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위장한 황금을 내친 오랜 벗에 대한 단상
정한숙의 /1955년 석운(石雲) 이경수(李慶秀)가 선비로서 야인(野人) 시절이랄 것 같으면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무엇이든 들고 가서, 매화옥(梅花屋) 뜰 한가운데 국화주(菊花酒) 부일배로 한담소일하면 옛 정리 그에 더할 것 없으련만, 석운 벼슬을 했으니 지(紙), 필(筆), 묵(墨), 연(硯)을 즐길 여가가 있을 것 같질 않았다. - 중에서- 정한숙의 소설 는 이런 고풍스런 문체로 시작한다. 또 일상에서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꽤 등장해 뜻하지 않게 슬로우 리딩을 하게 된다. 인장(印章), 화유석(花乳石), 포자(布字), 전황(田黃), 아운(雅韻), 고졸(古拙), 참지('한지'의 사투리)…… 이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고 쉬운 말로 요약하자면 수하인(水河人) 강명진은 관직에 오른 오랜 벗, 석운 이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