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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첫눈이 오면 공휴일? 행복한 나라 부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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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기행/정찬주 지음/유동영·아일선 사진/작가정신 펴냄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인연 1, 2』 등 불교와 밀접한 글쓰기를 해온 작가 정찬주. 그가 이번에는 부탄,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 중국 오대산까지 불국을 다녀온 경험과 기록을 담아 『불국기행』을 펴냈다. 이 책에는 세계문화유산인 보드나드 스투파, 더르바르 광장, 스와얌부나트 사원, 카샤파 왕궁터, 운강 석굴 등은 물론이고 그간 독자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디첸포드랑 승가학교, 파로종, 질루카 사원, 아소카 스투파, 까르마이 꾸탐 사원터, 갈비하라 사원, 나후사 등 주요 불교 유적이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오롯이 소개되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금언처럼 사전 지식이 있어야 여행하는 곳의 역사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다섯 나라로 떠날 여행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전문적이거나 학술적인 서술 대신 기초적인 지식과 감흥 위주로 이 글을 썼다. 『불국기행』은 여행기이자 해당 나라에 대한 입문서로서 독자가 이들 역사와 문화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주목할 점은 저자가 불교 유적을 한 지역의 맥락 안에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곳곳에서 우리 역사나 우리말과의 접점을 찾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부탄과 남인도 등지에서 저자는 우리말과의 그들 언어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한다. 네팔의 아소카 스투파를 돌 때는 신라 진흥왕, 고구려 광개토왕, 백제 성왕 등이 닮고자 한 ‘아육왕(아소카왕)’과 우리나라와의 인연을 떠올린다. 남인도의 벨란카니와 아요디아에서는 석탈해와 허황후의 고향과 근원을 찾고, 중국에서는 혜초와 의상대사의 흔적을 목격한다.


이 책의 내용은 치밀한 현지 취재와 『삼국사기』, 『경상도지리지』, 『삼국유사』, 『대당서역기』, 『디파밤사』, 『화엄경』 등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집필되었다. 국내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서적과 비전문가들이 취재하여 올려놓은 인터넷상의 주마간산 식 자료는 현지 지식인들의 이야기와 다소 차이가 났다. 이에 저자는 앞으로 관심을 가질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오해를 바로잡거나 그릇된 가설에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가능한 한 현지 지식인과 인터뷰를 많이 하여 잘못 알려진 지식과 엉뚱한 정보를 바로잡고자 했다. 검증된 사료와 언어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저자가 발견한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다섯 나라가 그저 낯선 땅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불교문화는 영향력이 융성했던 과거에 비하면 아쉬운 면이 많다. 저자는 불국 기행을 통해 불교문화의 과거를 살필 뿐만 아니라 불교의 현재와 미래까지도 헤아린다. 네팔에서는 석가족 ‘슈라즈 샤카’ 씨를 만나 석가모니의 후예들의 역사를 듣고, 남인도에서는 힌두교에 밀려 쇠퇴하는 불교를 목격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불교 기반이 단단하고 활동 영역이 넓은 스리랑카에서는 담불라 승단 종정스님인 수만갈라 스님을 만나 인터뷰하고 한국 불교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중국에서는 운강 석굴에 몰려든 참배객을 보며 어깨를 펴고 있는 중국 불교의 모습을 우리 불교의 현재와 비교한다. 저자의 이러한 통찰은 이 책에 깊이를 더하며, 독자가 다양한 문화적 사유를 하도록 돕는다.

이와 같이 현장의 감흥과 현지인을 통해 직접 보고 들은 정보,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한 풍부한 지식이 녹아든 글은 저자의 감상과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유동영의 사진으로 한층 심도 있게 다가온다. 『불국기행』은 5개국을 방문할 예정인 이들에게는 훌륭한 사전 길잡이이자 현지 가이드가 될 것이며, 이미 이 나라를 다녀온 이들에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실들과 다시 한 번 조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 부탄/히말라야 기운으로 축복받은 땅, 네팔/신라 여섯 씨족장과 석탈해가 떠난 땅, 남인도/연꽃을 들고 절에 가는 불심의 나라, 스리랑카/의상대사와 혜초가 순례한 불국토, 중국 오대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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