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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바람녀 아프로디테, 로마인의 시조를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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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베누스, 비너스)는 바다거품에서 태어나 조개에 실려 키프로서 섬에 도착했다. 출처>구글 검색

신화를 잘 모르는 독자라면 아프로디테가 조금은 생소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비너스(Venus)다. 로마 신화의 베누스(Venus)의 영어식 표현이다. 비너스, 베누스, 아프로디테는 모두 동일한 신의 이름이다. 아프로디테가 비너스라는 것을 알았다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Aphrodite)는 사랑, 아름다움, 쾌락을 담당하는 올림포스 여신이었다. 모든 여신들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성질이 고약하고 쉽게 불쾌해 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아프로디테의 바람기는 제우스 못지 않았다. 신과 인간을 넘나들며 자신의 욕정을 채웠다. 어쩌면 어린 시절이 없었던 탓에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어떤 여자도 처녀로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것을 확인해 줄 황금사과를 얻는 대신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평가 받았던 헬레네를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연인으로 만들어 주어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서 바다에 던져버린 후 흘러나온 피가 대양의 파도와 섞여 생긴 거품에서 태어난 우주적 신이었다. 아프로디테가 제우스 딸이라는 전승도 있지만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출처에 상관없이 아프로디테는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었다. 즉 그녀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도덕이나 윤리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단순히 이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아프로디테는 누구보다도 성적으로 개방적인 여신이었다.

 

그녀의 걷잡을 수 없는 성적 욕망과 질투는 신들 사이의 평화를 방해하는 위협으로 여겨졌다. 제우스가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를 결혼시켰지만 이것으로 그녀의 바람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특히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바람을 피워 두려움과 공포의 쌍둥이 신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낳았다. 이들 쌍둥이는 전투에서 아레스를 수행하면서 적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유발시켰다. 또 안테로스(응답없는 사랑), 히메로스(성욕), 포토스(애욕), 하르모니아(조화) 등도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자식들이었다.

 

아프로디테는 또 아레스와 불륜을 저지르고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투명 쇠사슬에 묶였을 때 그녀에게 지지를 보내준 포세이돈과도 불륜을 저질렀다. 그렇게 해서 낳은 딸이 로도스 섬의 바다 님페 로도스였다. 아프로디테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도 잠깐 만난 적이 있었다. 풍요의 하급 신 프리아포스는 아프로디테와 디오니소스의 아들이었다. 그녀의 애정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유혹해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았다. 모전자전일까?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어머니를 닮아 눈부신 외모를 가진 청년으로 성장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살마키스라는 님페의 열렬한 사랑으로 그녀와 한 몸이 되어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진 남녀양성의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의 불륜은 대부분 상대의 유혹에서 시작되었는데 아프로디테가 직접 유혹한 경우도 있었다. 젊은 바다의 신 네리테스였다. 하지만 네리테스는 그리스 최고 미인의 구애를 거절했다. 자존심이 상한 아프로디테는 복수로 네리테스를 조개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아프로디테의 성적 욕망의 상대는 신들만이 다가 아니었다.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눈 인간 중 가장 유명한 이는 아마도 아도니스일 것이다. 아도니스는 결코 늙지 않는 인간이었다. 아도니스는 태어날 때부터 눈부시게 잘 생겼다. 아프로디테가 한눈에 반할만큼….아프로디테는 아무도 모르게 갓 태어난 아도니스를 상자에 담아 지하세계의 안주인 페르세포네에게 보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페르세포네마저 아도니스와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당연히 아프로디테가 성장한 아도니스를 데리러 갔을 때 페르세포네가 그냥 내어줄 리 없었다.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신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둘의 싸움은 너무 치열했다. 하는 수 없이 제우스가 나서서 일년 중 넉 달은 페르세포네와, 또 넉 달은 아프로디테와, 나머지 넉 달은 아도니스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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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의 보살핌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둘 사이를 질투한 아레스는 멧돼지로 변신해 아도니스를 살해하고 말았다. 이제 아도니스가 가야 할 곳은 어둠의 지하세계 즉 페르세포네의 품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죽은 아도니스마저도 포기할 수 없었는지 두 여신 사이에서 또 다시 아도니스의 소유권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때도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6개월은 페르세포네와 나머지 6개월은 아프로디테와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비록 죽은 몸이 되었지만 아도니스는 이 상황이 행복했을까?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눈 인간 중에는 파에톤도 있었다. 둘 사이에서는 아스티노오스라는 아들이 태어났다. 아르고 원정대원 중 한 명인 부테스도 아프로디테의 연인이었다. 아프로디테는 황금 양털을 찾아 항해하던 중 물에 빠진 부테스를 구해 이탈리아로 데려가서 아들 에릭스를 낳았다. 아프로디테는 다르다니아의 왕자 안키세스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그녀는 프리지아의 공주로 변신해 안키세스와 사랑을 나누었다. 둘 사이에서는 아이네이아스와 리루스라는 두 아들이 태어났다. 훗날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인의 시조가 되었다. 덩달아 아프로디테(베누스)도 로마의 수호신으로 숭배되었다.

 

그리스 예술에서 아프로디테는 보석이 달린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아프로디테는 또 상대를 매혹시키는 케스토스 히마스(Kestos himas)라는 마력의 허리띠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남성이든 아프로디테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마는 이유가 바로 이 허리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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