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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로마

리베르 축제 때 갓 성인이 된 소년들이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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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신화에서 리베르Liber는 자유와 성욕과 활력의 태초의 신이었다. 그는 남성적 생식력을 상징했다. 리베르는 또 농업의 풍요를 자극하기 위해 발동되는 억누를 수 없는 다산의 신이었다. 그는 로마의 토속신으로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해방감을 가져다 주는 술의 신이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와 동일시되었다. 또 로마의 술의 신 바쿠스의 별칭이기도 했다. 리베르의 배우자는 리베라Libera(그리스 신화의 페르세포네)로 곡물의 신 케레스(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와 함께 평민 계급의 수호신으로 숭배되었다. 흔히 이들을 ‘아벤티노 언덕의 3신’이라고 부른다. 리베르는 정자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씨앗을 보호한다.

 

 

리베르 신전은 늙은 여사제들이 관리했다. 리베르를 기리는 축제인 리베랄리아Liberalia는 갓 성인이 된 소년들을 축하했다. 리베랄리아 축제 때 소년들은 자신들이 어린아이였음을 나타내는 옷을 벗고 로마 시민임을 표시하는 공식적인 남성복인 토가 비릴리스toga virilis를 입었다. 오늘날 성인식에 해당하는 행사였다. 이 축제는 나무로 만든 거대한 남근상을 들판과 거리로 운반하는 행렬을 포함했다. 이 행렬은 여성들과 동물들, 대지에 생식력을 불어넣는 행위를 상징한 것이었다. 행렬의 마지막에는 남근상에 화환을 올려놓기 위해 특별히 덕이 있다고 여겨지는 여성이 선택되었다.

 

리베르를 기리기 위해 경기도 열렸는데 이 경기는 리베르의 본성에 걸맞게 거칠고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이 경기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날과 공동 행사를 위해 금지되었다. 리베르 경기는 4세기에 이교도 종교가 폐지될 때까지 잠시 부활되었지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리베르의 이 남근 행렬을 탐탁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리베르는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와인과도 관련이 있었다. 팔레르노산 포도주가 그것이다.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기원전 65년~기원전 8년)가 격찬했던 와인이 바로 팔레르노산 포도주였다. 네로 황제 치하에서 집정관과 아시아 총독을 지냈던 서사시인 실리우스 이탈리쿠스(Silius Italicus, 26년~101년)도 그의 서사시 <포에니 전쟁>을 중단하고 팔레르노산 포도주를 극찬했다. 실리우스 이탈리쿠스가 전해준 팔레르노산 포도주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리베르는 어느 날 남부 이탈리아의 캄파니아 지방을 지나다가 마시코 산기슭에 사는 팔레르누스라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 묵게 되었다. 팔레르누스는 자기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정성껏 대접하였지만 너무 가난하여 음식이 변변치 않았고 포도주도 없었다. 그러자 리베르는 농부에게 포도주를 따라주었고, 농부는 이를 마시고 이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팔레르누스는 산기슭이 온통 포도나무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 지역에서는 맛 좋은 포도주가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고대 로마인들이 귀하게 여기던 팔레르노산 포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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