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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일본

구전으로 전해진 아이누족 창조신, 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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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이kamuy는 일본 홋카이도와 쿠릴 열도, 사할린 섬 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아이누족 신화에서 영적 또는 신성한 존재로 일반적으로 ‘신神’을 이르는 말이다. 아이누 사람들은 구전이나 의식을 통해 전해진 카무이에 관한 많은 전설들을 가지고 있다. 카무이 이야기는 노래와 공연에서 묘사되었으며 종종 성스러운 의식이 열리는 동안 행해지기도 했다. 개념적으로만 보면 카무이는 일본 신화의 카미Kami와 유사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부 신화학자들은 카미가 카무이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카무이는 동물, 식물, 날씨 심지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들을 포함한 영적인 것들을 지칭할 수 있다.

 

 

수호신은 이투렌-카무이Ituren-Kamuy로 불린다. 카무이는 수없이 많다. 일부는 화로 여신 카무이 후치Kamuy Fuchi처럼 구체적인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카무이는 종종 특별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역류(되돌아가는 물결) 카무이도 있다.  카무이를 그리스 신화의 다이몬(과는 별도로 산천초목을 지배하고 인간 생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초자연적인 힘에 붙인 이름)과 비교하기도 한다. 아이누 신화의 의인화된 신들은 종종 이름의 일부로 카무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있다.

 

아이누 전설에 따르면 태초에 우주는 물과 흙이 섞인 침전물만 존재했다. 구름 속의 천둥 악마와 최초의 스스로 창조된 카무이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최초의 카무이는 새의 정령인 모쉬리 -코르-카무이Moshiri-Kor-Kamuy를 보내 세상에 살게 했다. 할미새는 땅이 습한 것을 보고 물 위로 날아가 발과 꼬리로 땅을 두드렸다. 반복된 몸짓으로 드디어 마른 땅이 나타나 주변을 둘러싼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아이누 사람들은 세상을 떠다니는 대지라는 의미의 모시리Moshiri라고 부른다. 할미새는 이 전설로 특별한 숭배를 받는 새가 되었다.

 

대지가 형성되자 천상의 정령이자 칸토-코르-카무이Kanto-Kor-Kamuy로 알려진 최초의 카무이가 다른 카무이를 대지로 보냈다. 이 카무이 중에는 아페-카무이Ape-Kamuy(또는 카무이 후치Kamuy Huchi, 아페 후치Ape Huchi) 즉 불의 여신이 있었다. 아페-카무이는 제단의 신 누사-코르-카무이Nusa-Kor-Kamuy, 사냥의 신 람-누사-코르-카무이Ram-Nusa-Kor-Kamuy, 물의 신 와카-우스-카무이Wakka-Us-Kamuy 등을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카무이였다. 가장 중요한 카무이로써 아페-카무이의 허락과 지원은 기도와 의식을 통해서 구할 수 있었다. 불의 여신 아페-카무이는 인간과 신들 사이의 전령이었다.

 

아이누에는 독자적인 문자체계가 없었다. 그래서 카무이 신화는 카무이 유카르Kamuy Yukar라는 서사시 형태의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카무이 유카르는 인간과 신 사이의 가장 중요한 소통 형태로 여겨졌다. 일반적으로 카무이 유카르는 1인칭으로 신이나 영웅의 모험을 이야기하며 그 중 일부는 7천개의 구절을 포함하는 매우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일부 카무이 유카르는 서로 모순되어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신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아이누 문화가 비교적 고립된 소규모 그룹으로 조직된 결과이다. 카무이 유카르는 19세기 후반 서양 선교사들과 일본 민족학자들에 의해 기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무이 유카르를 암기하는 아이누 전통은 기록 이전에 그들의 많은 문화가 보존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래 카무이 유카르는 무당의 역할을 맡는 여성들이 종교적 목적으로 공연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카무이 유카르는 아이누의 전통과 문화적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신성한 의식이 되었다. 오늘날 카무이 유카르는 더 이상 공연되지 않는다.

 

아이누족은 카무이를 제물과 함께 하늘로 다시 돌려보내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곰 의식인 이오만테Iomante를 포함한 이런 유형의 다양한 의식이 있다. 의식은 인간에게 제물을 받기 위해 인간세계를 방문하기 위해 변장용으로 입었던 하욥케Hayopke를 벗겨주겠다는 것이 의식의 중심 내용이다. 하욥케를 입고 있는 카무이는 사냥꾼을 선택하고 선택된 사냥꾼은 동물의 살을 차례로 제물로 바친다. 하욥케가 벗겨지면 카무이는 인간이 준 제물을 갖고 다시 그들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이오만테는 곰의 정령을 하늘에 있는 그의 집으로 보내는 의식이다. 곰은 의식을 주관하는 사제의 아내가 새끼로 키운다. 의식의 시간이 되면 남성들은 제단에 쓸 기도 막대기, 의식용 활, 술 및 신에게 바칠 제물 등을 준비한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아페-카무이에게 제물과 춤과 노래를 바치고 유카르를 공연한다. 의식의 핵심은 다음 날 제단 외부에 있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카무이에게 제물을 바치고 곰을 우리에서 꺼낸다. 곰에게 음식을 주고 곰 주위에서 춤과 노래를 공연한다. 이 때 남성들은 의식용 화살을 곰에게 쏘고 의식을 주관하는 사제는 여성들이 곰을 위해 울고 있을 때 치명적인 화살을 날린다. 곰을 목졸라 죽인 다음 죽은 곰에게 제물을 바치고 다시 카무이에게 기도하는 제단으로 옮겨진다. 곰이 해체되고 머리가 안으로 들어간다. 곰고기로 향연은 절정에 이른다.

 

의식의 마지막 날 곰의 가죽을 벗겨 장식한다. 그런 다음 Y자 모양의 막대에 놓고 동쪽 산ㅇ,ㄹ 향하도록 돌린다. 이 의식은 곰을 산으로 보내는 것을 상징한다. 잔치가 끝나면 곰의 두개골은 방향을 돌려 카무이 세계로의 귀환을 표현한다. 아이누 신화에서 카무이는 의식이 끝난 후 인간의 제물로 가득 찬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더 많은 제물은 카무이 사회에서 더 많은 명성과 부를 의미하며 카무이는 동료들을 앞에서 인간의 관대함을 말하고 더 많은 카무이들이 인간세계를 방문하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인간은 카무이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이에 대한 답례로 카무이는 인간에게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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