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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이제 교과서도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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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수업 시간표,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중고등학교 시절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어깨를 제대로 펴고 미래와 꿈을 상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저 선생님이 또는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아니면 꿈과는 상관없이 점수에 맞춰 자신의 미래를 맡겨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분명 우등생과 모범생은 그 의미가 다를진대 우등생은 곧 모범생이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좌절했던 시절, 그 시절 아틀라스가 지고 있던 지구만큼이나 우리네 어깨를 짖누르고 있던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이 있었다. 바로 책가방이다.

교과서와 참고서로 빽빽하게 채우고도 모자라 덤으로 들어야 했던 손가방이 있었고 여기에 도시락 가방이 하나 더 추가됐으니 멀리서 보면 학생이 가방을 들었는지 가방이 학생을 떠밀고 가고 있는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12년을 보냈으니 대학에서는 책가방이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하게 된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학생들이 심플한 차림으로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새삼스럽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최소한 겉모습만 보면 말이다. 그 속이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책가방은 물론 교과서마저도 빛바랜 추억 속 사진이 될 모양이다. 아날로그 TV도 사라질 마당에 굳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기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일간신문인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에 "한국, 2015년까지 모든 활자책이 전자책으로 전환된다"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특히 교육 분야에서의 디지털 변화에 대한 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교과서로 가득찬 학생들의 가방이 향후 3년 내 추억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2015년까지 최소한 공립 학교에서만은 모든 텍스트북이 전자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 어떤 디지털 매체가 텍스트북을 대체할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교실에 약 24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밝히고 있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를 'Smart School'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Smart School'은 이미 2008년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작하고 있는데 후지쯔나 삼성의 갤럭시 탭이 디지털 수업교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 학교의 디지털화는 교육출판산업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소개한다. 또한 이런 디지털화는 교실에서의 협력학습과 수업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국 전자통신의 혁명>의 저자 제임스 라르손(James F Larson)
“한국의 토탈 네트워크 사회로의 전환은 출판 산업에 심오한 함의를 주고 있다."
 
아빌레니 크리스찬 대학의 빌 랭킨(Bill Rankin) 교수
"
디지털 북에는 몇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디지털 북이 미디어를 통합하고 소셜 네트워킹을 통합할 수 있다는 상상이 가능하다는 거죠"

한편 미국의 몇몇 학교에서도 디지털 북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 20여개 주에서 디지털 북을 이용한 독창적인 교육방식이 채택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활자책인 텍스트 북과 병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어느 주에서도 디지털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 버금가는 곳이 없다는 소개를 덧붙이고 있다. 

한국이 교육분야에서 이렇게 빠르게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유로 빠른 인터넷 속도를 들고 있다. 이 신문은 전세계 평균의 7배에 달하는 한국의 인터넷 속도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교실의 디지털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미국 학교들도 한국 학교들이 어떻게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에 대응해 가고 있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사이면서도 한편으론 개운치 못한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변화에 대처하는 발빠른 대응이 교육의 질에도 적용이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한정 쏟아지는 지식의 홍수에 학생들은 그만큼의 부담을 더 떠안아야만 하는 게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교육의 디지털화와 창의적이고 건전한 시민으로의 육성이라는 교육 본래의 의미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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