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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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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가 침묵의 신 하르포크라테스에게 장미꽃을 선물한 까닭은? 헬레니즘(그리스) 신화에서 하르포크라테스Harpocrates는 침묵 또는 비밀의 신으로 고대 이집트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는 신 호루스를 고대 그리스인들이 받아들인 결과로 탄생한 신이었다. 하르포크라테스는 호루스의 어린이 형상을 취했다. 그는 보통 오른손 검지를 입에 대고 있는 나체로 묘사되었는데 이집트인들은 이 동작이 호루스의 어린시절을 상징한다고 믿었지만 그리스인들은 이를 침묵의 상징으로 이해했다. 하르포크라테스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어린아이 호루스를 번역한 이집트 단어를 각색한 것이다. 호루스의 성인 버전처럼 하르포크라테스도 떠오르는 태양과 겨울 태양의 첫 번째 힘을 상징했다. 하르포크라테스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그가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아들이었고 그가 절뚝거리는 ..
색색이 카네이션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세요 중학교 교정 담벼락에 매달린 장미가 계절의 여왕을 꿈꾸는 5월입니다. 커피보다 진한 향이 천지를 진동하는 날, 장미는 요염하게 세상을 호령하겠지요. 클레오파트라도 양귀비도 장미의 노예가 아니었던가요! 장미의 콧대가 아무리 높다한들 5월까지 지배할 순 없나 봅니다. 천하의 장미도 5월에는 카네이션의 소박한 붉은빛에 숨어 어색한 겸손함을 연기합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5월의 여왕은 감히 카네이션이지 않을까요? 고마운 사람들 가슴에는 역시 카네이션만한 게 없겠지요. 왜 하필 카네이션이냐고 묻는다면 그저 '고마운 사람들 가슴에 카네이션 한송이 달아드리세요'라고 말할 밖에요.... 꽃다지는 벌써 카네이션으로 붉은빛 바다가 되었습니다. 5월만은 어떤 아름다운 꽃에도 시선이 가질 않습니다. 누구의 손에 들려 어..
모란은 정말 향기가 없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을 보며 성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꽃 한송이는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 진한 감동을 준다. 꽃이 발하는 빛은 눈을 즐겁게 하고 그 꽃이 풍기는 향기는 심신을 평안하게 해준다. 그런데 향기없는 꽃이 있단다. 그야말로 '앙꼬없는 찐빵' 신세란 말인데, 바로 모란이 그렇단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모란을 꽃 중의 왕으로 여겼다. 서양에서 장미를 꽃의 여왕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신라시대 설총이 신문왕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지었다는 [화왕계]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할미꽃은 꽃들의 왕 모란에게 아첨하는 장미를 경계하라고 간했으나 듣지 않았다. 그러자 할미꽃은 '요염한 꽃을 가까이 하면 충신을 소원하게 여긴다'며 떠나려하자 왕이 크게 깨닫고 사과했다." ..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5월은 늘 붉은색을 연상시킵니다. 장미가 뿜어내는 붉은 빛은 청춘남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합니다. 또 5월은 열사들의 붉디붉은 핏빛 역사가 되살아나 쪽빛 하늘을 진보의 함성으로 메아리치게 합니다. 이렇듯 5월은 숨죽이며 흐르던 정열과 정의가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룹니다. 2009년 5월도 그러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자신의 반쪽을 도려내는 아픔에 오열했습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역사의 시계추에 침묵으로 감내하던 500만 시민들은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당당하게 눈물의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 눈물의 자유는 반역의 시대에 항거하고픈 소리없는 투쟁이었습니다. 그렇게 선홍빛 5월은 인간 노무현을 품고 머나먼 여정을 떠났습니다. 슬픔이 너무도 컸던 탓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사랑하고 존경한다던 후배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