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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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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눈에 비친 서울, 내 눈에 비친 대전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사미르 다마니 지음/윤보경 옮김/서랍의날씨 펴냄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의 첫 서울 입성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동네에서야 수재 소리 듣던 삼천포였지만 낯선 거대 도시의 그것도 생전 처음 타보는 지하철에서 출구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해 헤매던 촌놈의 어리바리함도 그랬지만, 실은 나의 스무 살 그 때를 삼천포가 그대로 재연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천포가 신촌역에서 어린 양이 되었다면 나를 혼란에 빠뜨린 곳은 신설동역이었다. 수도학원 쪽으로 나오라는 형 말만 믿고 별 것 아니겠지 싶었는데도 이리 나와도 수도학원이고, 저리 나가도 수도학원이었고 게다가 생전 처음 보는 검정고시학원은 왜 그리도 많았던지, 혹시 다른 학원을 수도학원으로 잘못 들었나 싶어 공중전화 부..
야신 김성근, 꼴찌 한화를 일등으로? 꼴찌를 일등으로/김성근 지음/박태옥 말꾸밈/자음과모음 펴냄 대전에서 10년 조금 넘게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팬들의 뜨거운 야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언제부턴가 만년 꼴찌라는 꼬리표가 붙어버린 한화이지만 팬들의 한화에 대한 사랑은 야구장에서 혹은 야구 경기를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공간이면 어디에서나 식을 줄 몰랐고 꼴찌 탈출이 아니라 가을 시즌 출전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기아의 전신이었던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응룡 감독이 한화 사령탑이 되었을 때 한화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류현진의 부재를 아쉬워 하면서도 빙그레 이글스의 영광 재현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 부임 이..
생애 가장 행복했던 날의 기억이 불안한 이유 김성동(1947년~)/민들레꽃반지/2012년 충청남도 대덕군 산내면 낭월리 뼈잿골. 현재는 대전광역시 동구 낭월동으로 행정구역이 바뀐 이곳 골령골(뼈잿골)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합동 위령제가 열린다. 한국전쟁 당시 집단학살된 민간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다. 가족이 어디에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성묘조차 할 수 없었던 유가족들은 2000년이 돼서야 그 비극의 장소가 골령골이라는 것을 알았고, 2011년에 비로소 국가인정 하에 합동 위령제를 열고 있다. 도대체 한국전쟁 당시 산내 골령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들은 가족의 죽음을 쉬쉬하고 변변한 제사조차 지내지 못했을까. 1992년 한 시사 월간지를 통해 최초로 세상에 알려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후 남한지역에서 단일지역으로는 최대 학살지로 꼽히..
우리동네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 비치하는 방법 인터넷으로 우리동네 도서관에 비치하는 방법 4월26일 국내 공공도서관에서 을 열람할 수 없다는 글을 썼는데요, 다음날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26일 포스팅에서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내 공공도서관의 보유현황을 알려드렸는데 추가로 2011년 4월 현재 전국 공공도서관의 보유현황 자료가 업그레이드되어 알려드리고 우리동네 도서관에 비치하는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역별로 공공도서관내 보유현황이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나마 2011년 4월 현재 충북과 인천만이 40% 이상 공공도서관에서 을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광주와 제주가 10%대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놀랐습니다. 어느 지역보다 역사의식이 높다고 생각하고 ..
방사능비에도 꽃다지에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방사능비다 황사비다 해서 기분좋게 내리는 비에도 지나가는 사람마다 우산을 받쳐드는 모습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늘 그리던 봄비처럼 소리없이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질법한데도 우산을 받치지 않으면 왠지 뻘줄할 것 같았죠. 자연의 선물을 거부해야만 하는 아쉬움을 달랠겸 해서 출근길에 꽃다지를 들렀습니다. 띄엄띄엄 달라붙은 초록이 겨울을 버티지 못할 것 같더니만 어느새 싱그런 빛으로 새단장을 했더군요. 끝날줄 모르는 불경기로 졸업 입학 시즌에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하시던데 오랫만에 찾은 어제는 주문받은 꽃바구니를 만드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사장님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처럼 우리네 팍팍한 삶도 봄빛으로 충만하길 기대해 봅니다.
미다스의 손보다 이아손의 모노산달로스 요즘 같아서는 블로그를 접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왠지 모를 초조함이 온몸을 휘감고 늘 쫓기는 듯한 일상, 게다가 지난주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며칠 블로그를 쉬는 동안 책 읽는 시간도 부쩍 줄어들었습니다. 오늘은 마음도 다잡아 볼겸 맛집 한 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오픈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으니 맛집은 아니고요, 미래 맛집을 기대하며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 블로그에도 가끔 등장했던 같이 일하던 형님이 이번에 새로이 식당을 오픈했습니다. 아마도 요즘 제가 삶의 무료함을 느끼는 것도 이 형님이 어느날 갑자기 식당을 오픈한다며 일을 그만 둬 말상대가 없어진 때문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쉬는 시간마다 책 이야기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며 ..
폭설로 도로에 갇힌 2시간, 답답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새벽에 소리없이 내리던 함박눈이 아침이 되자 겨울비가 되어 온종일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운치있게 들렸다. 눈보다는 비를 좋아하는지라 왠지 기분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을 하면서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빗소리에 흥분되었는지 깨어보니 겨우 12시였다. 여전히 들릴락말락 빗방울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있었다. 켜둔 채 잠이 들었는지 책상에 앉아 마우스를 잡으니 '픽'하면서 새까맣던 컴퓨터 화면에 내 블로그가 나타났다. 못다쓴 글도 올리고 책도 좀 보면서 뒤적뒤적하다보니 어느덧 5시. 하루종일 내리던 비도 멎은 듯 조용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세상이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요놈의 겨울날씨, 참 변덕도 심하다' 평소보다 서둘러 출근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
여행 중에 대청소를 해야했던 사연 올 초부터 회원들간 휴가 일정을 조율한 끝에 8월1일 1박2일 일정으로 대전 근교 산에서 꿀맛 같은 휴가를 보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태양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끝날 줄을 몰랐다. 30분 남짓 달려 드디어 예약했던 펜션에 도착했다. 숲이 내뿜는 자연 내음에 일상의 피로가 스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밥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전기밥솥 다들 아침도 거르고 왔던 터라 서둘러 여장을 풀고 식사 준비부터 했다. 그런데 왠걸? 냉장고 위에 놓여있던 전기밥솥을 보고 있자니 배고픔마저 잊혀지는 것 같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씻었는지 전기밥솥은 묵은 때가 그득했다. 도저히 밥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전기밥솥은 싱크대 아래 서랍에 처박아두고 밥은 휴대용 전자레인지로 하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