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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우가리트

모세가 가른 것은 '홍해'가 아닌 '갈대 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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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모세의 기적’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모세가 홍해를 갈라 길을 만들었다는 얘긴데 원래 구약성경에는 ‘홍해’라는 지명이 아닌 ‘갈대 얌’이라는 말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갈대 얌’은 ‘갈대 바다’라는 뜻이다. 해석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이 바다를 ‘홍해’로 옮겼기 때문에 모세가 가른 바다가 ‘홍해’가 되었다고 한다. 고대 근동 신화 특히 우가리트(또는 가나안) 신화에서 얌Yam은 바다의 신으로 최고신 엘El의 아들이었다. 얌은 또 ‘대지의 지배자’로 풍요의 신이기도 했다. 발견된 토판에 따르면 태초에 얌은 하늘과 땅의 창조자이자 모든 신들의 아버지인 엘로부터 신적 왕권을 부여받았다.

 

바다의 신 얌Yam은 괴물이나 사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출처>구글 검색

바다와 다른 수역의 폭압적이고 괴물 같은 신인 얌은 끊임없이 바알Baal과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이 두 신들은 하늘 평원에서 전투를 벌였고 이 전투에서 패배한 얌은 하늘을 벗어난 혼돈의 대양으로 던져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얌은 여전히 바알과 갈등 관계에 있었고 그를 끌어내리고 다시 하늘의 지배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하늘의 문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 깊은 곳에서 다시 돌아올 것이었다.

 

또 다른 신화에서 얌과 바알은 끊임없이 서로를 죽이고 부활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 반복되는 신화적 전쟁은 보통 봄에는 평온해진 매서운 겨울 바다 폭풍을 상징했다. 조각난 고대 파피루스에서 발견된 일부 신화에 따르면 미와 풍요의 여신 아스타르테가 자신에게 바쳐진 제물에 불만을 품었고, 얌은 이것을 다른 신들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세상을 물로 뒤덮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최고신 엘은 장인의 신 코타르 와-카시스Kothar wa-Khasis로 하여금 그의 땅에 궁전을 짓게 했다. 또 그의 아들은 ‘엘의 사랑받는 얌’이라고 선포하고 얌에게 바알을 왕위에서 끌어내려도 된다고 허락했다.

 

하지만 얌의 욕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바알을 항복시켜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엘은 결국 얌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지만 바알은 이를 거부하고 대신에 결정적인 전쟁에서 얌과 싸우기로 결정했다. 격렬한 전투 끝에 장인의 신 코타르가 만들어 준 두 개의 특별한 무기로 얌을 물리치고 그의 몸을 조각 내어 뿌렸다. 이 전쟁을 끝으로 이제 왕권은 바알의 것이 되었다.

 

한편 이집트 신화에서 괴물 신 얌은 세트에게 패배했다. 이집트 신화에서 세트는 우가리트 판테온의 바알과 동일시되었다. 이집트 신화에서 얌은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얌은 거대한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부하를 데리고 있거나 그 자체가 괴물이었다고 여겨졌다.

 

일부 신화 학자들에 따르면 얌은 로탄Lotan(히브리 신화의 레비아탄Leviathan)과 동일시된다. 로탄은 뱀 또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용으로 요한 계시록에는 사탄으로 등장한다. 얌은 늘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다른 신들과 불완전한 창조물인 인간들을 경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얌은 기독교의 악마와도 연관되어 있는데 창세기 에덴 동산의 뱀과 관련이 있었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편 이집트 신화에서 얌은 악마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고대 이집트 뱃사람들은 바다의 신 얌을 두려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얌이 악마나 사탄이었다면 이집트 뱃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고대인들의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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