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골라먹는 재미까지 더해진 것이 간식이라지만 80년대만 해도 간식거리는 그리 흔치 못해서 학교 앞 불량식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학생들의 심심한 배를 채워주는 간식이 있었는데, 바로 초코파이였다. 가격도 100원 정도였으니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학교 매점에도 빼놓지 않고 진열되어 있었으니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성장기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국민간식이 바로 초코파이였다. 더욱이 남자들에게 초코파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되었다. 무용담으로 점철된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도 초코파이를 빼면 하룻밤도 못 채우고 다 끝날 분량일 것이다. 전우애는 훈련이나 행군으로 싹트지 않았다고 말하면 대한민국 군대를 폄하한 것일까? 어쨌든 전우애는 초코파이 하나면 충분했다.
초코파이는 두 개의 원형 비스킷을 마시멜로로 접착시킨 후 겉면에 초콜릿을 씌워 만든 과자다. 1917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4월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했다. 첫 출시 당시 가격은 50원이었는데 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이후 1980년대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크라운제과에서 초코파이를 생산하면서 일명 ‘초코파이 전쟁’이라 불렸던 상표소송으로 한때 떠들썩하기도 했다. 결국 초코파이는 빵과자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바른 과자류를 뜻하는 보통명칭이라는 법원 판결로 ‘초코파이 전쟁’은 막을 내렸다. 동양제과가 롯데제과에 상표등록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이 기각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동안 동양제과가 주도하고 있던 초코파이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동양제과는 1989년 기존 자사 초코파이를 ‘초코파이 情’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그 유명한 ‘情 시리즈’ 광고를 통해 다시 초코파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초코파이 하면 연상되는 ‘情’을 특정업체 초코파이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또한 초코파이의 또 다른 보통명사가 돼버린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대표 간식으로 북한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초코파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앞으로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주지 말라”고 요구한 공장이 크게 늘었다. 초코파이 대신 고기나 밥을 달라는 공장도 있고, 돈으로 달라는 공장도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초코파이 거부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구도로 각 입주업체 직장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야근 등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1인당 하루에 10개의 초코파이를 지급하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초코파이가 근로의욕 증대에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이 초코파이를 거부하고 있어 그 이유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대립으로만 치닫는 남북관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초코파이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북한 암시장에서 초코파이는 한국 가격의 27배(10달러, 10,7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 노동자 월급의 10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릴 조짐이 안보인다. 마치 남북 양측이 서로 손해볼 것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경색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단 자체만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의 지속되는 경색국면은 남북 당국의 또 다른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냉전이 종식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남북 당국은 여전히 냉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내부 단속과 정권 연장을 위해 남과 북이 해묵은 이념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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