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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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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아더 왕의 영원한 휴식처이자 이상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사내가 있었다. 조선시대 허균의 한글 소설 제목이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는 의적 홍길동이었다. 홍길동은 철저하게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서자로 태어난 억울함을 새로운 사회에의 꿈으로 해소했고 활빈당의 우두머리가 되어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홍길동은 연산군으로부터 제의받은 병조판서 자리도 거부하고 부하들과 함께 바다 건너 율도국이라는 섬나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홍길동에게 율도국은 출신 성분에 따른 신분 차별이 없는 이상향이었을 것이다. 물론 봉건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던 당시로서는 율도국이 완전한 이상 사회였다기보다는 홍길동 자신이 말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던 휴식처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
서왕모가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 어릴 적 코미디 프로 중에 ‘김 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이란 유행어가 있었다. '동방삭' 뒤로도 숨을 몇 번이나 헐떡이며 읊을 정도로 긴 글자가 나열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김씨 성에 ‘수한무’로 시작되는 어느 양반 자제의 이름이었다. 집안 내력이 오래 살지 못한 탓에 무병장수 하라는 의미로 지어준 이름인데 오래 산다는 동식물은 죄다 끌어모아 이름에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삼천갑자동방삭’은 무병장수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이름에 넣었을까? 삼천갑자면 60년의 3천배이니 18만년이 된다. 18만년간 살았다는 동방삭 설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품성으로 유명했던 동방삭이 저승사자를 꾀어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인데 서왕모의 반도(먹으면 영생을 누린다는 복숭아)를 훔쳐 먹어서 오..
무릎을 꿇어야 할 사람은 부모와 교사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무능과 부실 바로 그대로였다. 초동 대처 실패와 늑장 대처,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정부 부처간 혼선은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라는 최악의 참사를 만들고 말았다. 위기관리능력 '제로'라는 현정부의 민낯만을 드러내 국민들의 불안과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생존자 구조라는 기적을 염원하던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분노가 되어 청와대로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현정부에는 이번 참사를 두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아직까지 대통령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실장이라는 사람은 청와대가 재난 사고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기껏 한다는 것이 아무런 권한도 없는 국무총리를 내세워 ..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통쾌한 복수가 남긴 것 문순태의 /1981년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 존 F. 케네디의 말이다. 인간의 다양한 행위 중 전쟁만큼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던 것은 없을 것이다. 전쟁없는 세상, 평화가 인류의 요원한 꿈처럼 생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끊임없이 전쟁을 하는 것일까.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해 출판되자마자 금서가 되었던 조나단 스위프트의 중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제4장 '말들의 나라' 편에는 휴이넘(Houyhnhnm)이 반짝이는 돌 때문에 싸우는 야후(Yahoo)를 경멸하는 대목이 나온다. 야후는 다름아닌 인간이다. 그렇다. 모든 전쟁은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하고 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