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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태어나자마자 절도 사건의 피의자가 된 헤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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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령의 신 헤르메스. 출처>구글 검색

헤르메스Hermes는 그리스 판테온에서 중요한 신으로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였다. 헤르메스는 많은 신화에서 신들의 전령으로 등장했다. 이런 헤르메스의 특징은 많은 조각과 그림에 표현되기도 했다. 신들의 전령 말고도 헤르메스를 특징짓는 또 다른 용어로는 무역, 사교, 여행, 도둑, 상업 등이 있다. 헤르메스는 로마 판테온의 메르쿠리우스Mercurius와도 동일시된다. 신화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머큐리Mercury라는 영어식 표현이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헤르메스는 태어나자 마자 아폴론의 소들을 훔쳤다.”

 

신화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제우스Zeus와 마이아Maia(티탄 신족 아틀라스Atlas와 오케아노스Oceanus와 테티스Thetis 사이에서 태어난 플레이오네Pleione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명의 딸 즉 플레이아데스Pleiades 중 한 명)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헤르메스는 아르카디아에 있는 킬레네 산 동굴에서 태어났다. 헤르메스의 어머니가 아틀라스의 딸이어서 아틀란티아데스Atlantiades라고도 부르며, 태어난 곳의 이름을 따서 킬레니오스Cyllenius라는 별칭도 갖고 있었다.

 

한 신화에서 헤르메스는 조숙한 아이로 묘사된다. 헤르메스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요람을 기어나와 테살리의 피에리아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아폴론Apollon의 황소를 훔쳐서 도둑으로써의 재치와 교활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같은 날 불을 발명했다고도 한다. 헤르메스는 소도둑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훔친 소들의 발에 신발을 신겨 펠로폰네소스에 있는 필로스Pylos에게 데려갔다. 헤르메스는 훔친 황소 중 두 마리는 제물로 바치기 위해 가죽을 벗겨 바위에 걸어 두었고 살은 자신이 직접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반면 소의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태워 없앴다. 그리고 나머지 황소들은 동굴 속에 숨겨 두었다.

 

헤르메스는 자신이 만든 악기 리라를 이용해 탁월한 거래 능력을 선보였다.”

 

헤르메스는 이 시기에 현악기인 리라Lyre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메스는 필로스와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또는 식사를 하고 돌아왔을 때 거북이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으로 보았다. 헤르메스는 소 내장으로 만든 줄을 거북이 등껍질에 걸어서 리라를 발명했다. 동시에 그는 시링크스Syrinx라는 피리도 발명했다.

 

예언의 신 아폴론은 헤르메스가 자신의 황소들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헤르메스가 있는 킬레네로 갔다. 하지만 마이아는 요람에 누워 자고 있는 자신의 아들 즉 헤르메스를 아폴론에게 보여 주었다. 아폴론은 기가 막힐 뿐이었다. 분명 헤르메스가 소도둑이 맞는데 이렇게 아이의 모습으로 세상 모르고 자고 있으니 말이다. 당황하고 절망한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제우스에게 데려와 제우스의 심판을 요청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가 훔친 황소를 아폴론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헤르메스는 자신의 결백을 계속 주장했지만 결국 두 신을 속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헤르메스를 상징하는 지팡이 케리케리온도 아폴론과의 거래의 산물이었다.”

 

헤르메스는 아폴론을 필로스에게로 데려가 그곳에서 훔친 소들을 돌려 주었다. 그러나 아폴론은 헤르메스가 연주하는 리라 소리를 듣고는 넋을 잃고 헤르메스와 거래를 하기로 했다. 즉 아폴론은 헤르메스가 리라를 자신에게 주는 조건으로 그의 소들을 헤르메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음악의 신 아폴론이 늘 가지고 다니던 악기 리라는 헤르메스와의 거래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아폴론과 헤르메스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후 아폴론은 헤르메스가 발명한 또 다른 악기 시링크스에도 눈길이 갔다. 아폴론은 자신의 황금 지팡이와 쉬링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아폴론의 제안을 들은 헤르메스는 역제안을 했다. 아폴론이 자기에게 예언의 기술을 가르쳐 주면 아폴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아폴론은 즉시 헤르메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거래는 성사되었다. 이 황금 지팡이가 바로 헤르메스의 가장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 케리케이온Kerykeion이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의 설득력과 거래 솜씨에 감명받아 그를 신들의 전령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헤르메스가 상인이나 외교관의 후원자로 간주되는 것도 바로 그의 이런 설득과 거래 능력 때문이다. 게다가 헤르메스는 신들의 전령인지라 늘 여행을 해야 했고 따라서 여행자들의 수호신이 되었다. 이 역할은 죽은 자들의 영혼에까지 확대되는데 헤르메스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지하세계로 인도하는 저승사자이기도 했다.

 

헤르메스는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신이었다.”

 

전령과 여행자로써의 헤르메스 역할은 그의 속성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 헤르메스는 전령의 지팡이인 케리케이온(라틴어로 카두케우스Caduceus)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지팡이는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신들의 메시지가 꿈의 형태로 전달될 수 있도록 인간들을 재울 수 있었다. 그래서 헤르메스를 꿈의 전달자라고도 부른다. 여행자로써의 헤르메스는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으로 상징된다. 또 날개 달린 신발도 여행자로써 뿐만 아니라 전령으로써의 특징을 보여준다. 한편 헤르메스는 이 날개 달린 신발을 괴물 메두사Medusa를 죽인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한편 헤르메스는 카론Caron의 배를 타고 저승을 왕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이런 특성으로 헤르메스는 페르세포네Persephone와 에우리디케Eurydike를 저승에서 데려고 오도록 파견되기도 했다. 헤르메스가 아폴론의 소를 훔친 사건을 제외하면 신화에서의 그렇게 부각되는 이야기들이 없다. 다만 그리스 신화의 주요 장면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신이 바로 헤르메스이기도 하다. 놋쇠 항아리에 갇힌 아레스Ares를 구하기도 했고, 트로이의 왕 프리암Priam과 함께 아킬레우스Achilleus를 설득해 헥토르Hector 시신을 트로이로 가져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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