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문명은 기원전 3500년 경에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계곡에서 시작되어 기원전 1750년 경까지 지속되었다. 수메르 문명은 이후 바빌로니아에 의해 계승되었다.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란 뜻으로 이 지역에서 차례로 일어난 수메르와 바빌로니아, 아카드 문명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수메르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고대 수메르 여신의 조각상. 출처>구글 검색

수메르 신화는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수메르 신화가 쓰여진 토판은 수천 년 동안 비바람에 씻기고 깨져서 토판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많은 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현재까지 학자들이 밝혀낸 수메르 신화 속 남무(Nammu)는 가장 오래된 여신으로 하늘과 땅을 낳은 태초의 바다였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특히 건조한 기후에 사는 이들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다. 물을 의미하는 수메르 말은 ‘세멘(Semen)’이다.

 

남무는 하늘과 땅을 낳은 최초의 어머니로 묘사된다. 또 남무는 우주의 원천이며, 우주를 지배하는 신이다. 남무는 풍요의 자궁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우주를 창조했다. 남무의 기원이나 탄생에 관해서는 어느 것도 관여하지 않았고 전해지는 기록도 없다.

 

남무로부터 남성적 하늘의 신인 안(An)과 여성적 대지의 신 키(Ki)가 출현했다. 안과 키는 바다 한가운데의 커다란 산처럼 하나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대기와 바람의 신 엔릴(Enlil)을 낳았다. 엔릴이 어둠 속에서 대기를 휘젓자 비로소 하늘과 땅을 분리되었다고 한다. 엔릴은 그의 어머니인 남무를 내쫓고 수메르 판테온의 최고신이 되었다.

 

최고신이 된 엔릴은 달의 신 난나(Nanna)를 낳았고, 난나는 태양 신 우투(Utu)를 낳았다. 엔릴은 그의 통치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하늘을 태양과 달과 별이 있는 높고 거대한 반구로 밀어 올렸다. 하늘과 분리된 땅은 딱딱한 바닥에 놓이게 되었다.

 

엔릴이 그의 어머니 키와 결합해 물의 신 엔키(Enki)를 낳았다. 엔릴과 엔키는 신들의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동물과 식물, 쟁기를 만들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 신들은 수로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신들은 이내 지치고 말았다.

 

남무는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는 엔키에게 가서 신을 대신해 일할 수 있는 무엇을 창조할 것을 요청했다. 이 때 비로소 엔키의 지시로 진흙을 짓이겨 인간이 창조되었다. 인간의 역할은 신들의 노동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난 신들은 오로지 우주의 창조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결국 신들이 그들의 역할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모든 일에 참견해야만 했다.

 

신들은 인간을 창조하고 연회를 열었다. 술에 취한 엔키와 닌마(Ninmah, 수메르 판테온의 어머니 여신 닌후르삭의 다른 이름)는 누가 더 창의적이고 중요한지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닌마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창조했고 엔키는 그들이 사회에서 기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닌마는 결국 그녀가 너무 변덕스러우면 인간들이 그녀의 숭배를 그만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즉 인간의 노동과 숭배와 희생이 없다면 신들은 굶주리게 될 것이다. 드디어 세상은 신과 인간이 공존하게 되었다.

 

참고로 엔키의 지시로 남무가 인간을 창조할 때 시그엔시그두(Sig-en-sig-du)라는 피조물이 진흙을 모았다고 한다. 태초의 여신 남무에 관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앞서 언급한 내용 말고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남무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원천이었다.

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