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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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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가 올림포스에서 추방된 이유 그리스 신화에서 모모스Momus는 풍자와 조롱을 의인화한 신으로 에 그에 관한 두 개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몇몇 문학 작품들은 폭정을 비판하기 위해 모모스를 이용했고 근대 이후에도 작가들은 현대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그를 인용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그는 결국 무해한 재미를 주는 인물이 되었다. 불공정한 비판에 대한 날카로운 혀를 가진 정령으로서 모모스는 결국 올림포스 산에서 추방되었다. 그의 이름은 ‘비난’ 또는 ‘불명예’라는 뜻이다. 기원전 7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모모스는 닉스(밤)의 아들로 슬픔과 비참함의 여신 오이지스Oizys와는 쌍둥이 남매였다. 기원전 8세기경 서사시 에서 모모스는 인간의 수를 줄이기 위해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다. 소포클레스(..
국가는 저항의 냄새만 쫓는 마약견인가 저항의 냄새/압듈 아지즈 가르몰(Abdel Aziz Gharmoul, 1952~, 알제리) 대통령 비판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제격인 때가 있었다. 대통령도 기꺼이 동의했다. 바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서민들의 노곤한 일상을 해소해주는 안주거리가 대통령 비판이었다. 언론조차도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걸로 처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만들어 노 대통령을 향해 ‘노가리’, ‘육시럴 놈’ 등의 육두문자를 써가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 연극 객석에는 박장대소하며 노 대통령 비난을 즐기던 박근혜 대통령도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풍자 특히 대통령 풍자는 처벌의 대상으로 돌변했다..
놀부를 위한 변명, 흥부는 게으른 가난뱅이었다? 놀부뎐/최인훈(1936~)/1995년 수절 과부 욕 보이기, 여승 보면 겁탈하기, 길가에 허방 놓기, 제비 다리 부러뜨리기, 열녀 보고 험담하기, 이장하는 데 뼈 감추기, 배앓이 하는 놈 살구 주기, 오 대 독자 불알 까기, 만경창파에 배 밑 뚫기, 제주 병에 오줌 싸기, 우물 밑에 똥 누기, 오려논에 물 터놓기, 갓난 아기 똥 먹이기, 남의 노적에 불지르기, 초상 난 데 춤추기, 불 붙는 데 부채질하기, 똥 싸는 놈 주저앉히기, 늙은 영감 덜미 잡기, 아기 밴 계집 배 치기, 곱사 엎어놓고 발꿈치로 치기……. 우리가 아는 놀부의 만행은 요즘으로 치면 거의 범죄 수준이었다. 조선 시대 살았기 망정이지 21세기 대한민국 시민이었다면 전과 수십 범은 됐을 놀부가 그 동안 우리가 읽었던 의 내용이 잘못 알려졌..
저팔계보다 못한 현대의 가축인간 인간농장/류짜이푸 지음/송중서 옮김/글항아리 펴냄 작가라면 제 심리를 글로 토로하지 않고는 평형감각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특히 정신적 중압감에서 벗어나려면 인간성의 약점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는 산문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루쉰은 바로 이러한 글을 일컬어 ‘잡문’이라 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잡문’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가볍고 짓궂은 류짜이푸의 산문들은 낡은 틀 속에 갇힌 문명과 국민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글쓰기의 천만 가지 가능성 속에서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려 한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유형이다. 맹자가 말했듯이, 사람과 짐승은 ‘아주 조금幾稀’만 차이날 뿐이다. 취약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은 제 목숨이 곤경에 처했다고 느끼면 곧바로 길짐승이 되거나 날짐승으로..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늘 바다를 항해하고 싶었던 케임브리지 대학의 의학도 걸리버(Gulliver)는 우연한 기회에 3년 반동안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항해에서 돌아온 후에는 런던에 병원도 차리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바다 여행에 대한 걸리버의 욕망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결국 배의 의사가 되어 바다와 집을 오가던 어느 날 항해 도중 배가 풍랑을 만나 산산조각 났지만 걸리버는 운 좋게도 어느 섬까지 헤엄쳐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리고는 쓰러져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난 걸리버는 그야말로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온몸은 밧줄로 꽁꽁 묶여있었고 그의 몸 위에는 벌레 같은 인간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벌레 같은 인간들에게는 밧줄이라지만 걸리버에게는 바늘에 꿰는 실에 불과했다. 팔에 힘을 주자 ..
뉴턴도 피해가지 못한 촌철살인의 풍자 걸리버 여행기/조나단 스위프트/1726년/박정미 옮김/청목 펴냄 그는 내가 야후의 힘과 민첩성을 지니지 못하고 손톱과 발톱을 잘 사용하지 못하며 그 나라의 야후처럼 빨리 나무에 기어오르거나 내려올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야후와 닮았기 때문에 인간의 기질에 있어서도 야후들과 비슷함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주인은 야후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종족이 다른 동물보다 더 미워하는 것으로 서로의 모습이 보기 싫기 때문이었다. 주인은 말들의 나라에서 야후들이 다투는 이유가, 내가 설명한 영국 사람들의 행동과 비슷함을 알게 되었다. 다섯 마리 야후들에게 50마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던져 준다면, 그들은 서로 독차지 하겠다고 고집하면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들에서 야후에게 먹이를 줄 때 ..
음식에 곁들인 고명이 딸이 된 사연 소설 으로 배우는 우리말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줏어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윤흥길의 중에서- '행랑이 몸채 노릇한다'는 속담이 있다. 신분이 낮은 아랫사람이 일에 간섭하고 주인 노릇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민을 섬겨야 할 위정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요즘 세태와 딱 맞는 속담이다. 행랑은 대문의 양쪽이나 문간에 붙어 있어야 하거늘 마치 안방인양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아..
역전파출소 점거사건 영웅의 파란만장 일대기 조동관 약전(略傳)/성석제/1997년 남산의 못생긴 바위에는 '똥깐이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아래의 굴에는 '똥깐이굴'이라는 이름이 보태졌고, 그 앞의 비석은 '똥깐이비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훌륭한 깡패가 되려는 소년은 모름지기 그 바위, 그 굴, 그 비석으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는 전통이 생겨났다. - 중에서- 무릇 전(傳)이라 함은 이나 , 처럼 한문 문체의 하나로 어떤 사람 특히 영웅의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거늘 작가 성석제는 은척마을 역사상 불세출의 깡패, 똥깐이의 영웅적 일대기를 이 형식에 맞춰 기록했으니 이도 傳이라면 傳이라 할 수 있을런지……. 이름하여 이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영웅 중에 '하필 왜 깡패냐'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 고상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