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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코카서스

'나는 관대하다!', 아르메니아 최고신 아라마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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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마즈드Aramazd는 기독교 이전 아르메니아 판테온의 최고신이었다. 모든 신들의 아버지로 불린 아라마즈드는 최고신이면서 하늘과 대지를 만든 창조신이었다. ‘아라마즈드Aramazd’에서 처음 두 글자 ‘아르Ar’는 ‘태양’, ‘빛’, ‘생명’ 등을 뜻하는 어근이다. 즉 태양신으로서 아라마즈드는 대지의 비옥함과 풍요로움의 원천이다. 아라마즈드를 기리는 아마노르Amanor 또는 신년 축제가  아르메니아 달력의 매년3월21일(춘분)에 개최되었다.  아라마즈드는 아르메니아 토착의 전설적인 아라Ara와 페르시아의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가 융합된 신이었다. 헬레니즘 시대 아라마즈드는 그리스의 제우스Zeus와 동일시되기도 했다. 아라마즈드의 주요 신전은 고대 아르메니아의 문화 및 행정 중심지인 아니Ani(현재 터키의 카마크)에 위치해 있었다. 이 신전은 아르메니아에서 기독교가 국교로 채택된 후 폐허가 되었다.

 

 

54년부터 428년까지 아르메니아를 통치한 아르샤쿠니 왕조 왕의 보물과 부족 무덤들도 모두 아니에서 발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마즈드는 결코 그의 페르시아 이름의과 같은 신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더 오래된 하늘 신을 연상시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조로아스터의 아후라 마즈다와 달리 아라마즈드는 배타적이지 않은 최고신이었다. 그의 옆에는 어디에서나 그를 아버지로 생각하는 많은 신들이 있었다. 풍요의 여신 아나히트Anahit, 전쟁과 지혜의 여신 나네Nane, 빛의 신 미르Mihr등이 아라마즈드의 자식들이었다.

 

4세기 초 아르메니아의 작가 아가탄겔로스Agathangelos는 아라마즈드를 창조신으로 묘사했다. 앞서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황제 크세르크세르(Xerxer, BC 519년~BC465년)는 그의 비문에 ‘위대한 신 아라마즈드는 하늘과 땅을 창조했으며 모든 신들보다 위대하다’는 글을 남겼다. 아르메니아의 아라마즈드는 분명 ‘위대’했으며 지혜를 갖춘 최고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매우 자주 용맹스럽고 고귀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아라마즈드는 온화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호전적인 신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으며 악에 대한 그의 적대감도 페르시아의 아후라 마즈다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마즈드는 의심할 여지없이 정의를 위해서는 싸움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라마즈드는 무엇보다도 그의 땅에 번영과 풍요를 갖다 주었다. 여기에서 그의 고대 하늘 신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그는 비를 내려 대지를 비옥하게 했고 정원과 포도밭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즉 아라마즈드는 ‘관대함’의 의인화이기도 했다.

 

아라마즈드는 모든 풍요의 원천이었기 때문에 아르메니아 달력의 첫 달인 나바사르드Navasard 축제(신년 축제)를 주관했다. 11세기 이후 아르메니아 달력에 따르면 이러한 축제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인 8월11일에 시작해 엿새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원래 아르메니아 나바사르드 축제는 페르시아를 모방해 이른  봄에 거행되었다. 이날 아르메니아의 가장 관대한 신 아라마즈드는 더욱 더 관대해졌다. 그에게 바쳐진 제물들은 가난한 자들에게 자유롭게 분배되었으며 지친 여행자는 준비된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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