목절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르문간드와 토르. 출처>구글 검색

 

꼬리에 닿아있는 요르문간드의 이빨에서는 독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입은 워낙 커서 모든 신들과 거인들을 집어삼키고도 남았다. 요르문간드는 우로보로스(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나 용을 묘사하는 상징)와 관련이 있었다. 이 상징이 바이킹들에게도 평범한 것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대 이집트나 고대 인도에서도 이 상징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우로보로스를 최초의 살아있는 창조물이라고 언급했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이 거대한 뱀의 상징은 시작과 끝이 없는 생의 주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유럽 신화에서 요르문간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세상의 종말로 알려진 라그나로크 때 등장하지만 그것 말고도 두 개의 북유럽 신화 이야기에 등장한다.

 

신화에 따르면 에시르 신족과 거인족 사이에 비정상적인 평화가 지속되고 있는 동안 토르는 연회에 쓸 커다란 솥을 되찾기 위해 거인족 왕 히미르를 찾았다. 토르의 왕성한 식욕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히미르는 황소 세 마리를 잡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토르는 단 한 끼에 소 두 마리를 먹어치웠다. 히미르는 무한정 천둥의 신(토르)에게 소를 바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낚시를 하기로 결심했다.

 

토르에게 짜증이 났지만 히미르는 토르를 도와 낚시에 미끼를 끼웠다. 물론 히미르는 작은 미끼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토르는 히미르의 황소를 죽여 그 머리를 미끼로 사용했다. 이를 보고 히미르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히미르가 격분하고 있는 동안 토르는 자신이 먹기에 충분할 만큼 두 마리의 고래를 낚았다. 북유럽 신화에 따르면 토르는 히미르가 낚시하는 것을 돕지 않고 먼 바다만 바라봤다고 한다. 어쨌든 히미르는 토르에게 잡은 고래를 가지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토르의 머리 속에는 온통 고래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지금보다 더 멀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히미르는 점점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더 멀리 간다면 그곳에는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는 토르와 요르문간드가 라그나로크 때 부딪칠 것이라는 예언을 알고 있었다. 히미르는 토르를 극구 말렸지만 이 천둥의 신은 히미르의 말을 무시할 뿐이었다. 결국 무언가가 토르의 낚시줄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 힘이 토르에 맞먹을 정도였다. 히미르는 이것이 요르문간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이 천둥의 신에게 힘으로 도전할 어떤 생명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미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토르는 낚시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토르는 또 망치(묠니르)도 준비했다. 겁먹은 히미르는 요르문간드의 몸통이 바다 표면에 올라온 순간 토르이 낚시줄을 잘랐고 괴물은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화가 난 토르는 그를 배 밖으로 던져버렸다. 아마도 히미르는 토르의 오만함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바다 뱀 요르문간드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요르문간드가 연루된 또 다른 북유럽 신화도 토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토르는 거인족 왕 우트가르다-로키를 우연히 만났다. 어느 순간 거인족 왕은 거대한 고양이를 들어올려 그의 권위 있는 힘을 보여달라고 부추긴다. 사실 이 거대한 고양이는 요르문간드가 마법으로 위장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토르는 고양이의 발 하나를 간신히 들어올렸다. 거대한 고양이 한 쪽 발이 살짝 들릴 정도였다. 거인족 왕은 나중에 토르에게 계략을 설명하고 고양이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면 세상의 경계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며 고양이를 들어올리는데 실패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북유럽 신화에서 바다뱀 또는 세계뱀 요르문간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라그나로크에서일 것이다. 라그나로크는 에시르 신들과 거인들이 죽을 때까지 싸울 세상의 종말로 우주의 완전한 파괴를 야기할 것이다. 요르문간드 스스로가 라그나로크를 추동했을 수도 있다. 신화에 따르면 아포칼립스(종말)로 인간들의 세상인 미드가르드는 3년간 가혹한 겨울이 지속될 것이다. 요르문간드는 미드가르드를 둘러싸고 얼음물 아래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느 날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이 거대한 뱀의 몸부림은 북유럽 우주의 아홉 개 세계를 가로질러 강력한 지진을 일으킬 것이다. 이 때 요르문간드가 미드가르드를 둘러싸고 있는 그의 꼬리를 푸는 동시에 라그나로크가 시작될 것이다.

 

이 때의 지진으로 그의 형제인 늑대 펜리르가 아스가르드에서 쇠사슬을 풀고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또 그의 아버지 로키도 감옥에서 탈출할 것이다. 로키는 최고신 오딘의 아들이자 에시르 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발데르를 죽게 한 죄로 독이 뚝뚝 떨어지는 두 개의 바위에 묶이게 되었다. 로키는 그의 군대를 이끌고 아스가르드로 가서 에시르 신들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는 에시르 신족의 전령 하임달과 함께 죽게 될 것이다. 펜리르는 오딘의 아들들 중 한 명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오딘을 집어삼킬 것이다.

 

마지막 전투에서 요르문간드와 토르는 마지막으로 한 번 마주하게 될 것이다. 토르는 기존의 어떤 전투에서보다 열심히 싸울 것이고 결국 미드가르드 뱀을 망치로 때려 죽일 것이다. 하지만 요르문간드의 독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된 탓에 토르도 채 아홉 걸음도 걷기 전에 죽게 될 것이다. 요르문간드의 독은 공기 중으로 퍼지게 될 것이고 이 독 때문에 북유럽 신화 속 아홉 세계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신화에서 거대한 바다뱀 또는 세계뱀 요르문간드는 에시르 신들의 적으로 묘사되지만 그를 악마나 악당으로 보기는 어렵다. 분명히 그는 그의 가족들에게 그렇게 악랄하게 대했던 신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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