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V라인이 대세지만 우리 선조들은 보름달 같은 얼굴을 가져야 미인이라고 했다. 보름달이 기울어 초승달이 되면 미인의 눈썹에 비유되곤 했다. 농업이 기반이었던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달은 인간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달력’이나 ‘월력’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에 맞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했다. 달과 관련된 신화나 설화, 동화 등이 많은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독자들이 흔히 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은 아르테미스로 통한다. 쌍둥이 남매인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니 아르테미스가 달의 여신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신화에서 또 한 명의 달의 여신이 바로 셀레네(Selene)이다.
그리스 신화 관련 그림에서 이마에 초승달을 달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신이 셀레네인데 티탄 신족인 히페리온과 테이아의 딸이다. 한편 셀레네와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따라 다니는 인물이 바로 엔디미온(Endymion)이다. 엔디미온은 제우스의 아들인 아이틀리오스와 아이올로스의 딸인 칼리케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스의 왕이었다. 엔디미온은 셀레네와의 사이에서 50명의 딸을 낳았고, 이토노스의 딸 크로미아와 결혼해서는 파이온, 에페이오스, 아이톨로스라는 세 명의 아들과 에우리키데라는 딸을 낳았다.
▲잠에 빠진 엔디미온과 사랑을 나누는 달의 여신 셀레네. 사진>구글 검색 |
특히 셀레네와 엔디미온의 러브 스토리는 많은 화가들과 시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는 ‘엔디미온’이라는 장편시를 남기기도 했다. 둘의 사랑이 많은 예술인들의 주제가 된 데는 달의 여신 셀레네의 전혀 예상 밖의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셀레네와 엔디미온 신화에서 엔디미온은 엘리스의 왕이 아닌 젊고 아름다운 목동으로 등장한다. 어쨌든 엔디미온의 외모가 특출나긴 했었던 모양이다.
어둠이 내리자 나타난 달의 여신 셀레네는 엔디미온에게 첫눈에 반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엔디미온은 인간이었다. 언젠가 늙어 죽을 그런 운명이었다. 셀레네는 제우스에게 부탁해 엔디미온이 영원한 잠에 빠져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셀레네는 제우스의 마술로 영원한 잠에 빠진 엔디미온을 라트모스 산에 있는 동굴 속으로 옮긴 다음 밤마다 내려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게 해서 50명의 딸을 낳은 것이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더니 잘생긴 남자도 마찬가지인 것일까? 달의 여신 셀레네에게는 꿈만 같은 사랑이었겠지만 엔디미온에게 사랑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지 어느 날 깨어났더라면 일장춘몽이 아니었을까. 잠에 빠진 엔디미온이 다시 깨어났다는 기록이 없는 걸 보면 다행(?)이지 싶기도 하다.
한편 엔디미온의 세 아들에 관한 신화는 셀레네 신화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여기서 엔디미온은 다시 엘리스의 왕으로 등장한다. 크로미아와 결혼해 세 아들을 낳은 엔디미온은 세 아들 중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줄지 고민에 빠졌다. 엔디미온 왕은 올림피아에서 달리기 경주를 벌여 승리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결국 이 경기를 통해 세 아들 중 에페이오스가 차기 엘리스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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