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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폴리네시아

마카히키 축제와 평화의 신 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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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신화에서 로노(Lono)는 농사의 신이자 풍요의 신이다. 특히 고구마의 생장과 수확을 관장한다. 또한 로노는 평화의 신이기도 하다. 하와이에서는 매년 로노를 위한 마카히키(Makahiki) 축제가 열리는데 이 기간(10월부터 다음해 2) 동안 전쟁이나 불필요한 노동은 금지된다.

 

마카히키 축제의 한 장면. 출처>구글 검색


하늘의 신 랑이누이(Ranginui)와 땅의 어머니 파파투아누쿠(Papatuanuku)가 분리된 초기 로노는 그물로 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태양과 달을 건져 올려 하늘 궤도에 올려놓았다. 인간을 창조할 때가 되었을 때 로노는 인간들에게 비옥한 흙을 제공해 주었고, 그의 형 쿠(Ku)는 인간의 몸을 만들었으며, 맏형 카네(Kane)는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로노는 무지개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필멸의 여인 카이킬라니(
Kaikilani)를 만나 결혼했다. 카이킬라니의 미모는 너무도 강렬해서 로노는 자주 질투를 하곤 했는데 어느 날은 그녀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하고 그의 강력한 신력으로 그녀를 죽이고 말았다. 훗날 로노는 이런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면서 섬 안을 헤매며 그녀를 애도했고 그녀를 기념하기 위해 마카히키 축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카히키 축제가 열리는 10월부터 다음해 2월은 하와이의 우기로 이 때 내리는 비는 카이킬라니를 잃은 슬픔에 흘린 로노의 눈물이라고 한다. 다른 신화에서는 하늘의 신 랑이누이가 아내이자 땅의 어머니 파파투아누쿠와 헤어지면서 흘린 눈물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자신의 질투와 폭력으로 아내를 잃은 로노의 눈물이 비가 되었지만 나중에 로노는 춤의 여신 라카(Laka)와 결혼했다.

마카히키 축제 기간 동안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 1728~1779)이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많은 하와이안들은 쿡 선장을 농업과 풍요와 평화의 신 로노의 귀환이라고 믿었다. 쿡 선장에 하와이에 체류해 있는 동안 그는 거의 신급 대접을 받았다. 쿡 선장이 다른 항해를 위해 1779년 다시 하와이를 찾았을 때 하와이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로노로 인식하지 않았다. 영국과 하와이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었고 결국 쿡의 죽음으로 귀결되었다.

참고로 대부분 문명의 창조신화가 그렇듯 하와이 창조신화도 태초에 하늘의 신 랑이누이와 대지의 어머니 파파투아누쿠는 한 몸이었다. 오랫동안 분리되지 않는 성교를 통해 폴리네시아 판테온의 첫 부모가 되었다. 결국 자식들에 의해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위에서 말한 랑이누이와 파파투아누쿠의 이별이란 폴리네시아 신화의 이 장면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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