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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바람의 신 엔릴이 수메르 문화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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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릴(Enlil, 바빌로니아의 엘릴) 메소포타미아(수메르) 판테온의 대기의 신이자 하늘과 땅의 지배자이다.  엔릴은 또 바람과 대기의 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엔릴은 태초 존재의 자손이자 최초의 부부 신인 안샤르(Ansar)와 키샤르(Kisar)의 아들이었다. 엔릴은 안, 엔키와 함께 하늘과 땅과 바다를 다스리는 메소포타미아 판테온의 삼주신을 형성했다. 엔키의 힘이 워낙 막강해서 다른 신들은 엔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엔릴의 성소는 현재 이라크 남동쪽의 니푸르에 있으며 에쿠르 신전으로 알려져 있다


 우르남무와 바람과 대기의 신 엔릴(Enlil). 출처>구글 검색


엔릴은 운명의 서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주와 인간을 통제할 수 있었다. 엔릴은 땅의 풍요를 통제했고 쟁기를 발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신화에 따르면 엔릴은 독수리 머리에 사자 몸을 가진 거대한 새 안주(Anzu)에게 그의 욕실 경호를 맡겼다. 엔릴이 목욕을 하고 있는 동안 안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쳐 산 꼭대기로 날아가 버렸다. 엔릴의 형제이자 최고신인 안(An, 바빌론의 아누)이 이 사실을 알고 하급신들을 보내 안주를 죽이고 운명의 서판을 되찾아왔다.

 

아마도 폭풍우의 신에 관한 가장 유명한 신화화는 엔릴과 닌릴(Ninlil)의 이야기일 것이다. 곡식의 여신 닌릴이 목욕하고 있을 때 엔릴은 강제로 닌릴을 추행했다. 닌릴을 겁탈한 죄로 엔릴은 아눈나키(Anunnaki, 수메르 신들의 총칭) 신들의 결정에 따라 지하세계로 추방되었다. 닌릴은 엔릴이 추방된 후에야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닌릴은 엔릴을 따라 지하세계로 내려갔다. 변장을 하고 지하세계로 내려간 닌릴을 보자 엔릴은 사랑을 구애했고 닌릴은 이를 받아들였다. 드디어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 그가 바로 달의 신 난나(Nanna)였다. 어두운 지하세계에서 낳아 어둠을 비추는 달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가족은 다시 지하세계를 벗어나 천상으로 올라왔다


 

이 신화는 바람(엔릴)에 의한 수분 작용(겁탈)을 시작으로 하는 농작물의 주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하세계에서의 출생과 상승(탈출)은 농작물의 순환과 회춘을 상징한다


엔릴의 부모는 안샤르와 키샤르로 태초의 존재 담수의 신 압수(Apsu)와 염수의 신 티아마트(Tiamat)가 창조했다. 한편 달의 신 난나 외에도 엔릴과 닌릴 사이에는 몇 명의 자식들이 더 있었다. 사냥과 전쟁의 신 닌우르타(Ninurta), 지식과 글쓰기의 여신 니사바(Nisaba), 라라크의 수호신 파빌사그(Pabilsag), 운명과 죽음의 신 남타르(Namtar) 등이 엔릴과 닌릴의 자식들이었다


수메르 신화에 따르면 엔릴은 수메르 판테온에서 가장 활동적인 신이었다. 그는 신과 인간들의 운명을 관장했고 폭풍우를 창조했으며 농사의 감독관이었다. 엔릴은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는 끔찍한 괴물인 라부(Labbu)도 창조했는데 그는 지상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고 라부로 하여금 인간세계를 멸망케 했다


엔릴은 또한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대홍수를 일으킨 신이기도 했다. 그가 기후를 관장하는 신이었기에 홍수를 일으키는 일쯤은 식은죽 먹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훗날 엔릴은 자신의 이런 결정을 후회했고 대홍수 기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에게 불멸의 생명을 주었다고 한다


인류에게 도구와 불의 발견 다음으로 중요한 진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농사였다. 아마 최초의 농사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메소포타미아(수메르) 신화에서는 바람과 대기의 신 엔릴이 처음 인간에게 농사를 가르쳤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농업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년 전까지 거슬어 올라간다. 수로의 발달은 사람들이 새로운 땅에 쉽게 정착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사냥 대신 농사를 통해 먹거리를 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 바로 지금의 남부 이라크 지역의 니푸르(Nippur)로 바람과 대기의 신 엔릴 숭배의 중심지로 에쿠르 신전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또 인류 최초로 가축을 기른 곳이기도 했다


경작지와 도시를 가지면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생활은 매우 복잡해졌고 기록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만일 우리가 현대 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고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의 선물을 기록 문화라고 인정한다면 바람의 신 엔릴이 고대 수메르 인들의 종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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