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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투명인간의 원조, 하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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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Hades, 그리스 신화의 플루토)는 죽음과 죽은 자들의 신이었다. 그는 또한 지하세계의 왕이었다. 하데스는 절대 지하세계를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권력은 지상에도 미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맹세를 함부로 하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데스가 이런 맹세를 들으면 자신들을 데리러 올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하데스는 또한 은이나 금과 같은 소중한 광물뿐만 아니라 비옥한 토지를 지칭하는 숨겨진 부의 신이기도 했다. 그는 묻혀있는 모든 것들을 관장했다. 하데스를 부르는 다른 이름으로는 아이도네우스, 디스, 플루토스, 오르쿠스 등이 있다.

 

하데스는 보통 곱슬머리에 긴 턱수염을 가진 남자로 묘사된다. 가끔은 머리가 셋 달린 개인 케르베로스(Cerberus)와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오른쪽 사진 참조)

 

하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이었다. 그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림포스 산에 살았다. 그러나 티탄 신족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후 제우스, 포세이돈과 함께 우주의 지배권을 나눠 가졌는데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그리고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통치하게 되었다. 하데스는 살아있는 자들의 세계 즉 지상의 세계로부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죽은 자들의 목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이들 삼형제는 또 그들이 원하면 어느 때고 서로의 영역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제우스가 인간들이 그들 스스로의 운명을 쓰기를 원했기 때문에 세 형제 신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데스는 지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하데스는 도덕적 규율의 부족으로 가끔 미쳐버릴 정도로 무자비한 통치자로 불릴 지하세계에 깊숙이 손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또 완고하고 결코 친절하지 않으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설득되지 않았고 지하세계의 끔찍한 혼란 상태가 다른 신들과 인간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 했다. 또 다른 신화에 따르면 하데스가 태어날 때 아버지인 크로노스가 그를 지하세계로 던져 버렸다고 한다. 크로노스는 자신이 자식들에 의해 쫓겨날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처음부터 반역의 씨를 제거할 심상이었다. 그러나 하데스는 지하세계에 혼자 사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케르베로스와 운명의 여신 에리니에스를 대동했고 그들은 하데스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하데스라고 불리는 지하세계는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된 후 가는 곳이었다. 그들은 시체의 형태로 지하세계 입구로 운반되었다. 지하세계의 입구는 땅과 물의 깊숙한 곳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하데스로 들어가는 입구는 강, 아주 깊은 구멍, 호수 바닥 등 여러 곳이었다. 또 지하세계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강이 있었는데 증오의 강 스틱스, 고통의 강 아케론, 망각의 강 레테, 불의 강 플레게톤, 통곡의 강 코키토스가 그것이었다. 일단 죽은 자들의 영혼이 지하세계에 도달하면 쉴 수 있는 네 개의 지역이 있었다.

 

지하세계 중에서도 타르타로스는 가장 낮은 곳에 있었다. 그곳은 티탄 신족이 갇혀있는 지하세계보다 훨씬 아래 쪽에 있었다. 시시포스 또한 죽음을 속인 죄로 이곳에 갇혀 있었다. 지하세계에서 가장 낮은 쪽에 위치한 타르타로스 바로 위에는 신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영혼이 가는 벌판이 있었다. 이곳에서 그들은 범죄에 상응하는 영원한 벌을 받았다. 그리고 아스포델 평원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평생 이렇다 할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엘리시온에 갈만한 삶을 인정받지 못한 영혼들이 살았다. 마지막으로 엘리시온 평원에는 카드모스나 아킬레우스처럼 의로운 삶을 살았거나 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혼들이 살았다.

 

하데스 신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페르세포네 납치 사건’일 것이다. 지하세계에 자리를 잡은 하데스는 신부를 원했고 제우스에게 그의 딸들 중 하나를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피해자(?)가 바로 페르세포네였다. 제우스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동안 수수방관했다. 니사의 먼 들판에서 오케아노스 딸들과 놀던 페르세포네는 아름다운 꽃에 이끌려 하데스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페르세포네가 꽃을 꺾으려는 순간 하데스가 그의 황금마차를 타고 나타나 그녀를 납치했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인간세계와 마찬가지로 신들의 세계에서도 완전범죄는 없었다. 헬리오스와 헤카테가 이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헤카테가 이 사실을 페르세포네의 어머니인 데메테르에게 알렸고 데메테르는 헬리오스를 찾아갔다. 그는 데메테르에게 이 사건이 제우스와 하데스의 공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분노한 데메테르는 딸을 찾아 여기저기를 방랑했고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대지는 말라가고 척박해져 갔다.

 

마침내 제우스는 이러다 모든 인간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하데스와 데메테르를 중재하기로 결심했다. 제우스는 그의 전령 헤르메스를 지하세계로 보내 하데스를 설득했다.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보내주기로 했지만 그녀는 이미 석류를 먹은 후였다. 지하세계에서 석류를 먹으면 다시는 지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일년 중 반은 지하세계에,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살게 되었다. 이 신화는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대지가 풍요로 가득했지만 그녀가 지하로 내려가면 어머니 데메테르의 슬픔 때문에 대지는 척박하게 변했다.

 

하데스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쓰면 보이지 않는 투구였다. 퀴네에(Kynee)라고 부르는 이 투구는 티탄 신족과의 전쟁 중에 키클롭스가 자신을 지하세계에서 풀어준 보상으로 만들어준 것이었다. 하데스는 메두사를 죽이기 위해 페르세우스에게 이 투구를 빌려준 적이 있었다. 아테나 또한 트로이 전쟁 중에 디오메데스를 돕기 위해 이 투구를 착용한 적이 있으며, 헤르메스는 기간토마키아(올림포스 신들과 거인족 기간테스 간의 전쟁) 때 퀴네에를 쓰고 히폴리토스를 죽였다고 한다. 오늘 날 투명인간의 원조가 하데스인 셈이다.

 

하데스는 헤라클레스 신화에도 등장한다. 헤라클레스는 케르베로스를 생포해 에우리테우스에게 바치기 위해 하데스를 찾아왔다. 헤라클레스의 용기에 놀란 하데스는 자신과 씨름 시합을 해서 이기면 케르베르스를 내주겠다고 했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케르베르스를 미케네로 데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신화에서는 헤라클레스에게 케르베르스를 내준 이는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였다고 한다. 그녀를 점찍고 지하세계로 내려와 하데스에게 갇혀있던 테세우스와 페이리투오스를 구해준 댓가였다.

 

하데스가 등장하는 신화 중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와 그의 아내 에우리디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죽은 아내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온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심취해 아내의 귀환을 허락했다. 단 지상으로 올라가는 동안 오르페우스는 뒤따라오는 에우리디케를 절대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봤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세계로 내려가고 말았다.

 

앞서 언급했던 하데스의 사는 곳은 호메로스의 두 장편 서사시에 전하는데 <오디세이아>에서는 세상의 끝 대양 너머에 있었다고 하고, <일리아스>에서는 땅 바로 아래 있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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