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약초꾼 에린레, 강이 되다

아프리카 서부에 거주하는 요루바족 신화에서 에린레(Erinle)는 부와 다산, 풍요를 상징하는 오리샤(Orisha. ‘신’이라는 뜻)이다. 그는 또 물의 신이자 숲의 신이다. 나이지리아 에린레 강의 발원지는 강의 여신 오순의 주요 성지가 있는 오쇼그보 근처에 있다. 극심한 가뭄 이후 오순은 에린레와 결혼했고 다시 풍요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일부 신화에서는 에린레가 오순의 아들이라고 한다. 에린레는 담수와 염수가 만나는 곳에 나타난다. 그는 또한 그의 가까운 동맹인 오군, 오초시, 오사인 등과 함께 숲에서 사는 사냥꾼이기도 하다. 그는 전사이자 신성한 치료사이다. 에린레는 대천사 라파엘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사냥과 건강과 강의 신 에린레. 출처>구글 검색

 

신화에 따르면 에린레는 사냥꾼이었고 함께 살 아내나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숲의 한가운데에 오두막을 짓고 원숭이를 사냥하며 살았다. 고독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그는 혼자서 고함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가 어디 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시장에서 집으로 그를 따라온 몇몇 약초꾼들이 그를 발견했다. 그의 활기찬 함성에 매료된 그들은 오군(장인의 신)이 그와 맞먹는 이상한 자가 있다는 것을 들을 때까지 그의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퍼뜨렸다. 오군 또한 그의 함성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고 그에게 함성의 기술을 가르치는 대가로 드럼 기술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후 두 사냥꾼은 좋은 친구가 되었고 형제로서 숲을 배회하며 좀처럼 헤어지지 않았다.

 

에린레와 오순은 둘 다 강의 신이었기 때문에 쉽게 사랑에 빠져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그들은 많은 아이들을 낳았는데 둘 다 신이자 거대한 물뱀이었지만 오순은 에린레가 그녀와 떨여져 일 년의 반을 보낸다는 것에 늘 불만이었다. 더 나아가 에린레는 그의 아이들 중 몇 명을 자기와 같은 삶을 살도록 부추겼다. 오순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점쟁이를 찾아갔고 거기서 그녀는 다섯 마리의 닭과 다섯 개의 조롱박을 제물로 바치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했고 최고신 올로두마레에게 그들의 결혼을 파탄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오순은 그녀의 자식들을 데리고 에린레를 떠났다.

 

에린레 동상. 출처>구글 검색

 

어느 날 에린레는 숲에서 민첩하고 숙련된 인간 사냥꾼을 만났고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곧 친구가 되어 함께 사냥을 했고 에린레는 결국 그 남자와 무척이나 가까워졌다. 어느 날 남자는 자신은 인간이 아니며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궁전에 살았다고 설명하면서 그의 신성을 드러냈다. 에린레는 남자를 자신의 오두막으로 초대했고 남자는 그에게 숲 대신 큰 마을을 선물했다. 에렌레는 마을 사람들의 요구에 응했고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어느 날 에린레가 강에서 아름다운 여신을 보고 광적으로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상고의 첫 번째 아내인 오바였고 그는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그녀를 몰래 지켜보았다. 그는 상고가 그녀를 잘 대해주지 않고 있다고 확신했고 그런 그녀를 위해 자신이 그녀의 남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상고의 궁전으로 진군해 그녀를 포기하라고 요구했고 분노한 상고는 즉시 그에게 번개와 불을 던졌다. 에린레는 상고의 공격을 피해 강으로 변신해 달아났고 다시는 오바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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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레는 사냥꾼으로서 존경받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여전히 그를 제대로 존경하지 않았고 그는 사람들이 그를 숭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통해 그는 목공예에 대한 지식과 숲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해 코끼리만큼 거대한 몸집을 가진 유명한 약초꾼이 되었다. 그는 겁에 질린 인간들을 모두 모은 후 숲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거대한 코끼리로 변신한 다음 땅 속으로 가라앉아 강이 되어 그의 원래 모습은 인간의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사실 그의 이름은 ‘코끼리의 땅’ 또는 ‘코끼리의 집’이라는 뜻이다.

 

에린레 숭배의 흔적은 오요 제국(Oyo Empire. 오늘날 베냉과 서부 나이지리아에 있던 요루바 제국) 전역의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그의 신전에는 그가 변한 에린레 강에서 가져온 매끄러고 둥근 돌이 있다고 한다. 그는 쿠바 루쿠미에서는 인레(Inle)로 브라질의 칸돔블레에서는 옥소시 이부알라모(Oxossi Ibualamo)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순 강의 지류인 에린레 강은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