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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배구 여제 김연경, 세월호 망각에 강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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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졌고 누구보다 분노했다. 아니 여전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분노한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온 데는 이름없는 민초들의 불의에 맞서는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갈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또한 존재한다. 늘 2% 부족한 마무리. 그것은 바로 뜨거워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식어가는 분노 즉 망각 때문이다. 친일파 청산이 그랬고, 민주화 과정이 그랬다. 친일파와 권위주의 집단은 여전히 사회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쟁취(?)했고 기회만 되면 건국절 운운한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피로감이니 뭐니 하면서 눈감아 주었던 불의는 잠시 몸을 숨기다 '이때다' 싶으면 거대한 조직이 되어 반격을 시도한다. 


세월호가 그렇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2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안전사고는 세월호 이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피로하다고 한다. 아니 정부와 보수언론이 눈만 뜨면 세월호 피로감을 반복했다. 마치 세뇌라고 시키려는 듯 시민들의 비판에는 눈과 귀를 가리고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우익 단체들을 이용하기도 했고 철없는 어린 학생들의 치기어린 장난을 이용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정부와 보수언론을 비난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의 논리대로 세월호 피로감을 얘기하고 있다. 무섭다. 벌써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는데 말이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위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망각'이다.

 

 ▲김연경 선수가 세월호 분향소에 남긴 방명록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는 우리의 '망각'에 강스파이크를 날리는 기분 좋은 기사가 실렸다. 세계적인 배구 스타,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터키 페네르바체 소속)가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방명록에는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편안히 쉴 수 있게 노력할께요.'라고 적었다. 안산이 고향인 김연경 선수는 유가족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적 문제로 힘든 적이 있었다. 그 때 모든 사람이 진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지금은 진실로 밝혀졌다."며 "세월호 문제도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힘내시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김연경 선수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도 분향소를 방문했고 참사 직후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 리본을 달고 터키 리그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유명 스타들의 꾸준한 관심이 잊혀져가는 세월호를 다시금 뇌리에 불러내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 지난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이 되었지만 아직은 뚜렷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야성이 무뎌진 탓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이다. 그나마 야당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문제를 언급하면 일부 종편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해당 국회의원을 비난한다. 2년이 지나서일까? 이제는 노골적이다. 경제 상황이 급박한데 그런 데(세월호) 신경쓸 여유가 있냐고.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친일청산 운운하냐며 겁박하는 모양새와 똑같다. 해답은 단 하나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이런 치졸한 공작에 맞설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답은 '잊지 않는 것'이다. 김연경 선수처럼 세월호 '망각'에 강스파이크를 날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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