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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1박2일 어리버리 김종민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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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 처방을 할 때 꼭은 아니지만 자주 들어가는 약초가 감초다. 감초는 약효가 다양해서 두루 쓰이기도 하고 모든 약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약방의 감초. 어떤 조직이나 모임에도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KBS 대표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1 2의 김종민 정도면 약방의 감초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혀 스타 답지 않은, 때로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보다 한참 낮은 행동들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김종민의 그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는 같이 출연한 어떤 연예인보다 인간적으로 비춰졌으리라. 누군가는 얘기한다. 그가 천재일 수도 있다고. 어쨌든 김종민의 그런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 어리버리 김종민이다.

 

필자도 그런 모습 때문에 김종민을 좋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리버리 김종민은 틀렸다. 안티도 아닌데 필자가 어리버리 김종민이 틀렸다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한남철의 소설 <강 건너 저쪽에서>의 한 대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 건너 저쪽에서>는 주인공 가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며 할머니의 살아생전 흔적들을 담담히 추적해가는 소설이다.

 

사진>세계일보 

 

할머님은 집안 어른이니까 그렇다 쳐두 큰어머님은 좀 너무하셨는데요.”

늬 큰어머님짜리가 원래 꾀퉁이였다. 사람 비위 맞추는 덴 따라갈 사람이 없었어. 손재주는 얼마나 좋았게. 어떤 옷이구 한 번만 보면 척척 만들더라니까. 나 같은 어리보기 하군 아주 딴판이었다. 그러니 집안 살림할 생각이 나겠니. 원래 재주 많은 여자는 티를 내거든.”

그럼 할머니하군 성질이 잘 안 맞았겠는데요.” –한남철의 <강 건너 저쪽에서> 중에서-

 

어리버리 김종민과 비슷한 단어를 하나 찾았을 것이다. ‘어리보기. 국립국어원 표준어 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어리보기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일상에서 비속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인 머저리어리보기와 같은 비슷한 말이다.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어리바리라고 하는데 어리보기의 어찌씨(부사)에 해당한다. 흔히 이런 의미로 흔히 사용하는 어리버리는 잘못된 표현으로 어리바리가 맞다. 그래서 어리버리 김종민어리바리 김종민으로 바꿔 불러야 맞는 표현이다. 특히 자막을 주로 사용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잘못된 표현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자막을 올릴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말에는 유독 어리바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많다. 가령 얼굴, 어린이, 어른, 얼간이, 어리석다. 어리둥절하다. 얼떨떨하다, 얼렁뚱땅, 얼치기, 얼큰하다 등이 그것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정신을 뜻하는 에서 파생됐다. 얼굴은 과 얼굴에 나있는 눈, , , 귀 등 구멍이나 골짜기를 뜻하는 의 합성어로 얼굴에 그 사람의 정신 세계가 담겨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어린이는 (정신)이 차츰 어리어 가는 사람’, 어른은 얼이 익은 사람’, 얼간이는 얼이 간 사람임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리둥절하다, 얼떨떨하다, 얼렁뚱땅, 얼치기 등은 얼이 흔들려 정신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들이다. 매운 음식이나 술을 먹어서 (정신)이 얼얼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 얼큰하다.

 

얼싸안다도 단순히 껴안는 상태가 아니다. 얼싸안는 행위에는 서로의 마음()까지 안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분이 좋을 때 많이 사용하는 얼씨구라는 추임새도 얼에 씨가 있어 좋다는 의미가 된다.

 

때로는 좋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정신을 나타내는 에서 파생된 단어들은 우리 조상들이 마음 씀씀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얼굴을 늘 정갈히 가꾸는 것은 바른 마음을 다잡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어리버리 김종민은 틀렸다. ‘어리바리 김종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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