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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헝가리

이집트에 불사조가 있다면 헝가리에는 투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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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많은 국가나 민족의 신화 또는 전설에서 새만큼 빈번하게 신화적 창조물로 등장하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신화 속에서 새는 종종 인간을 초자연적 영역과 연결시킨다. 예를 들어 불사조로 알려진 피닉스는 그리스, 이집트, 인도 신화 등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신화적 새다. 피닉스는 떠오르는 태양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생명과 불멸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헝가리 신화에도 투룰Turul이라는 새가 등장하는데 거대한 독수리 또는 매 형상을 하고 있다. 투룰은 다음의 두 가지 전설을 통해 헝가리 민족의 상징이 되었다. 두 전설에서 투룰은 헝가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창조물로 등장한다.

 

 

전설에 따르면 훈족 최후의 왕 아틸라(Attila, 통치기간: 434년~453년)의 후손 에메세Emese 공주는 어느 날 투룰이 나타나 그녀를 임신시키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수정처럼 맑은 물이 그녀의 자궁에서 흐르기 시작했고 강을 이룰 때까지 서쪽으로 흘렀다. 강은 그녀가 외국 땅에서 고향을 찾아 헝가리 국민의 위대한 지도자를 낳을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꿈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에메세 공주는 마쟈르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헝가리의 설립자인 알모시Álmos를 낳았다. ‘알모시Álmos’라는 이름은 ‘꿈’을 의미하는 헝가리어 ‘알롬Alom’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알모시 출생에 관한 전설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하나는 에메세가 투룰에 의해 임신되었는지 아니면 그녀가 꿈을 꾸기 전에 이미 임신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또 투룰이라는 새가 문자 그대로 그녀에게 직접 나타났는지 아니면 꿈의 형태로 나타났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투룰이 등장하는 또 하나의 전설은 독수리가 와서 기병대의 말을 공격하는 꿈을 꾸었지만 투룰이 와서 헝가리 부족을 구해줬다는 것이다. 이 꿈은 헝가리 민족이 전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투룰이 그 역할을 했다. 투룰은 나중에 헝가리가 될 고향으로 군대를 인도했다. 이 전설에서 새가 헝가리인들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투룰은 헝가리 신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었다.

 

이 두 전설의 결과 투룰은 그 자체로 몇 가지 상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에메세 공주가 새를 통해 임신했으므로 투룰은 하늘의 주권과 의지의 구현을 상징한다. 따라서 투룰은 헝가리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또 투룰은 권력을 상징한다. 오늘날에도 헝가리 전역에서 투룰 동상을 볼 수 있다.

 

요컨대 헝가리 전설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상징 중 하나는 투룰Turul이라는 새일 것이다. 투룰은 헝가리 민족의 상징이다. 투룰은 <헝가리 연대기>에 등장하는 헝가리 민족의 시조 알모시(Almos, 820년~895년)의 어머니 꿈에 나타나 알모시가 헝가리 민족의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또 마자르 민족의 지도자인 마쟈르의 꿈에도 나타나 독수리에게 공격받는 그들의 말을 구하고 지금의 헝가리 영토로 인도했다고 한다. 투룰은 고대 헝가리 신앙의 유물이자 권력의 구현자였으며 국가 정체성과 상생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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