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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가 고대 로마 사회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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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에이레네(Eirene, 로마의 팍스)는 평화를 의인화한 여신이다. 그녀는 또 12명의 호라이 여신 중 한 명이다. 12명의 여신들은 12개의 달과 하루 중 12시간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계절의 여신이라고도 불리는데 태양 신 헬리오스를 안내해서 헬리오스가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하루를 서로 다른 자연적인 시간으로 나눈다. 고대 그리스 시인 또한 ‘호라 탈로(Hora Thallo)’라는 잘 알려진 별명을 통해 에이레네 여신을 계절 봄에 비유한다. 호라 탈로는 문자 그대로 ‘녹색 싹’이라는 뜻으로 새로운 식물의 성장과 재생의 계절 봄과 닮았다. 일반적으로 호라이는 테미스와 제우스가 낳은 계절의 여신들로 정의의 여신 디케, 질서의 여신 에우노미아,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를 말한다.

 

플루토스를 안고 있는 에이레네. 출처>구글 검색

 

에이레네는 올림포스 최고신 제우스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이자 정의를 의인화한 티탄족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우스와 테미스는 호라이 여신들 즉 에이레네, 디케, 에우노미아의 궁극적인 기원이다. 그러므로 에이레네, 디케, 에우노미아는 제우스와 테미스의 자식들일 뿐만 아니라 자매들이다. 테미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12 자식들 즉 1세대 티탄 신족 중 한 명이었다. 디케는 정의의 저울로 대표되는 정의와 법의 여신이다. 반면 에우노미아는 법의 하급 여신이다. 제우스와 테미스는 또한 세 모이라이의 어머니로 여겨진다. 모이라이(Moirae)는 운명의 여신들로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등을 말한다. 클로토는 자신의 가락을 사용해 생명의 실을 짓고 라케시스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생명의 실을 측정하기 위해 측정봉을 사용하며 아트로포스는 생명의 실을 자르는 죽음을 의미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호라이를 모든 그리스 신들의 거주지인 올림포스 산으로 통하는 문들의 수호신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리스 신들의 왕 제우스 왕좌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일리아드>는 에이레네를 올림포스 산 입구의 수호 여신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는 그녀의 존재나 다음 계절의 관문으로서의 역할로 표현된다.

 

예술에서 에이레네는 코르누코피아, 홀, 리톤이라고 불리는 횃불을 들고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코르누코피아는 풍요의 뿔로 보통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중에 많은 다른 신들과 관련을 맺으며 진화한다. 코르누코피아는 풍요를 의미하거나 상징한다. 홀은 에이레네가 들고다니는 지팡이로 왕권을 상징한다. 리톤은 고대 의식에 주로 사용된 뿔 모양의 술잔이다. 에이레네는 고대 아테네 사람들에게 많은 숭배를 받았다. 기원전 275년에 있었던 스파르타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에이레네의 동상이 세워졌다. 이 에이레네 동상은 기원전 4세기 경에 활동한 그리스 조각가 케피소도토스가 만든 청동 조각상이었는데 그는 또 다른 고대 그리스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의 아버지 또는 삼촌으로 알려져 있다.

 

템플럼 파키스가 있던 자리. 출처>구글 검색

 

이 동상은 본질적으로 평화와 부로 해석된다. 동상은 에이레네가 왼쪽 팔에 어린 플루토스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플루토스는 풍요와 부의 신으로 수확과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의 아들이다. 이 청동상은 기원전 375년에서 371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이 청동상은 그녀가 평화와 부의 어머니라는 추상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것은 또한 평화로운 시기에 청동 재료가 단지 무기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조각상은 또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미래 묘사에도 영향을 주었다.

