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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여강여호의 이유있는 추천; 신화5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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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신화를 어떻게 이해할까? 의외로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기야 신화 속에서는 사람이 돌로 변하기도 하고 나무로 변하기도 하며 하늘을 날고 자유자재로 번개도 만들고 천둥을 울리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또 신화하면 어릴 적 그림이 많은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쯤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다듬고 또 다듬어서 아이들이 무리없이 읽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편집된 동화를 신화의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기 일쑤다.

막상 어른이 되어 글자만 빼곡히 적힌 신화를 접하다보면 생소함과 지루함이 먼저 몰려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화는 인류가 걸어온 길이라는 것이다. 그 길이 길수록 다양한 신화가 존재하고 다양한 얼굴의 신들이 활동하기 마련이다. 신화는 그 땅을 살아온 또 살아갈 사람들의 생각이고 진실이다. 그들은 신을 통해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신화는 나를 알고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첫걸음이다. 어떤 국가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그 나라의 신화책 한 권 준비해가는 센스. 여행의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신화는 내가 틈날 때마다 읽는 책도 있고, 몇 번이고 읽다 덮은 책도 있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내용만 찾아 읽었던 책도 있고, 몇 번 읽었지만 머리 속에서는 정리가 잘 안되는 책도 있다. 꼭 구입해서 읽고 싶은 책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한가지는 여기에 등장하는 신들의 행적이 나와 우리의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1. 중동 신화/사무엘 헨리후크/범우사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은 인류 문명과 문자의 발상지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한 채 강대국의 정치논리에 전쟁의 포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중동국가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다. 종교적 이유 때문이라고? 기독교 국가인 미국은 꿈의 대상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강대국들이 쳐놓은 편견의 올가미에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가슴을 열어본 이가 몇이나 될까?

특히 중동지역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발상지다. 신화도 과거에는 종교였듯이 중동신화의 상당 내용들이 기독교의 성서인 성경과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많다. 우주창조, 홍수, 인간창조 등 ...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깨는 첫걸음, 중동신화에서 시작해 보자.

 

2. 중국신화전설1,2/위엔커/민음사

짧게는 10년, 아무리 멀어도 20~30년 후면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중국은 막강한 경제인구를 기반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혈맹이라는 미국의 덫에 걸려 중국과 온전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중국은 '때국'이라는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의 역사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의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냉전이 종막을 고한지 30년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틀에 갇혀서 중국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은 그들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복희와 황제 등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신들의 행적을 읽다보면 그들이 말하는 중화사상을 알게 되고 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그들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최상의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3. 아프리카신화/지오프레이파린더/범우사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단어들. 기아, 가난, 전쟁, 에이즈....그러나 아프리카는 우리 인류의 조상이 살던 곳이다. 열악한 기후 탓도 있지만 제대로 된 근대화를 맞이하기도 전에 제국주의의 박해를 받은 탓도 클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프리카인들의 피부가 검은 이유는 아폴론의 태양마차를 몰던 파이돈이 운전미숙으로 지나치게 낮게 주행하다 태양마차에 그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그리스 신들이 존재할 때부터 아프리카인들은 역사의 한 중심에 있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문자가 없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신화의 대부분은 구전이나 유물들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것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영웅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 신들의 전쟁 이야기, 온갖 기괴한 동물들 이야기가 있다. 백인들의 유색인종 차별에 편승한 우리의 아프리카 혹은 흑인에 대한 편견, 그들의 삶과 생각을 읽음으로써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4. 일본의 신화/김화경/문학과 지성사

가깝고도 먼나라. 그러나 여전히 먼나라에 머물러 있는 일본. 흔히들 일본을 신들의 나라라고 한다. 전국에는 수만개의 신사가 존재하고 그만큼의 신들이 존재한 나라가 일본이다.

역사적으로도 우리와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아픈 과거를 안겨준 일본. 그러나 일본의 오늘날과 같은 풍요는 우리 조상들의 역할이 컸다는 국민적 자존심.

그러나 아픈 과거에 대한 분노가 있고 그들에게 문화를 전수해 주었다는 자존심만 있을 뿐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고 자문해 본다면 초라한 대답밖에 못할 것이다.

일본을 올바른 역사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신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다양한 신들의 행적은 우리와의 역사적 관계는 물론 일본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5.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1,2,3,4/이윤기/웅진지식하우스

신화를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신화읽기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에 대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어쩌면 다른 신화들을 읽기 전에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장하고 싶다.

신화가 인류의 사상과 문학에 미친 영향을 그의 탁월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신화를 문학이나 인문서적보다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편견을 깨 줄 바로 그 책이다.

전 4권이나 되지만 각 권마다 테마가 있어 신화읽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인용된 문학작품이나 명화 등도 신화를 우리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서구 중심의 그리스 신화를 우리의 정서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모든 신화읽기의 정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by 여강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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