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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변화무쌍한 바다를 상징하는 아에기르와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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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에는 아에기르(Aegir)와 란(Ran)이라는 부부 신이 등장한다. 이 부부는 바다를 의인화한 신이다. 하지만 한 명은 당신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맥주를 권할 것이며 다른 한 명은 당신을 익사시켜 죽은 영혼들의 세계에 당신을 더해 줄 것이다. 북유럽 신화에서 아에기르와 란 부부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이 부부 신은 또 많은 유럽의 바다에 얽힌 신화의 기원을 밝혀 줄 것이다. 선원들은 대양을 안전하게 건너기 위해 또는 그들의 죽은 영혼이 위대한 아에게르의 땅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이 부부 신에게 황금을 제공할 것이다.

 

바다의 신 아에기르와 란. 출처>구글 검색

 

아에기르와 란은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거인들 중 두 명일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많이 언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두 신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그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둘 다 거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일부 자료에서 란은 거인이 아닌 바다의 여신으로, 아에기르는 거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바다’라는 뜻의 아에기르와 ‘파괴자’라는 뜻의 란은 아에기르하임이라고 불리는 바다 밑 거대한 궁전에 사는 부부였다. 그들은 파도의 이름을 딴 아홉 명의 딸이 있었다. 그들은 에시르와 바니르 신들의 연회에 자주 초대되는 것으로 보아 이들 신족들과 좋은 관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 쌍의 신으로서 그들은 바다의 자비와 악의를 상징한다. 아에기르는 친절한 주인으로 대표되고 바다의 자비로운 측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란은 바다의 황량하고 사악한 면을 상징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란을 언급하는 것은 보통 그녀가 지루해질 때까지 그녀를 즐겁게 해 줄 아에기르하임에 살기 위해 불행한 선원들을 익사시키고 그들을 그녀의 영역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 신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아에기르는 명예 에시르 신족이자 바니르 신족이었으며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물론 란이 늘 그의 편에 설 것이지만 그녀는 죽음의 여신 헬라와 같이 있었다. 그녀는 나이든 신들과 함께 있기를 좋아했다. 이것은 아에기르의 고요함과 란의 파괴성이라는 바다의 변화를 상징했다.

 

스노리 스툴루손(Snorri Sturluson, 1179~1241, 아이슬란드의 시인이자 역사가)의 <산문 에다>의 제2부 <스칼드스카파르말>(시어법, 시의 신 브라기가 아에기르에게 북유럽 특유의 시인 스칼드를 강의해 주는 내용)은 바다를 ‘아에기르와 란의 딸들의 땅’이라고 언급하면서 파도의 정령인 딸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다. 스툴루손에 따르면 아홉 명의 파도의 정령들은 파도의 종류에 따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블로두그하다(파도 꼭대기의 발그레한 거품), 빌기아(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파도), 드뢰픈 또는 바라(부서지는 파도), 두파(아래 위로 치는 파도), 헤프링 또는 헤브링(올라가는 파도), 히밍글래바(물결 꼭대기의 투명한 파도), 흐론(잔잔한 파도), 콜가(차가운 파도), 우드르(거품 같은 파도).

 

아에기르와 란 그리고 아홉 딸들. 출처>구글 검색

 

란의 취미는 죽은 영혼들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그 영혼들을 아에기르하임으로 데려간다. 고대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익사한 선원들의 영혼이 그들의 장례식에 나타나면 란은 그들을 환영했다고 믿었다. 란의 죽은 영혼들을 위해 수세기 동안 연회를 베풀어 주지만 그들 때문에 힘들어지는 시점이 오면 란은 그들을 죽은 자들의 땅인 헬라와 헬하임으로 보낸다. 선원들은 이런 란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금화를 소지하거나 배의 측면에 동전을 떨어뜨리거나 안전한 항해를 위한 의식이나 주문을 수행하는 등으로 란을 달랬다고 한다.

 

아에기르가 비록 요툰(거인)이었지만 에시르 신족과 매우 친밀한 사이였으며 란과 함께 아스가르드(신들의 거주지) 연회에 초대되었다. 반대로 아에기르하임에서 열린 연회에도 많은 아스가르드 신들이 참석했는데 아에기르는 이들에게 맛있는 벌꿀술이나 맥주를 제공했다. 아에기르가 제조한 이 벌꿀술이나 맥주는 아홉 개 세계 모두에서 탐내는 술이었다. 그는 에시르 신족 사이에서 특별한 마법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오딘은 이런 능력 때문에 아에기르를 무척 좋아했다. 아에기르가 그의 친근하고 관대한 성격으로 아스가르드에 알려졌다면 그의 아내 란은 아스가르드 신들도 꺼릴 만큼 포악한 신이었다.

 

아에기르와 란의 아홉 딸처럼 란도 종종 후기 예술에서 인어 형태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란은 아에기르와 함께 연회에 참석하고 죽은 영혼들과의 연회를 즐기기 위해 다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의 이름으로 추측해 볼 때 란은 영혼의 강탈자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자들은 란이 ‘숙녀’를 의미하며 인도유럽어의 ‘라니(Rani)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선원들을 잡아 죽음의 세계로 끌고가기 위해 그물을 가지고 있었다. 이 그물은 한 때 로키가 물고기로 변장해 난쟁이 아드바리를 잡기 위해 빌려간 적이 있었다. 분명 그는 선원들을 유혹해 죽음으로 이끌었던 그리스 신화 속 요정 사이렌과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란은 북쪽 바다에 있는 모든 폭풍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바이킹 시대 선원들은 안전한 항해를 위해 란에게 제물이나 공물을 바쳤다. 바이킹들이 란에게 바쳤던 제물 중 일부로 보이는 유물이 덴마크 티쏘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비록 그것들이 란에게 바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변화무쌍한 바다를 상징하는 이들 부부가 인기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최고신 오딘이 그들의 사위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딘은 아에기르와 란의 아홉 딸 모두와 사랑에 빠졌다. 뿔피리를 불어 종말의 날을 경고한 헤임달이 바로 오딘과 아홉 딸들의 아들이었다. 헤임달은 태어나서 아홉 어머니와 함께 바다에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 아스가르드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아스가르드는 헤임달의 비프뢰스트(무지개 다리)의 경호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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