 

게다가 이 동상은 헤르메스와 디오니소스 조각상 중 하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헤르메스-디오니소스상에는 늙은 신 또는 여신과 상호작용을 하는 아이를 포함하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아기가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비율이나 인간 세상에서 온 아기의 외모와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아기도 신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 에이레네 청동상은 무겁게 덮여 있다. 그 무거운 옷은 그녀에게 매우 모성적이거나 모성적인 분위기를 의미한다. 이 조각상은 플루토스가 깊은 신뢰와 사랑으로 에이레네를 바라보고 있고 에이레네는 모성애를 다해 그를 돌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평화의 수호 아래 부가 번성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에이레네 동상 복제품 중 하나는 케피소도토스가 대리석으로 만들었고 현재 뮌헨 글립토텍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에이레네의 가장 큰 가치는 그녀가 평화의 전형이고 전쟁과 악을 종종 초래하는 모든 그리스 신들의 나쁜 미덕들 사이에서 황금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에이레네 숭배는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테네에서 제국이 부상한 후 에이레네 숭배는 그리스 국가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그들의 동전에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불리는 여신 에이레네의 그들만의 표현을 가지고 있었다. 팍스를 묘사한 동전은 삼니움 전쟁(기원전 4세기와 3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의 패권을 둘러싼 로마와 삼니움족 간에 벌어진 3차례의 전쟁) 이후 로마와 에피로스(고대 그리스의 북서쪽에 있었던 왕국) 사이의 조약을 기리기 위해 기원전 137년에 처음으로 주조되었다. 동전 속에서 팍스(에이레네)는 번영과 평화를 상징하는 여성으로 묘사되었다. 같이 묘사된 농장 동물들을 통해 그녀가 풍요의 여신임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동전을 통해 그녀가 무성한 들판과 풍성한 수확, 평화의 여신임을 전달하고 있다. 아우구스투스(Augustus, BC 63년~AD 14년) 황제 통치 기간 동안 팍스 또는 에이레네는 로마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숭배되었다. 그녀의 이미지는 수년 간의 전쟁 후 평화와 안정을 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을 것이다.

 

로마의 평화의 여신 팍스에게 봉헌된 아라 파키스 제단은 기원전 13년에 아우구스투스가 갈리아 지방에서 돌아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의뢰된 건축물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갈리아 지방을 3년 동안 직접 통치했었다. 팍스 여신에 대한 존경의 상징으로 그는 그 건물을 마르티우스 평원(로마 대평원)에 있는 자신의 묘 근처에 놓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팍스 여신이 아우구스투스 통치 기간 그렇게 극진한 숭배를 받았던 이유들 중 하나이고 그녀의 이미지는 또한 그 기간 동안 유통된 동전에서 발견되었다. 팍스 여신에 대한 그 헌신과 숭배는 결국 내전을 끝내는 데 성공한 플라비우스 왕조(로마 제국을 지배한 왕가의 일부, 69년~96년)의 베스파니아누스(Vespasianus, 로마 제국의 9대 황제, 9년~79년) 통치 기간 동안에도 계속되었다. 베스파시아누스는 로마의 불안과 불안정의 종식을 기념하기 위해 팍스 신전을 세워 궁극적인 평화와 연결시켰다. 그래서 이 신전을 ‘평화의 신전’이라는 뜻의 템플럼 파키스(Templum Pacis)라고 불렀다.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180년까지 로마의 평화 시기인 팍스 로마나 기간 동안 기독교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때는 모든 면에서 평화의 시기였다. 기독교가 이 평화와 안정의 시기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기독교의 전파를 반대했다. 폭군의 대명사 로마 황제 네로(Nero Claudius Caesar Augustus Germanicus, 37년~68년)는 서기 64년에 기독교인들을 박해한 최초의 황제였다. 박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졌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고대 로마의 예배 방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팍스 로마나는 역사적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 또는 팍스 숭배가 절대적인 평화, 전쟁의 종식, 노예제도의 폐지, 폭력의 감소, 사람들의 심리적 평화는 물론 사회 전반에 궁극적인 안정을 가져다 주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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