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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트로이 전쟁의 숨은 영웅, 발리오스와 크산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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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발리오스(Balius)와 크산토스(Xanthus)는 영원불멸의 말[]로 하르피(Harpy,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괴조)의 하나인 포다르게(Podarge)와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us) 사이에서 태어났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제우스(Zeus)가 이들의 아버지라고도 한다.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와 대양의 여신 테티스가 결혼했을 때 포세이돈이 이들의 결혼 선물로 준 것이 바로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라는 신마였다. 펠레우스는 나중에 자신의 아들인 아킬레우스에게 이 말들을 물려주었고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는 트로이 전쟁 중에 아킬레우스의 전차를 끌었다고 전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달고 달리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 전차를 끌었던 말들이 바로 발리오스와 크산토스였다.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는 트로이 전쟁의 숨겨진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를 길들이고 있는 아킬레우스의 마부 아우토메돈. 출처>구글 검색


<일리아드>에 따르면 아킬레우스는 페다소스(Pedasos)라는 제 3의 말을 가지고 있었다. 페다소스는 발리오스, 크산토스와 함께 추적마였다. 아킬레우스는 에티온 성을 점령했을 때 페다소스를 사로잡았다. 페다소스는 발리오스나 크산토스와 달리 죽을 운명의 보통의 말이었다. 하지만 페다소스의 능력만큼은 두 신마 못지 않았다. 

 

신마가 아니었던 페다소스의 운명은 예견된 일이었다. 트로이의 동맹국이었던 리시아의 왕자 사르페돈이 그의 창이 아킬레우스의 심복 파트로클로스를 빗나가자 페다소스를 죽였다고 한다. 아킬레우스의 심복 파트로클로스는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를 직접 먹이고 돌봐 주었다.

 

<일리아드>에는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로 변장해 트로이군과 전투를 벌이다 헥토르의 창에 전사했을 때 발리오스와 크산토스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흘린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때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의 불화로 막사에 틀어박혀 있었다. 대신 자신의 신마를 파트로클로스에게 내주었던 것이다.

 

자신의 심복을 잃은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를 안전하게 데려오지 못한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를 꾸짖었다. 그러자 갑자기 크산토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리아드>에 따르면 신마 크산토스에게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준 신은 바로 헤라였다.  화가 난 크산토스는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은 아폴론이 헥토르에게 내리는 영광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아킬레우스도 머지않아 죽을 운명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 때 복수의 여신이자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 에리니에스가 나타나 함부로 인간의 운명을 발설한 죄로 크산토스의 입을 막아버렸다. 

 

신화에 따르면 아킬레우스가 죽은 뒤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는 다시 포세이돈이 가져갔다고도 하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전차를 이끌었다고도 한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의 말도 크산토스의 혈통을 이어받은 말이었다고 한다. 한편 아킬레우스 말고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바로 아킬레우스의 마부 아우토메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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