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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사후세계, 이르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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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이르칼라Irkalla는 돌아올 수 없는 지하세계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죽은 자들의 세계 또는 지하세계를 이르칼라 말고도 아랄리Arali, 쿠르Kur, 키갈Kigal, 기잘Gizal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인간이 어떻게 지하세계(저승)에 들어가는지를 설명하는 두 가지 전통이 있었다. 한 이야기에 따르면 저승으로 가는 길은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스텝 지대를 지나 하부르강(터키와 시리아를 흐르는 강. 남쪽 시리아에서 유프라테스강과 합류한다)을 건너 일곱 개의 삼엄한 문을 통과해야 했다. 다른 이야기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은 배를 타고 대지의 강 중 하나를 따라 내려가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 다음에 압주(대지 아래를 흐르는 담수)를 건너면 이르칼라에 이르게 된다.

 

이르칼라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사후세계였다. 출처>구글 검색

 

처음에 이르칼라의 유일한 통치자는 엔릴의 손녀이자 이난나의 언니인 에레쉬키갈이었다. 나중에 그녀는 질병, 전염병 그리고 열로 인한 모든 불행을 가져오는 죽음의 왕인 그녀의 남편 네르갈과 함께 이르칼라를 통치했다. 에레쉬키갈의 판단과 법은 언제나 논쟁의 여지가 없었다. 이르칼라는 많은 악마들의 거주지였는데 그 중에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라마슈투, 무시무시한 바람의 악마이자 수호신인 파주주, 인간을 이르칼라로 끌고가기 위해 분주한 거대한 악마 갈라스(또는 갈루) 등이 있었다.

 

다양한 문헌을 통해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태양이 지는 서쪽 사막에 지하세계의 입구가 있다고 생각했다.바빌로니아의 태양신 샤마시(수메르의 우투)가 저녁이 되면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나서 아침이 되면 동쪽 산에서 다시 떠올랐다. 지하세계는 대지 아래의 담수인 압주보다 훨씬 더 낮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바빌로니아 기록에서 무덤은 그곳에 묻혀 있는 망자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수메르인들의 신념 체계는 바빌로니아 신화에 영감을 주었고 바빌로니아인들은 그것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다. 지위나 나이, 도덕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사후에 이르칼라로 내려갔다. 이르칼라는 모든 영혼들의 동일한 사후세계였다. 이르칼라의 유일한 음식 또는 음료는 마른 먼지뿐이었지만 가족 구성원들은 망자가 마실 수 있는 신주를 바쳤다. 영국의 문헌 학자이자 아시리아 학자인 어빙 핀켈은 이르칼라를 음울하고 음산한 곳으로 묘사했다.

 

사후세계에 대한 모든 관점은 다른 문화의 고대 신념체계에 따라 달랐다. 사후세계에 대한 다른 관점들과 달리 수메르의 지하세계에서는 망자에 대한 최종 판단이 없었다. 죽은 사람들은 그들의 생전 삶의 행위에 대해 벌을 받거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매장 조건이 저승에서의 망자의 삶의 질을 결정했다.

 

생명과 신으로부터 단절된 어두운 지하세계로써의 이르칼라는 모든 망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지였다. 이 영역은 히브리 성경의 시올(모든 죽은 자들이 만나는 곳)과 유사하다. 이것은 삶에서 만들어진 도덕적 선택과 행동에 상관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동시에 이르칼라는 플라톤 철학, 유대교, 기독교 등에 나타난 사후세계에 대한 희망적인 시각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부르강을 건넌 망자는 일곱 개의 성벽 앞에 서서 호위병들이 지키는 일곱 개의 문을 통과해야 했다. 이르칼라의 통치자는 그들이 죽었다고 선언하고 지하세계의 서기관은 이들의 이름을 죽은 자들의 명부에 기록할 것이다. 이르칼라에서 망자는 그들이 태어날 때처럼 벌거벗은 모습으로 에레쉬키갈과 대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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